![]() 도입된지 불과 한달 밖에 되지 않은 소방용 고가사다리차가 부러져 전신주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오후 1시 57분경 대전시 동구 삼성동에 위치한 삼성타운 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훈련중이던 소방용 고가사다리차가 갑자기 부러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신주 2개가 파손됐고 삼성동 인근 400여 가구가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정전이 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되지 않았다. 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고가사다리차 조작 훈련 중에 갑자기 사다리 중간이 꺾이면서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다리차를 모두 핀 상태에서 훈련을 마치고 다시 원위치 시키기 직전에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차량은 52m용 고가사다리차로 h사라는 제조사를 통해 지난 1월 8일 납품됐다. 불과 1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최신 장비의 고가사다리가 부러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사고차량을 납품한 h사는 해당 차량의 납품 계약만을 체결했을 뿐 실질적인 차량 제작은 y사에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으며 납품 기일 또한 169일이나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소방차량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하도급 제작이 이뤄진 것도 모자라 적기 납품도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한 소방공무원은 “능력이 없는 제조사가 입찰에 참여해 발주를 받고 타 회사를 통해 소방차를 제작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수 장비인 소방용 차량을 이렇게 하도급해 제작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y사에서 제작한 고가사다리차는 사고 차량 외에도 충북 진천소방서에 1대가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또다른 고가사다리차 1대는 해당 제조사를 통해 제작중이어서 조만간 일선 소방관서에 배치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고가사다리차 3대에 대한 심각한 안전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방재청은 사고 발생 이후 전국 소방관서에 고가 및 굴절차 긴급안전점검과 사고업체 생산 차량의 운영을 잠정 중단하라는 내용의 긴급 조치사항을 시달한 상태이며 이번 사고의 원인을 부실제작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정확한 원인규명과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종합합동 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으며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해당 제조사, 과거에도 문제 일으켜 사고 차량의 입찰만을 수주해 타 업체로 소방차량 제작을 하도급한 h사는 이번 문제 뿐 아니라 지난 2007년에도 차량 납품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업체는 ‘무인방수탑 소방펌프자동차’를 대전소방본부에 납품하면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형식승인 받은 내역과 다르게 제조해 문제가 커졌다. 기술원을 통해 받은 형식승인서에는 ‘무인방수탑 소방펌프자동차’의 사다리 길이가 12m였지만 실제로 납품하려고 했던 차량은 사다리가 15m였기 때문이다. 형식승인을 받은 차량과 실제 납품한 차량이 다른 형상으로 제조된 것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대전소방본부에 도입되려던 이 차는 검수과정에서 상이점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커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욕심, 제도적 헛점이 ‘화 ’불렀다 소방장비 전문가인 한 소방공무원은 “영세한 업체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한단계 하도급을 주면서 수주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차량을 만들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업체의 지나친 욕심도 화를 부른 원인”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실제 사고차량 납품업체는 입찰만 수주했고 실질적인 제작을 다른 업체에 넘겨 제작이 이뤄졌다. 능력이 안되면서도 대전소방본부에서 책정한 예정가격(5억여원)의 86%(4억 3천여만원) 수준으로 입찰을 수주한 것도 모자라 전체적인 제조를 타 업체에 맡겼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납품 방식은 입찰자격에 큰 제한이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명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장비의 입찰참여가 업체 규모나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운용중인 ‘형식승인서’만 가지고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식승인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승인하는 일종의 검정이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형식승인을 신청하면 서류검토와 제조업체의 보유 시험시설을 확인하고 검정기술기준에 따라 형식시험에 적합하기만 하면 승인이 이뤄진다. 과거에는 자본금이나 기술인력, 시스템 및 장비 등의 제조능력을 검증하던 ‘소방차 제조업 허가제도’가 있었지만 지난 1998년 3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폐지되어 버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로 인해 현재는 형식승인 및 시험시설심사와 사전제품검사 제도로만 정착화돼 기술기준 적합 여부만으로 승인을 결정하고 있다. 입찰참여 조건은 바로 이 형식승인서다. 이 같은 형식승인제도로는 제조능력에 대한 실효적인 검증이 사실상 어렵운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형식승인서는 제 3자에게 양도양수가 가능하다. 때문에 부실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에도 새로운 사업자를 만들어 형식승인서를 양도 받기만 하면 또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가 있다. 이렇듯 부실업체의 시장 재진입에 대한 규제가 없어 악순환은 끊이지 않게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부도나 폐업을 한 업체는 13개나 되지만 대부분이 시장에 재진입해 소방차량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부실업체들의 무분별한 행위들을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소방차량 입찰이 품질이 아닌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구매되고 있는 현 실태도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소방방재청, 현 실태 잘 알고 있지만… 소방방재청에서도 이러한 현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합리적인 구매제도로의 전환을 위해 전문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으며 부실업체의 난립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세부적인 추진 계획들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최저가 낙찰로 진행되는 구매제도를 다수공급자계약(mas)제도로 전환하고 발주방식도 소방본부나 소방서에서 분산돼 이뤄지는 것을 통합구매발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소방방재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되면서 소방방재청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의 질의가 쏟아지자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도중에 이런일을 당했다”며 “소방차량 구입에 있어 가격 보다는 제품의 능력을 평가하는 구매제도로 전환할 계획이고 조달청과의 협의도 이뤄졌으며 이달 중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