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산불 현장 ‘게임 체인저’ 될 수 있을까?… 국회 모인 전문가들차규근 의원 주최 정책 간담회, 산불진화드론 실효성ㆍ한계 집중 논의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드론을 이용한 산불 진화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차규근 의원이 주최ㆍ주관한 이날 간담회엔 소방ㆍ산림공무원과 민간 드론 기업 관계자, 학계 인사 등 관련 전문가 약 15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차규근 의원은 “최근 드론을 이용한 산불 진화 방식에 대해 논의가 많고 외국에서도 활용되는 사례가 있는 것 같다”며 “드론을 이용한 산불 진화가 우리나라에선 어디까지 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발제자로는 이병석 순천향대학교 교수와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이 각각 나섰다. ▲허창식 서울 서대문소방서 소방장 ▲박광복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드론팀장 ▲최재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드론교육팀장 ▲고영웅 포스맥(주) 상무 ▲노정호 (주)쿼터니언 기술이사 ▲권성우 선진특장(주) 부회장 등은 토론석에서 견해를 나눴다.
먼저 이병석 교수는 군집 투하형 산불진화드론의 빠른 도입을 주창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군집 투하형 산불진화드론은 최대 16개의 소화볼을 탑재한 드론을 수십에서 수천 대까지 동시에 운용하는 형태다. 산불을 초기에 진화하거나 잔불을 제거하는 데 특화된 진화체계다.
이 교수는 “한 사람당 10대씩 조종자 100명이 드론 1천 대를 운용할 수 있다. 헬기 조종사가 아닌 소방청과 산림청의 기존 인력으로 충분하다”며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인 비행기 10대와 유인 헬기 10대를 구매해 10년간 운용할 비용이면 같은 기간 드론 4만6천 대를 도입ㆍ운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산불에 드론을 활용하자는 논의는 끝났다. 정말 한번 활용을 해보자”며 “R&D와 실증, 상용화는 별도 트랙으로 진행되겠지만 또다시 어느 지역에서든 산불이 날 것이기에 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황정석 소장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드론을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산불 현장에 무작정 드론을 투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불 초기 30분 이내에 드론을 투입시키는 건 100% 찬성한다. 확실하게 효과가 있고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며 “이걸 현실화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전국 1300여 119안전센터에 50~100㎏을 들 수 있는 드론이 1대씩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확산 단계에서 드론을 투입하면 사실상 효율이 없고 잔불 정리 단계에선 현장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할 공산이 크다”며 “확산, 잔불 정리, 쇠퇴 단계에 드론을 투입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쇼(show)한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소방드론 활용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진 허창식 소방장은 드론 투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앞선 발제자들의 설명을 평가ㆍ보완했다.
특히 드론은 잔불 정리에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두고 “드론을 활용한 진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그렇지만 드론이 수집한 열화상 정보를 기반으로 소방대원이 직접 가서 산불을 끈 사례가 많다”고 항변했다.
또 “산불이 재발화했을 때 그 위치를 알려줘도 대원이 접근하는 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드론으로 약제를 살포해 수관화로 번지는 걸 지연시킬 수 있는 만큼 드론은 충분히 활용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광복 팀장 역시 산불진화드론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박 팀장은 “산림청은 2017년부터 드론을 산불 현장에 접목해 운영하고 있는데 도입 이전엔 야간에 산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위험할 때가 굉장히 많았다”며 “드론이 도입된 이후로는 사람이 볼 수 없는 공간까지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 대원 안전 확보와 진화 계획 수립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론 진화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한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2021년부터 드론진화대를 운영 중인데 울진 산불에서 사용해 본 결과 효과가 미흡했다”며 “진화 재료 등 시스템 자체가 미비하고 드론의 안전성도 많이 떨어지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체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200ℓ 정도의 페이로드를 갖춘 드론을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영웅 상무는 “중국 D 사가 장악한 드론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려면 정책적 보호ㆍ육성과 규제 완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노정호 기술이사는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최신 기술을 썼는지 등을 논하기보다는 실제 현장에 맞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을 공공기관이 제시하고 기업들이 이에 응해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성우 부회장은 “차량 기술 쪽과 연관시켜 보면 차량에 드론을 실어서 갔을 때 적은 인력으로도 신속한 전개가 가능토록 운용상의 편의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청취한 차규근 의원은 “국회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이 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들과 별도 면담을 통해 어떤 입법적 과제가 있는지, 외국 사례는 어떤지 정리해 주면 법안을 만들고 규제를 개선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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