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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세상 빚, 도움 주며 갚겠다던 젊은 소방관… 별이 되다

피서객 구조하다 순직 ‘고 김국환 소방장 영결식’ 거행
1계급 특진ㆍ옥조근정 훈장 추서…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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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9/22 [15:50]

[ISSUE] 세상 빚, 도움 주며 갚겠다던 젊은 소방관… 별이 되다

피서객 구조하다 순직 ‘고 김국환 소방장 영결식’ 거행
1계급 특진ㆍ옥조근정 훈장 추서…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0/09/22 [15:50]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에서 물에 빠진 피서객을 구하던 중 안타깝게 순직한 전남 순천소방서 고 김국환 소방장의 영결식이 8월 2일 진행됐다.

 

전라남도청장으로 거행된 영결식에는 김 소방장의 유가족과 동료 소방대원들, 김영록 전남도지사, 정문호 소방청장, 마재윤 전남소방본부장, 허석 순천시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고인과 유족을 위로했다. 고 김 소방장에게는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의 조전을 대독한 정문호 소방청장은 “고인은 이웃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지리산 피아골 급류와 맞섰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면서 “고인의 투철한 책임감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될 것이며 그 용기는 국민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고 김국환 소방장의 고귀한 책임 정신을 대한민국 안전 역사에 깊이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장례위원장인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영결사를 통해 “김국환 소방장님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도민과 소방관들의 안전과 행복에 더욱 책임감을 갖겠다”며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가장 빛나고 보람 있는 생이었다. 진정한 소방관의 표상인 당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무거운 사명감을 이제 내려놓고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새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순천 산악119구조대 동료의 작별 인사도 이어졌다. 동료를 대표해 고별사를 한 고성규 소방장은 “잘해 준 건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못해준 것만 생각나서 너무 미안하다. 너무 보고 싶다”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고 김 소방장이 근무한 순천 산악119구조대에서는 노제가 열렸다. 김 소방장의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안장식에서는 고 김 소방장과 함께 근무했던 이창우 소방관이 고별사를 낭독했다. 그는 “그대를 보내는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섬겨야 할 국민이 있고 지키고 구해내야 할 소중한 내일이 있기에 김국환 소방장, 그대를 잊지 않고 늘 기억하겠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짧지만 숭고한 삶 산 ‘고 김국환 소방장’

“반장님 가시죠” 김국환 소방장은 7월 31일 동료 오동렬 대원과 피아골 수상구조대 운영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2시 49분 친구 5명이 물놀이를 하다 1명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에서 근무 중이던 김 소방교는 오후 3시 7분께 선발대로 출동했고 구조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렸다. 

 

18분 만에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동료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 이후 물에 빠졌던 피서객 1명도 오후 6시 48분께 보 근처에서 구조됐지만 숨졌다.

 

고인이 된 김국환 소방장은 2017년 2월 전남 보성소방서 구조대원으로 임용된 지 3년 차 된 소방관으로 올 1월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에 배치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육군 특전사에 입대한 중사 출신으로 보성소방서와 순천소방서 119구조대에서 근무했다. 그간 1480건 현장에 출동해 540명을 구조했다. 2018년에는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소방학교 표창을 받기도 했다.

 

등산과 스킨스쿠버에도 뛰어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올해 1월 소방교로 승진하면서 희망했던 산악119구조대에 배치됐다.

 

평소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서는 등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고 김국환 소방장.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어서 동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ㆍ후배로 꼽히기도 했다.

 

고 김 소방장과 친분이 깊은 동료 소방관은 “‘만일 내가 세상에 진 빚이 있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구조하며 갚을 거야’라며 미소 짓던 국환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 순간 함께하지 못해 원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을 앞세운 고 김국환 대원의 유가족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믿기지도 않았고 믿기도 싫었다”며 “언론매체를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이 빈소를 찾아 안아주시고 위로해주시고 함께 눈물 흘려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별사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 고성규 소방장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고,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었던 

당신의 비보에 

우리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잔인한 현실입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곡물 속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두려움 없이 뛰어든 당신의 용기와 사명감, 

그 희생정신은 우리를 숙연하게 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비운에 울었고, 

소방관의 숙명에 또 울고 있으며,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또 가슴 아파 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게 소방관의 책무라지만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당신께서 이렇게

홀연히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떠나보내고 죽도록 미워지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 당신은 더욱 사랑하게 되는 사람입니까

떠나보내고 아무 미련이 남지 않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 당신은 더욱 눈물 나게 하는 사람입니까

 

오늘 이렇게 많은 소방 가족들과 이 자리에 모여

살아생전 업적을 기리고자 하나

당신은 이제 아무런 대답도 없습니다.

 

생명을 구해야 하는 소방의 길

가시밭에서도 꽃을 피워야 하는 소방의 길

그 길을 숙명으로 여긴 당신은 영원한 소방관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슬프지만 한편으로 당신이 자랑스럽고 

당신의 영전에서 당신의 길이

우리의 길임을 되새기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원망스럽습니다.

오늘 당신께서 떠나신 이 자리에는 

당신이 떠남을 비통해 하는 아버지 어머니 누나들 

그리고 많은 소방가족과 조문객이 와 계십니다.

 

우리는 당신을 보내는 이 자리에 서서 

당신의 숭고하고도 고결한 소방정신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자 합니다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당신

평생을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당신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한 당신

 

당신의 국민들을 위한 뜨거운 열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영원토록 기억하고 

모든 소방동료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환아! 이제는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일들은 

우리에게 맡겨두고 

아픔과 고통이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들길......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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