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별이 된 다섯 영웅 “당신들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독도 소방헬기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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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인근 해상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 소속 고 김종필 기장과 이종후 부기장, 서정용 항공 정비검사관, 배혁 구조대원, 박단비 구급대원의 합동 영결식이 12월 10일 대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실내체육관에서 소방청장(葬)으로 거행됐다.
소방청 독립 이래 순직 소방공무원의 장례식을 소방청장으로 진행하고 대통령이 참석해 추도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노제를 마친 운구가 도착하자 유족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동료 소방공무원들은 가볍게 묵례를 하는 등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정문호 소방청장을 비롯해 유족들과 동료 소방공무원 등 18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참석해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용감했던 다섯 대원의 숭고한 정신을 국민과 함께 기리고 언제 겪을지 모를 위험을 안고 묵묵히 헌신하는 전국의 모든 소방관과 슬픔, 위로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국가 그 자체”라면서 “국민은 119를 부를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구조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섯 대원의 영정사진 앞에 선 문 대통령은 소방공무원의 건강과 안전, 자부심, 긍지를 지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특히 “다섯 분의 헌신과 희생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바치며 다급하고 간절한 국민의 부름에 가장 앞장섰던 고인들처럼 국민의 안전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관들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 역시 국가의 몫임을 잊지 않겠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소방헬기의 관리 운영을 전국단위로 통합해 소방의 질을 높이면서 소방관들의 안전도 더 굳게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순직한 다섯 대원의 동료인 김성규 기장과 배유진 구급대원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며 고별사를 전했다. 유족들과 동료 소방공무원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김성규 기장은 “잘 다녀오겠다고 하시더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습니까. 아직도 왜 당신들을 영정 속 사진으로만 만나야 하는지 실감도 나지 않고 믿어지지도 않는다”며 “이게 현실이라면 우리 모두는 거부하고 싶다”고 애도했다.
배유진 구급대원은 “배혁 반장님, 항상 출동 나가면 ‘배유진! 사고 나면 내가 제일 먼저 너 구하고 나는 제일 마지막에 나올게’라고 하던 반장님”이라며 “반장님의 든든했던 뒷모습, 따뜻했던 말 한마디가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격납고 앞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반겨달라”면서 “당신들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 항공대원이었음을 기억하겠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조사를 한 정문호 청장은 “우리는 다섯 분의 영웅들을 떠나보내지만 그분들이 남겨 주신 숭고한 희생정신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긍지로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면서 “대한민국은 님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김종필 기장과 이종후 부기장, 서정용 검사관에게 공로장을 봉정하고 배혁 구조대원과 박단비 구급대원에게는 1계급 특별승진 임명장을 추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단 중앙으로 이동해 묵례한 뒤 이들에게 녹조근정훈장과 옥조근정훈장을 각각 추서했다.
유족들과 문 대통령, 참석자 등의 헌화와 분향, 영현 운구를 끝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이후 유족과 동료 소방공무원 등 15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식이 진행됐다.
고인들의 유해를 태운 운구차량이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 도착하자 동료 소방공무원들은 거수경례를 하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족들은 이종후 부기장과 서정용 검사관, 박단비 대원의 유골함이 흙 아래로 묻히기 시작하자 참아온 울음을 터뜨렸다. 고인의 관이 조금씩 흙으로 덮이자 한 유족은 “아버지”를 외치며 오열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인들도 눈물을 훔쳤다.
어린 유족들은 고인들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 가만히 영정사진을 지켜보며 천천히 국화를 제단 위에 올렸다. 김홍필 소방청 차장과 임성현 국립대전현충원장, 박창순 순직소방공무원추모기념회장 등도 헌화하며 다섯 대원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국민 구조 위해 헌신한 다섯 영웅
향년 46세인 고 김종필 기장은 공군6 탐색전대 근무를 시작으로 한성항공주식회사와 산림청을 거쳐 2014년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
4천 시간에 달하는 비행 조종 시간을 보유한 김 기장은 베테랑 항공구조전문가로 올해 10월까지 제천 스포츠센터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등 348차례의 화재ㆍ구조ㆍ구급 현장에 출동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동료들은 원만한 성격에 다른 동료를 살뜰히 챙기고 가장으로서 남다른 사랑을 실천하는 ‘존경하는 소방공무원’으로 김 기장을 기억했다.
2016년 중앙119구조본부에 입사한 고 이종후 부기장(남, 39)은 3천 시간의 비행 조종 기록을 가진 베테랑 항공구조전문가로 화재와 구조, 구급 현장에 154차례 출동해 임무를 수행하는 등 국민 생명과 안전에 최선을 다했다.
주변 동료를 세심히 챙겨 ‘항공팀 살림꾼’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 부기장은 항공팀 내에서 동료 간 신망이 두터웠다. 사무실에서는 아들 자랑을 많이 하는 ‘아들 바보’로 불리기도 했다.
소방헬기 안전을 책임졌던 고 서정용 검사관(남, 45)은 육군 항공 검사관과 산림청 헬기 검사관을 거쳐 2015년 중앙119구조본부에 입사해 ‘팀보다 나은 개인은 없다’는 소신으로 성실하게 맡은 책무를 다했다.
서 검사관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등 최고의 검사관으로 통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중앙119구조본부장 근무 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고 배혁 구조대원(남, 31)은 해군 해난구조대에 입대해 천안함 사건 당시 심해 잠수사로 구조활동을 했다. 이후 생명을 구하는 소방 구조대원이 되고자 전역한 뒤 2012년 마침내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2015년 까다롭고 어려운 중앙119구조본부 심의를 통과해 소방청 직속 전문구조대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팀 내 분위기 메이커인 배 구조대원은 수난 구조능력을 살려 항공기 생환훈련과 특수항공구조 전문훈련과정 교관으로 지원할 만큼 열정이 넘쳤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도 파견돼 구조활동에 임하는 등 국내ㆍ외 각종 재난 현장에서 인명구조에 헌신했다.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병원에 근무하면서 구급대원 꿈을 키운 고 박단비 구급대원(여, 29)은 지난해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밝게 웃는 모습이 익숙해 선ㆍ후배들에게 활력소로 통했다.
구급대원임에도 불구하고 ‘화재대응능력 2급’ 자격증을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구급 장비를 이용해 혼자 연습할 정도로 열정이 가득한 소방공무원이었다.
독도 인근 해상에서 갑자기 추락한 소방헬기
지난 10월 31일 중앙119구조본부 소방헬기(HL-9619호)가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중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해 소방항공대원 5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11월 2일에는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이하 지원단)이 소방헬기 동체로부터 각각 100, 150m 떨어진 곳에서 이종후 부기장과 서정용 검사관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다.
사고 발생 엿새째인 11월 5일 손가락 절단 환자 A(남, 51)씨를, 11월 12일 추락한 소방헬기 동체로부터 3km 떨어진 지점에서 박단비 대원을 발견해 수습했다. 11월 27일에는 배혁 대원이 당시 입고 있던 바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수색 당국은 실종자 가족들의 뜻에 따라 12월 8일 자로 집중 수색을 종료했다. 아직 찾지 못한 3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오랫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희생자 유족들의 입장을 고려해 수색 중단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양경찰청에서는 기본 임무를 하며 수색을 병행하기로 했다.
12월 8일 해군,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은 함선 13척과 항공기 5대, 잠수사 49명을 동원해 마지막까지 해상과 수중수색을 했다. 하지만 김종필 기장과 배혁 대원, 선원 등 3명의 행방은 끝내 찾지 못했다.
수색 당국은 사고 발생 22일만인 11월 21일 헬기 꼬리 부분을 인양해 사고 원인 규명에 중요 역할을 할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