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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에 빠진 화학-Ⅵ

화학자가 바라본 심오한 소방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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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 기사입력 2026/02/02 [10:00]

소방에 빠진 화학-Ⅵ

화학자가 바라본 심오한 소방의 세계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 입력 : 2026/02/02 [10:00]

화재현장에서 만나는 무서운 연기, 위험한 물질들 ①

사실 지금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질소와 산소가 지나다닌다는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전자제품과 생활용품은 화학이라는 걸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화학병에 걸리면 세상의 모든 물건을 화학적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호에서는 불 속에 빛을 내는 분자들이 있다는 사실로 불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화학 전공자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게 불이 나면 항상 같이 발생하는 연기에 관한 연구였다. 불이 나면 연기가 발생한다. 연기를 그럴듯하게 연소 현상에 의해 생성된 연소생성물과 공기가 함께 혼합된 흐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연기 속엔 무엇이 있을까? 연소나 연소로 발생된 열에 의한 화학반응 때문에 생성된 물질이 있을 것이다. 세상의 원리는 우리 선조의 속담과 같이 이해하면 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이런 속담들은 과학 분야에도 적용된다. 과학에서는 원인이 제공된 당연한 일들만 일어난다. 공기 중에는 항상 산소(O2)가 존재한다. 따라서 연소가 진행되는 반응을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가연물 속에 탄소(C)가 있다면 CO₂, CO 등, 황(S)이 있다면 이산화황(SO₂, 이산화황이 물을 만나면 아황산(H₂SO₃)이 된다. 질소(N)가 있다면 이산화질소(NO₂)가 되고 물에 녹으면 질산(2NO₂+H₂O → HNO₃+HNO₂)이 된다.

 

불소가 함유된 물질이 타면 불화수소가 생길 수 있다. 불화수소가 물과 만나면 불산이 된다. 불산은 약산이지만 세상의 물질을 쉽게 녹일 수 있는 무서운 산이다. 이차전지 중 하나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 속에 LiPF6가 들어있다. 

 

이 LiPF6를 왜 사용하냐면 LiPF6는 용매에 녹으면 Li+와 PF6-로 분리된다. 일단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이 충전과 방전 시 양극과 음극을 왔다 갔다 해야 된다. 전해질로 사용되는 유기용매에 잘 녹을 뿐 아니라 전지 반응에서 분해되지 않고 안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리튬배터리를 태우면 당연히 리튬 산화물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불소를 함유하는 물질이 있어 불화수소가 나올 수 있다. 때로는 일반적인 차를 태울 때 불화수소가 나오기도 하는데 불소가 포함된 화학물질이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되기에 불화수소가 나오는 게 전기자동차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크게 일차전지 공장에서 불이 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도 Li/SOCl2 전지다. 이 전지가 타게 되면 황(S)과 염소(Cl) 산화물 등의 형태인 유해한 황산 등의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학부에서 여러 실험을 하며 세상의 모든 물질이 다 유해한 것처럼 느껴졌다. 실험에 사용하는 시약들을 조사하면 유해하다는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만약 물속에 H+(수소이온)과 Cl-(염소이온)이 있다고 하자. 바닷물 속에는 이 두 성분이 다 있다. 그럼 HCI, 즉 염산이 있으니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위험할까? 아니다. 위험해지는 순간은 전적으로 두 이온이 많이 존재할 때다. 모든 건 과하면 문제라는 게 여기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그 양이 많지 않으면 영향이 덜 하기에 충분히 우리 건강을 해치지 않고 인간 스스로가 자정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중ㆍ고교 시절 탄화수소의 연소에 관해 배웠을 테다. 가연물이 메테인이라고 하면 메테인은 풍부한 산소 하에 반응식을 2CH4 + 3O2 → 2H2O + 2CO2라고 쓸 수 있다.

 

여기서 산소가 충분치 않거나 다른 이유로 CO2 대신에 CO가 생성될 수 있다. CO라고 하면 일산화탄소인데 참 무서운 가스다. 학창 시절 생물 시간에 배웠을 CO는 헤모글로빈에 산소 대신 달라붙어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 

 

캠핑장에서 난로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곤 하는데 이때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불이 나면 일산화탄소도 많이 생성되는 것 같다. 

 

아래 표를 보면 훈소나 초기 화염에서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하므로 산소 농도는 감소하게 된다. 이 경우 산소가 부족하지만 화세가 크지 않기에 충분히 탈출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제법 불이 크게 나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함과 동시에 산소 농도가 감소하므로 수분 이내에 현장을 탈출하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

 

화재가 구획된 방 전체에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완전발달화재에서는 일산화탄소뿐 아니라 방에 있는 다양한 생활 물품으로 인한 추가 독성 가스가 생성된다. 따라서 1분 이내에 무력화돼 사망할 수 있다1).

 

화재 종류 화재성장속도 CO2/CO(비) 무력화 시간 탈출 시간
훈소나 초기 화염 느림 ~1 수시간 (Hours) 경보 시 충분히 탈출
화염화재 빠름 1000→ 50 감소, 낮아짐 수분 (A few minutes) 수분
작고 맹렬한 화염 빠른 후 느림 <10 수분 수분
완전 발달화재 빠름 <10 화재 근처 1분 이내, 연기 정도에 따라 다름 탈출 불가능 또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

▲ 대규모 화재시뮬레이션 시험을 통해 밝혀진 화재 종류에 따른 위험성

 

시간(분) 1 2 3 4 5 6
CO(㏙) 0 0 500 2000 3500 6000
HCN(㏙) 0 0 0 75 125 174
CO2(%) 0 0 1.5 3.5 6 8
O2(%) 20.9

20.9

19 17.5 15 12

▲ 하나의 안락의자가 놓인 방 연소사례의 초기 6분간 질식성 가스의 매분 평균농도

 

위 표에서는 하나의 안락의자가 놓여 있는 곳에서 실험했을 때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의 농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의 경우 IDLH(Immediately Dangerous to Life and Health) 농도, 즉 노출되는 즉시 생명과 건강에 위험한 농도는 1500㏙, 시안화수소는 50㏙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를 고려할 때 하나의 소파를 태우면 4분 이내에 그 현장을 빠져나와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캠핑장이나 집에서 요리할 때 불을 보는 건 좋지만 연기는 견디기 힘들다. 화재현장에서 불이 나면 항상 연기가 함께 생한다. 이 연기는 사람의 거동에도 영향을 끼친다. 

 

▲ 비자극성ㆍ자극성 연기에서 보행속도 출처 SFPE 방화공학핸드북 

 

위 그림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연기(좁은 점선······)의 경우 연기 농도가 증가하면 초기 보행속도가 비교적 완만하게 감소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나무 연기(긴 점선-----)의 경우 농도가 초기보다 두 배 증가하면서 일반적인 보행속도인 1.1㎧에서 0.3㎧로 감소한다.

 

이는 인간의 보행은 연기로 인해 가시성 요소뿐 아니라 연기의 냄새 자극으로도 현저히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결론적으로 화재가 건물 내에서 발생하면 그로 인해 생성된 연기는 인간의 대피속도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많은 양의 연기가 발생하기 전에 빠르게 대피해야만 화재현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화재현장에서는 무조건 빠르게 대피하는 게 정답이 아닐 때도 있다. 예전에 소방청에서 ‘불나면 대피 먼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던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젠 전문가도, 소방청도 “화재 상황을 보고 아래로 갈지, 위로 갈지 등 상황에 맞게 대피하라”고 한다. 실제로 불이 난 상황마다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므로 화재 시 대피에는 정답이 없다.

 

앞서 언급한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처럼 실제 불이 나는 곳에서는 타는 재료에 따라 유해한 물질이 다르게 생성된다. 일반적인 화재현장조차 어떤 물질이 나온다고 명확히 할 순 없다. 화재현장 내 가연물의 종류가 정확하게 일치하기 어렵고 화재가 커지는 양상이나 단계 등에 따라 생성물이 다를 수 있어서다.

 

이런 부분을 연구와 실험을 통해 정확히 측정하기도 매우 어렵다. 연소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측정기 대부분은 고온이 되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이나 전처리하는 방법이 연기가 가스인지, 고체인지, 액체인지 등 성분에 따라 다 다르다. 따라서 분석기기를 잘 선정하고 전처리도 잘해야 한다.

 

실제로 화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화재현장이나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미지의 물질을 화학물질 분석자나 분석 연구소에 가져다주면 쉽게 무엇인지 알고 결과를 내줄 거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화학물질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선 수많은 분석기기 중에 적절한 기기를 선택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다.

 

만약 화학물질 분석을 의뢰한다면 그 물질이 어디서 왔고, 어떤 상태고, 어떤 성분이 존재하는지를 알고 싶다는 걸 분석기관과 상의해야 분석할 수 있는지를 겨우 알 수 있다.

 

화재로부터 나오는 수많은 물질을 정확히 분석하는 건 쉽지 않다. 이 분야 많은 연구진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물질을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그 물질들만을 타겟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다.

 

화재장소 측정 위치 대상 시료 수 측정 시간(min) PM10(㎍/㎥)

식당

천장

전체  개인  1  35  1,456.0 
내부  지역  1  30  545.4 
정수기 전체  개인  1  34  39,975.6 
식당  개인  2  22  6,231.7~30,470.5
예배당  지역  2  33  39,975.6~52,464.1 

잉크

공장

전체  지역  1  41  4,634.5 
내부  지역  2  39  19,535.5~55,086.1 
외부  지역  1  27  638.9 
곰탕 전체  개인  2  15  759.1~1,676.3 

▲ 화재가 발생해 119에 신고된 이후 화재현장에 가서 측정한 PM10 수치

 

그런데 불이 나면 연기 속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기 중에 작은 고체 덩어리들인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또 기체상태인 많은 유해한 산, 유기화합물 등이 있고 액체나 고체상태인 검댕, 즉 PAHs(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로 불리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존재한다. 

 

이제 언급하고 싶은 건 화재현장에서의 미세먼지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연구용역기관과 함께 화재현장 주변의 유해한 물질들을 측정해 본 적이 있다. 불이 난 주변에서 먼지의 농도를 측정해 봤더니 PM10의 농도가 엄청났다.

 

PM10은 공기 중에서 10μm 이하의 입자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머리카락이 50~70μm이니 얼마나 작은 입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 봄철 미세먼지 농도에 아주 민감하다. 적어도 난 그렇다. 알레르기가 있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공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가 200μg/㎥ 정도라면 미세먼지 매우 나쁨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실험이 아닌 화재조사관과 함께 화재현장에 출동해 주변 등에서 측정한 미세먼지의 농도(위의 표 참조)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화재현장에 가면 목에 가래가 끼고 텁텁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이 나면 연기가 나고 그 속에는 화재의 결과물로 기체상태가 아닌 미세먼지가 추가로 생성된다. 이 미세먼지의 성분이 무엇이다라고 단정하기 어려운데 흡입하거나 몸에 닿으면 우리 몸에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화재현장에 있다 보면 눈이 맵고 숨쉬기가 힘들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호흡을 통해 내 몸속으로 그 입자가 들어 오는 것이었다. 호흡기로 흡수되는 건 물론이고 피부로 흡수되는 양도 상당하기에 누군가는 유해물질의 피부 흡수 위험성을 파악하고 연구하기도 한다. 

 

이런 연구는 피부나 보호복, 보호구의 표면을 닦아 유해한 물질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화재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유해물질을 분석하는 것보단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화재현장에 노출됐을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호흡을 통한 유해물질의 흡입이다. 

 

화재현장을 다녀오면 가래가 끼곤 했는데 연기 입자가 크면 폐의 잔가지 쪽으로 가지 않고 목 주변에 걸러져 가래로 나온다. 하지만 미세하게 작은 물질은 폐의 가지 끝까지 갈 수 있고 혈액으로 들어가 몸속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1) SFPE 방화공학핸드북(3판)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hdongh1@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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