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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318억원 혈세가… ‘부실 관리’에 방치되는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형식적인 검사 만연한 시설 점검… 의무 보고 관리대장은 ‘엉터리’
진흥공단 시행한 전문기관 점검 결과와 ‘딴판’, 기능 이상 ‘수두룩’
알림시설 전통시장 가봤더니, 통신이상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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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0/23 [22:32]

[집중취재] 318억원 혈세가… ‘부실 관리’에 방치되는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형식적인 검사 만연한 시설 점검… 의무 보고 관리대장은 ‘엉터리’
진흥공단 시행한 전문기관 점검 결과와 ‘딴판’, 기능 이상 ‘수두룩’
알림시설 전통시장 가봤더니, 통신이상에 화

최영 기자 | 입력 : 2022/10/23 [22:32]

▲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 모습과 화재알림시설로 적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화재감지기들  © FPN


[FPN 최영 기자] = 300억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한 전통시장 화재알림설비가 부실한 관리 탓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국회 이용선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을)과 MBC, <FPN/소방방재신문>이 화재알림시설을 설치한 전국의 전통시장 관리 상태를 조사했더니 형식적인 엉터리 점검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알림시설은 전통시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조기에 감지, 소방서와 상인에게 이 사실을 통보해 주도록 한 시스템이다. 화재 초기 진압 등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2018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지원사업이다.

 

이 시설의 핵심 기능은 화재 시 연기나 열을 감지하는 화재감지기로부터 신호를 받은 뒤 수신기나 서버를 통해 화재 상황을 소방서와 시장 상인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과거 지어져 유선 공사가 어려운 전통시장의 구조 특성상 대부분의 화재알림시설은 설치가 용이한 무선 신호를 활용하는 제품들로 설치된다. 알림시설은 화재감지기와 수신기, 속보시설, 서버 등 구성품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최초 설치 이후 기능 유지를 위한 관리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중기부는 화재알림시설 사업을 펼친 지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한 대책을 허술하게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최초 설치 이후 3년으로 정해진 화재알림시설의 관리책임과 유지보수 기간을 넘긴 시장들이 등장하면서 관리 부실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기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하 진흥공단)이 시행하는 화재알림시설의 유지관리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시장 상인과 지자체에 시설점검 결과를 작성해 진흥공단에 제출토록 한 ‘관리대장 점검’과 1년에 한 번씩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된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작동점검’ 등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관리대책은 사실상 시설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에는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의 의미가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전통시장 화재 안전대책으로 추진된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의 민낯을 집중 취재했다.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투입 예산만 318억원 

전통시장은 구조 특성상 화재 시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인접 점포로 급격히 확대될 위험성이 크다. 전통시장 활성화 업무를 담당하는 중기부는 2018년부터 전통시장 화재피해를 줄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구 서문시장 화재 등 잇따르는 대형 화재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에서다.

 

▲ 2016년 11월 30일 대구서문시장 화재로 297개 점포가 소실되고 46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은 서문시장 화재 이후 전통시장 안전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대책이다.     ©FPN/소방방재신문

 

한 점포당 8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70%(56만원)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30%(24만원)를 지자체 또는 상인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지자체는 국비 외 나머지 예산을 지원한다.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8년 93.3억, 2019년 132억, 2020년 132억, 2021년 39억, 2022년 78.4억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실제 집행 예산은 318억원에 달한다.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557개 시장 5만8876개 점포에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된 상태다.

 

형식만 갖춘 시설점검… 관리대장은 ‘날림’

전통시장에 설치된 화재알림시설은 분기별로 1년에 4번씩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사업지원을 받은 시장과 지자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점검이다. 진흥공단에서 규정한 사업 운영세칙에 따라 진흥공단으로 의무 제출되는 이 관리대장에는 화재감지기 등 구성품의 숫자부터 기능 이상 유무 결과를 모두 적게 돼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용선 의원실과 진흥공단으로부터 전국 화재알림시설 설치 전통시장의 관리대장을 제출받아 살펴보니 곳곳에서 허위로 작성되는 정황들이 확인됐다. 

 

▲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된 전통시장에서 분기별로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보고하는 관리대장  © 최영 기자


올해 1분기 점검 결과에선 경기지역 48곳 전통시장에 설치된 6725개의 화재감지기 중 불량률은 0.7%(50개)였고 서울도 32곳 시장 4156개 화재감지기 중 1%(28개)만이 이상이 있다고 보고돼 있었다. 문제가 있다고 보고된 감지기는 대부분 점포 공실이나 휴업, 분실, 화재소실 등의 사유가 적혀 있었다. 사실상 전체적으로 큰 이상이 없다고 기록된 셈이다.

 

그러나 세밀하게 살펴보니 여러 관리대장에선 부실 점검으로 의심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올해 2분기 광주광역시 전통시장의 경우 구청 직원 1명이 같은 날 시장 5곳에서 576개 화재감지기를 점검한 뒤 이상이 없다고 표기해 놨다. 충북의 경우 화재알림시설 설치 업체 소속 인력 한 명이 11개 시장 927개나 되는 감지기를 하루 만에 확인하고 모두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곳도 있었다. 

 

경기도에선 수원과 안성, 이천 등 거리만 104.3㎞, 이동시간만 172분에 달하는 8곳 시장의 635개 화재감지기를 하루 만에 점검했다고 보고했다. 어떤 지역은 하루 13곳의 시장 내 1420개 화재감지기를 점검했다고 써 놓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지역의 한 시장은 진흥공단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기능점검에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지 않거나 수신기, 소방관서 속보, 시장관계인 통보 등 기능 이상 문제가 30여 건이나 확인됐음에도 같은 날 실시한 점검 관리대장에 모두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사례도 있었다. 

 

▲ 화재보험협회 점검과 관리대장 점검이 같은 날 진행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 FPN


이 외에도 점검자 이름이나 서명이 없고 시설 개수가 잘못 적혀 있는 등 엉터리 기록들은 쉽게 발견됐다. 모두 관리대장 양식에만 맞춰 허위로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다.

 

이용선 의원은 “화재알림시설의 효과는 그간 언론 보도나 진흥공단 차원에서 적극 홍보할 정도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의 얘기”라며 “관리대장의 빈칸을 채우기 위한 형식적 점검이 아니라 실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기관 점검 결과 보니… 기능 이상 ‘수두룩’

화재 시 불을 조기에 감지해야 하는 화재알림시설의 생명은 기능 유지다. 하지만 시장에서 실제 운영되는 시스템들의 실정은 달랐다. 

 

진흥공단은 지난해부터 전문기관에 매해 약 8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화재알림시설의 ‘작동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8년 이후 화재알림시설이 구축된 시장 중 100곳을 선정해 진행한다. 이 작동점검 위탁용역은 올해까지 모두 두 번 수행됐고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맡았다. 

 

전통시장이나 지자체가 실시하는 분기별 관리대장과 다르게 점검 방식부터 정밀성 차이가 크다. 시장에 설치된 각 감지기의 성능부터 속보와 문자 등 모든 기능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때문이다.

 

관리대장 점검과 달리 전문 자격조건을 갖춘 인력도 투입된다. 시장당 최소 3인을 1조로 구성한 점검팀은 감지기 작동 이후 수신기로의 신호 입력, 관할소방서 속보, 상인 문자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점검한다. 전통시장에 설치된 화재알림시설의 관리 실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점검인 셈이다.

 

이용선 의원이 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이 점검보고서에 따르면 화재보험협회는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135개 시장에 대해 점검을 벌였다. 이 보고서에는 불량 화재알림시설의 실태가 그대로 담겼다.

 

A 시장은 상인이나 관계자에게 화재경보 문자가 단 하나도 가지 않았고 B 시장은 소방관서 속보 기능이 100% 동작하지 않았다. 화재 초기 불을 감지해야 하는 감지기의 불량률이 23.3%에 달하는 시장도 있었다. 60%에 달하는 화재감지기의 배터리가 저전압상태로 방치돼 있는 곳도 확인됐다. 화재알림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수행한 점검결과 보고서에는 불량 상태로 방치된 화재알림시설의 기능별 문제들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100%가 불량하다는 점검결과(원내)는 해당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 FPN/소방방재신문

 

문제는 이런 전문기관의 점검조차 전통시장에 설치된 화재알림시설의 성능을 상시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화재보험협회가 용역을 받아 추진한 이 점검은 일정 수량에 대해서만 샘플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시장당 30개 점포가 표본 기준이다.

 

실제 1477개가 설치된 대구 서문시장의 경우 30개 점포만을 점검했고 26개 점포가 있는 포항 양학시장은 26개 점포 모두를 점검했다. 비율로 따지면 100%를 점검한 양학시장과 달리 서문시장은 달랑 2%만을 표본 점검한 꼴이다.

 

운이 좋아 멀쩡한 점포만을 점검대상으로 선정했을 땐 나머지 시설에 문제가 있어도 알 수 없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사실상 화재알림시설의 전반적인 기능을 제대로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이 작동점검을 실시한 뒤 조치가 이뤄지기까지의 기간이다. 지난해 6월 24일 화재보험협회가 작동점검을 실시한 경기도 모 시장의 경우 기능적 불량 사항이 25가지가 넘게 확인됐지만 점검결과 자료가 지자체에 통보된 건 이듬해 1월 26일이었다. 이후 다음 날인 1월 27일이 돼서야 수리가 완료됐다. 무려 7개월 동안 고장 상태로 방치됐음을 의미한다.

 

화재알림시설 설치한 전통시장 가보니…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된 전통시장의 운영 상태는 어떨까. <FPN/소방방재신문>이 경기도에 있는 시장 여러 곳을 직접 둘러봤다. 

 

A 시장은 화재 신호를 받아야 하는 수신기에 이상 상태 표시가 여럿 들어와 있었다. 이상 신호로 인해 발생하는 경보음을 일부러 정지해 놓기까지 했다. B 시장은 수신기에 ‘통신점검 이상’이라는 경고 문구가 나타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경보음을 내고 있었다. 이곳 역시 경보음은 강제로 꺼놨다.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통신 이상 메시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하지 못했다.

 

▲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에 설치된 화재알림시설 수신기에 각종 이상 신호가 들어와 있고 경보음을 정지시켜 놓았다. 또 다른 시장은 수신기 디스플레이에 통신점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 최영 기자

 

C 시장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표시가 수신기에 버젓이 들어와 있었지만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시장 어딘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호지만 당시 실제 불이 난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이 상태에서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정상 기능을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시스템이 이상해서 업체를 부른 상태”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 경기도의 한 시장상인회 사무실에 설치된 화재알림시설의 수신기에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상이 발생했다는 문구가 버젓이 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 최영 기자


유지보수 책임기간 3년인데… 앞날 더 걱정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은 설치된 이후 3년 동안 각 시장의 사업 수주기업이 유지보수를 책임져야 한다. 그 이후부터는 상인과 지자체가 이 시설의 유지와 관리, 보수를 맡는다.

 

화재알림시설은 2018년 138곳을 시작으로 2019년 177, 2020년 108, 2021년 44, 올해 8월까지 90곳 등 모두 557곳의 전통시장에 구축됐다. 2021년을 기점으로 이 사업을 수주한 기업들의 유지보수 의무가 사라지면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시장이 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3년 이후 발생하는 비용이다. 문자 알림이나 스마트폰앱, 상황 관제 등 통신 기술 운영이 필요한 시스템 특성상 사업 수주기업들의 유지보수 의무가 사라지면 관리 비용이 추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시스템 유지를 위한 비용의 경우 중기부나 진흥공단 소관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지자체나 각각의 상인 부담이 불가피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생 비용은 제조사에 따라 점포당 월 1천원에서부터 몇 천원까지도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기능 유지를 위한 현실적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고 비용 부과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경기도의 C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한번은 생선을 튀기다가 연기가 많이 났는데 문자가 오고 연락도 와서 굉장히 유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화재알림시설로 인한 관리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을 듣더니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이거(화재알림설비)는 우리가 해달라고 해서 설치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비용을 왜 내야 하냐”며 반감을 보였다.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돼 안심되긴 하지만 비용이 발생하는 건 거북하다는 반응이다. 

 

화재알림시설의 부실하기 짝없는 관리체계로 300억원이 넘게 투입된 국고 지원사업의 취지는 퇴색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선 의원은 “전통시장의 화재알림시설의 총체적 부실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제품의 결함적 문제보다는 유지관리와 점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화재알림시설에 대한 전면 재점검과 함께 ‘소방법’ 수준의 점검체계를 마련하는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 <FPN/소방방재신문>이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제보를 받습니다. 실제 설치 현장에서 겪는 불편함 또는 문제점 등을 비롯해 관련 사업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입찰 과정상 폐해 혹은 비위, 오류 등 관련한 문제를 제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제보할 곳 : FPN/소방방재신문 편집국 02-579-0913 내선 1 / 이메일 : fpn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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