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늦은 밤 하수도 맨홀에 지갑을 빠뜨린 여성의 신고에도, 기꺼이 지갑을 꺼내 손에 쥐어주며 안전한 귀가를 도와주고, 주택 천정에 도둑고양이가 들어 시끄럽다는 신고에도 기꺼이 몇 시간 동안의 사투 끝에 지붕과 천정 사이에 새끼를 낳고 보금자리를 튼 고양이 가족을 꺼내 신고자에게 안락한 거주환경을 되돌려 준다. 이런 작업들은 오히려 많은 작업시간을 요하고, 때론 허탈감도 가져다 주지만 사고현장의 중상자를 구조하고 또는 사망자를 인양하며 그 모습을 눈에 담아야 하는 작업보다는 정신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극히 양호한 편이다. 119대원으로 구조현장과 화재현장에서 몇 년이상 근무한 소방관들은 크거나 작게 모두 정신적 외상(trauma)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사고중 119구조대가 필요한 현장의 부상자는 부상정도의 외형이 극히 심각하다. 또한 여러가지 화재현장 피해자의 상태 등 그모습을 가장 근접해서 봐야하는 구조대원의 정신건강은 과연 어떠할까? 2011년 전국 소방관 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소방방재청의 통계에 따르면 조사대상중 5%인 1,452명이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방공무원중 39.7%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설문결과가 나왔으며 2008년부터 2011년 7월까지 26명의 소방공무원이 자살을 했다. 소방공무원 5명중 1명이 임용 5년내에 사직을 한다는 국정감사 결과는 소방관의 직무스트레스가 경찰과 해경보다 훨씬 크다는 조사자료를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인천소방안전학교 개교이후 PTSD과목을 2년여 맡아오면서 교육생들의 사례발표를 통해 직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장애에 대한 후휴증의 심각성을 더더욱 느끼고 있으며, 또한 그 고통은 고스란히 소방관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일본은 한신대지진 이후 효고현에 정신건강센터(마음의 Care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소방관들은 일년에 두차례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를 받고, 소방관의 가족 또한 무료로 이용할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선진소방환경이다. 90년대 이후 UN과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기구에서는 이미 심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FEMA에서는 화재나 구조의 재난현장에 재난심리전문가가 같이 출동하여 현장에서 즉시 심리카운셀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브랜드중 가장 국민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성공한 브랜드라고 하면 나는 단연 “119” 라고 말을 한다. 이런 최고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내부고객에 대한 투자가 과감히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시기 또한 지금 결코 절대로 이르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소방차가 아닌 소방관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정신건강 전문센터를 설립해 운영해야 할 것이고, 지금 당장 소방관이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하고 치료받을수 있는 시스템을 위한 예산이 적극 투자되어야 한다. 건강한 정신에서 오는 안정된 마음과 사랑을 담은 따뜻한 손길이야말로 진정한 구조의 손길이기 때문이다. 인천소방안전학교 김태영 교육운영팀장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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