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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FPN 기자들이 꼽았다”… 2022년 소방 최대의 이슈는?

소방관 순직으로 시작한 한 해, 각종 사고에 정책 변화도 여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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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기사입력 2022/12/23 [16:45]

[기획] “FPN 기자들이 꼽았다”… 2022년 소방 최대의 이슈는?

소방관 순직으로 시작한 한 해, 각종 사고에 정책 변화도 여럿

특별취재팀 | 입력 : 2022/12/23 [16:45]

[FPN 특별취재팀] = 올해에는 유독 많은 사건과 사고 소식이 새해 초부터 끊이질 않았다. 안타까운 세 명의 소방공무원 순직 사고가 새해 벽두부터 전해졌다. 건설 강대국의 위상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광주 아파트 붕괴, 또다시 반복된 고시원 화재, 이천 투석의원 화재,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 등 대형 사고도 이어졌다.

 

소방조직에는 유례없는 최고위직 지휘관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아직도 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소방노조들의 활동도 두드러진 한 해였다.

 

소방시설의 설치ㆍ관리와 예방 분야의 소방법 분법으로 역사적인 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19년 동안 우리나라 화재안전 법규로 운용돼 온 화재안전기준은 일대 변혁을 맞았다. 

 

잇따르는 에너지저장시설 화재 사고에 소방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그간의 미진한 화재안전 정책을 쏟아내고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다. <FPN/소방방재신문> 기자들이 2022년 한 해를 되돌아보며 최대 이슈들을 정리했다.

 

세 명의 소방관 순직한 평택 공사장 화재 


2022년의 시작과 함께 안타까운 소방관 순직 소식은 새해 벽두부터 국민에게 커다란 슬픔을 안겼다. 1월 6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냉동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에 출동했던 고 이형석 소방위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가 세상과 등졌다.

 

이들은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 초진 후 잔불 정리와 인명검색을 위해 건물 내부로 투입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재발화로 탈출에 실패했고 교신두절 2시간 50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세상을 떠난 순직 소방관 세 명은 모두 송탄소방서 소속이었다. 팀장인 이형석 소방경(50)은 1994년 7월 임용된 베테랑으로 팀에서 구조 업무를 총괄했다. 박수동 소방장(31)은 2016년 2월에 임용됐고 막내였던 조우찬 소방교(25)는 지난해 5월 임용된 신참 소방관이었다.

 

와르르 무너진 아파트… 광주 붕괴 사고 


1월 11일에는 건설 강국이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이라곤 믿기 힘든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신축 공사 중이던 주상복합 아파트 일부 층이 무너져버린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굴지의 대형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의 건축 현장에서 아파트 한 동이 처참하게 무너져 근로자 6명이 실종됐다. 지난 2019년 4월 15일 허가받아 같은 해 5월 21일 착공한 광주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는 지하 4층, 지상 39층, 7개 동(1단지 3동, 2단지 4동) 규모로 올해 11월 준공 예정이었다. 

 

아파트 705, 오피스텔 142가구 등 모두 847가구가 들어서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 중 201동의 38층부터 23층까지 무려 15개 층이 무너져 버렸다. 이날 오후 3시 46분께 “아파트 외벽이 무너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눈앞의 처참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온 사방은 흙먼지로 뒤덮였고 아파트 외벽은 폭격을 맞은 듯 뻥 뚫려 있었다. 철근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 뒤엉켜 있었으며 바닥엔 수십 m 높이에서 떨어진 대형 콘크리트 잔해물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근로자 6명은 사고 직후 콘크리트 더미와 함께 사라졌다.

 

매몰자 수색에 나선 소방은 29일 만에 끝내 실종자 전원을 찾아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숨을 거둔 상태였다. 

 

2명의 목숨 앗아간 영등포 고시원 화재


4월 11일에는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굿모닝 고시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졌다. 2018년 7명이 사망한 종로 고시원 화재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고시원 화재 참사가 일어났다. 

 

오전 6시 33분께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8분 후 대응1단계를 발령하고 총력 대응했지만 불은 3시간이 경과한 9시 37분께가 돼서야 진압됐다. 

 

화재로 숨진 70대 이모씨와 60대 김모씨 등 두 명은 전신 화상을 입은 채 고시원 복도와 휴게실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화재 당시 대피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흡입한 뒤 화염에 노출되면서 변을 당했다.

 

불이 난 굿모닝 고시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812.89㎡ 규모로 1977년 지어진 건물에 들어서 있었다. 191.04㎡ 크기의 2층 고시원은 32개의 객실과 3개의 화장실, 1개의 주방이 들어선 구조였다.

 

해당 고시원에는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으나 현행 소방법에서 정한 기준과 다르게 엉터리로 시공돼 있었고 소방시설은 장기간 노후한 상태로 방치돼 온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또 1977년 인허가를 받은 탓에 소방안전관리자도, 소방시설을 점검해야 하는 대상물에서도 빠져 있었다.

 

5명 숨진 이천 투석의원 화재


8월 5일에는 경기 이천시의 한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4층에 있던 투석 전문의원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 등 5명이 숨지고 44명이 다쳤다. 이날 불은 투석의원 아래층에 들어선 스크린골프장에서 폐업을 앞두고 진행한 철거 작업 과정에서 시작됐다.

 

오전 10시 17분께 화재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1시간 12분 만인 11시 29분께 화재를 모두 진압했다.

 

그러나 투석의원에 있던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삽시간에 퍼진 유독가스에 변을 당했다. 2004년 1월 14일 사용승인을 받은 이 건물은 지상 4층, 연면적 2585㎡ 규모로 법적 대상에서 빠져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최초 불이 난 스크린골프장 역시 과거에 지어졌다는 이유로 관련법상 갖춰야 하는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철거 작업을 진행하던 공사 인부와 시공 관계자 등은 전원 차단이나 안전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축 당시 3층 창문과 천정보 사이가 이격된 채 시공되면서 방화구획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로 꼽힌다. 경찰은 철거업체 관계자 1명을 구속하고 스크린골프장 업주와 관리소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7명 사망한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9월 26일에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날 오전 7시 45분께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6분 만인 오전 7시 51분께 대응 1단계, 7시 58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해 290여 명의 소방대원을 투입하는 등 사력을 다해 대응했다.

 

하지만 지하 1층 물류 하역장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주차장 전체를 삼켰다. 신고 약 7시간이 지난 오후 3시 2분께 진압이 완료됐지만 물류팀과 미화담당 직원 등 7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아울렛 개장 전이라 외부 쇼핑객은 없었지만 방재실과 물류팀, 미화담당 직원 등이 피해를 당했다.

 

이 화재로 대규모 지하주차장에 대한 화재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스프링클러설비의 부실과 방화셔터 미작동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확대 요인에 대해선 조사기관의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의 화재 피해를 키운 주범은 단열을 위해 천장을 가득 메운 ‘우레탄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급 쇼핑몰 주차장 천장에 부착된 단열재는 80t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건축물 내부마감재에 관한 건축법규를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지하 주차장에 반드시 제연설비를 설치하고 소방시설의 정상 기능 유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데이터센터 화재에 마비된 초연결 사회


10월 15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SK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우리나라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 등 온라인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키며 대혼란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 20분께 발생한 화재는 약 8시간 만인 오후 11시 49분께 진압됐지만 데이터센터 전력이 끊기면서 무려 127시간 33분 동안 카카오톡 서비스 등에 장애가 생겼다. 화재 직후에는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들도 문제가 나타났다.

 

2014년 6월 24일 사용승인 받은 SKC&C 판교캠퍼스 A동은 지하 4층, 지상 6층, 연면적 6만7024㎡ 규모 건물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버를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로 활용돼 왔다. 소방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한 결과 불은 지하 3층 배터리실에 구축된 리튬이온배터리에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스파크가 일면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위험성에 따른 대책과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고려한  화재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화재 당시 설치된 소방시설은 제 기능을 못했고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회 서비스망에 블랙아웃을 불러왔다.

 

정부는 화재 발생 두 달만인 이달 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카카오는 판교 데이터센터와 기타 센터 간 시스템을 이중화했지만 이번 사고에선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SKC&C와 카카오, 네이버 3사를 대상으로 한 달 내 주요 사고원인을 개선하고 향후 조치계획을 수립한 뒤 정부에 보고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 사가 제출한 조치 결과와 향후 계획, 재난 예방ㆍ복구 의견 등을 추후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온 국민 충격에 빠뜨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역사상 최대 규모 압사 사고로 기록됐다.

 

사고 당일 이태원에는 핼러윈 축제를 만끽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2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날 오후 10시께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측 골목에서 시작된 병목 현상으로 인해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서로 뒤엉켰다. 

 

사상자가 발생한 곳은 폭 3.2m, 길이 40m가량의 경사진 골목길이었다. 이태원에서도 가장 유명한 라운지바(launge bar)와 클럽을 오가기 위해 평소에도 많은 시민이 지나는 길이었다. 이곳에 한꺼번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정체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상황 파악이 안 된 시민이 계속 밀고 들어와 압사 또는 질식으로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20ㆍ30대였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있었다. 외국인 26명 또한 피해를 입었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서, 그것도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믿을 수 없는 압사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관계기관 등에 책임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사에 더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규모 행사가 예상됐음에도 서울시와 경찰 등은 적절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례없는 고위직 비위 사건에 혼란 여전

소방 최고위직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에 이어 전ㆍ현직 소방청장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 소식은 소방조직의 대혼란을 불러왔다. 게다가 소방조직 내부를 압수수색하는 일로 번지면서 충격을 줬다.

 

사건을 조사 중인 청주지검은 전ㆍ현직 소방청장 등에 대한 비위 의혹에 대해 12월 현재까지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6월 28일 최병일 경기소방재난본부장 직위해제에 이어 10월 21일에는 현직 소방청장까지 직위해제됐다.

 

10월 19일에는 검찰이 소방청을 압수 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날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장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직위해제된 소방청장이 국립소방병원 건립 과정에서 관련 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인사에 혜택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전임 소방청장이 승진 인사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 장기화로 현재 소방청은 물론 전국 소방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ㆍ현직 청장 두 명의 조사와 경기소방재난본부장 등 주요 보직은 공석이 돼버린 지 수개월이 경과했다. 현재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이었던 남화영 소방정감이 소방청 차장으로 발령돼 청장의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참사 책임을 거론하며 남화영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어 소방청은 역대 최고의 혼란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활동 나선 소방노조들… 목소리 고조


지난해 7월 6일 소방공무원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모두 네 곳의 소방노조가 탄생한 상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청지부(위원장 고진영, 이하 공노총 소방노조),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박일권, 이하 소사공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본부장 김주형, 이하 전공노 소방노조),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홍순탁) 등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역동기를 맞은 소방노조들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와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로 소방관 4명이 순직하자 소방노조들은 1월 7일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소방관들이 희생당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같은 달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효자동 주변 도로에서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대형 화재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방노조가 조직된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집회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과 관련해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공노 소방노조도 이태원 참사로 인해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 등 현장 소방공무원이 입건되자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현장 소방공무원 위주의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지 10만부를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소사공노는 부하 직원에게 방화복을 입히고 배드민턴을 치도록 하는 등 갑질을 한 인천지역 소방 간부가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소방노조들은 현장 소방공무원의 근무체계 개선과 복지 정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화재 예방ㆍ소방시설, 분법 시대 ‘활짝’


지난해 12월 새롭게 제정된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예방법)’과 전면 개정이 이뤄진 ‘소방시설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이 올해 12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했다.

 

지난 1958년 처음 제정된 소방법은 2003년 5월 네 가지 법률로 나뉜 후 19년 만에 아홉 가지로 늘어나게 됐다. 2022년은 소방관계법이 대변혁을 맞은 역사의 해로 기록됐다.

 

이 두 법률은 2020년 9월 소방관 출신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기초로 그간의 대형화재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반영됐다. 

 

2017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47명이 사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정부 차원의 법률에 이제야 녹여진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화재 예방과 소방시설 등의 분야 법률 체계가 각기 다른 근거법을 준용하게 된다. 

 

‘화재예방법’ 제정 과정에선 ▲화재예방안전진단 ▲화재안전영향평가 ▲건설 현장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소방안전관리자 겸직 제한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또 ‘소방시설법’의 전면 개정과 함께 ▲전통시장 화재알림설비 설치 ▲성능위주설계대상 확대 ▲건설 현장 임시소방시설 확대 ▲최초점검제도 도입 등 신규 제도가 추가됐다. 소방시설관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법령 개선 사항도 대거 담겼다.

 

소방청은 이번 법령 개정을 통해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법체계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행정관청의 능동적인 법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재조사법’ 시행 돌입… 11년 숙원 이룬 소방


올해 새롭게 시행에 들어간 법률 중 하나는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조사법)’이다. 6월 9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화재조사법’에는 소방관서장에 화재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화재감정기관을 지정ㆍ운영토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과거 소방의 화재조사는 ‘소방기본법’ 내 일부 조항을 근거로 시행돼 왔다. 이 법적 근거에는 화재조사에 관한 질문권과 자격 관련 사항 등의 내용만 존재하고 세부 내용은 대부분 시행규칙이나 훈령으로 규정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소방의 화재조사 업무를 체계화하기 위해선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화재조사 관련 근거를 명확히 해 소방의 화재조사 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조사 결과를 소방정책에 환류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한 화재조사 관련 법률 마련 필요성은 사실 10여 년 전부터 등장했다. 하지만 국회 회기 때마다 관련 법안은 임기 만료로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21대 국회에서 소방관 출신 최초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분위기는 사뭇 변했다. 오 의원은 국민의 화재안전을 위한 이른바 ‘화재예방 3법’ 중 하나로 화재조사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나긴 고초 끝에 2021년 5월 국회를 통과한 화재조사법의 하위법령까지 마련되면서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소방청은 국가적 화재 예방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화재조사법’을 기반으로 조사 제도 강화를 통한 조사관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에너지저장장치 화재 ‘빨간불’… 정부 대책 ‘봇물’


소방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들이 잇따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소방청은 올해 2월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준 제정안 공포ㆍ시행에 들어갔고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5월 관련 안전 강화대책을 공식 발표했다.

 

소방청이 마련한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설치공사계획 또는 변경공사계획 인가를 신청하거나 신고하는 ESS는 새롭게 마련된 화재안전기준을 준용해야 한다.

 

제정안에선 ESS를 ‘생산된 전기를 전력 계통에 저장했다가 전기를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는 장치’로 정의했다. 또 전력변환장치(PCS)와 배터리관리장치(BMS), 에너지관리장치(EMS), 배터리 등으로 구분했다. 

 

옥외형은 컨테이너 등 ESS 전용 건축물 형태, 옥내형은 건축물 내부에 설치된 설비로 규정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춘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소화기와 방수량을 대폭 확대한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의무화를 비롯해 자동화재탐지설비는 공기흡입형과 아날로그식 연기감지기 등으로 제한했다. 이외에도 자동화재속보설비와 배출설비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의 ESS 화재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과 마련한 안전기준을 발표했다. 충전 제한규정을 보증수명으로 변경하고 배터리 셀의 열 폭주 방지를 위해 적합성 인증을 의무화한다. 또 지락 사고 시 절연저항이 제조사 기준 이하일 때 경보가 울리도록 안전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화재확산 방지를 위한 자체 소화시스템을 추가하고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준도 고친다. 안전관리자의 점검은 매월 1회로 의무화하고 배터리실의 위험한 내부압력 발생 시 감압을 위한 배출기능을 갖추도록 기준을 고치기로 했다.

 

또 전기설비 사고조사위원회를 신설하고 설비와 부품에 대해선 제조사 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화재안전기준, 고시ㆍ공고 형태 이원화


20년 가까이 고시 형태로 운영돼 온 화재안전기준은 올해를 기점으로 전면 개편이 이뤄졌다. 기존 38개에 달하는 국가화재안전기준을 ‘성능기준(고시)’과 ‘기술기준(공고)’ 등 두 가지 형태로 운용하게 된다.

 

소방청은 화재안전기준의 이원화로 신속한 개정은 물론 그간 나타난 신기술 또는 신제품 도입 지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산업 육성과 발전에도 이바지할 거란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화재안전기준은 건축물 등에 설치되는 소방시설의 구체적인 설치방법 등 기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지어지는 모든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은 이 화재안전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앞으로는 ‘화재안전성능기준(NFPC)’과 ‘화재안전기술기준(NFTC)’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ㆍ운영되면서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가 확대된다.

 

‘성능기준’은 화재 안전 확보를 위해 재료나 공간, 설비 등에 요구되는 안전성능 규정을 말한다. 이 기준은 소방청 고시로 규정돼 소방시설에 대한 ‘기본 규격’의 개념을 갖게 된다. 소방시설이 갖춰야 할 주요 성능 골격과 같다. 다양한 기술변화가 있더라도 반드시 유지될 필요가 있는 내용이 여기에 담긴다.

 

‘기술기준’은 ‘성능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상세 규격이다. 특정 수치나 시험방법 등을 열거해 소방청장으로부터 승인받아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각 시설의 성능 구현을 위한 사양에서부터 설치, 시험 조건 등 기술환경 변화에 맞춰 제때 개정해야 할 기준이 담겼다. 소방청은 내년부터 화재안전기준의 고도화를 위한 본격적인 개정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영, 신희섭, 유은영, 최누리, 박준호, 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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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러닝메이트/한국소방안전원]
[기획-러닝메이트/한국소방안전원] 안전을 넘어 정책의 기준 제시 ‘정책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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