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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분리도급 법안, 소방인도 ‘갑론을박’… 왜?

신정훈 이어 문진석 의원 추가 발의… 국토부 반대에 표류하는 법안
변한 게 없는 건설 분야 “비효율ㆍ책임소재 불분명” 논리, 또 되풀이
6년 전 공사 분리도급 때와는 다른 기류가… 반대하는 소방기술자들
저임금, 고용 불안 걱정하는 감리 현장… 업계는 “과도한 우려” 일축
온전치 못한 소방감리 해결하려면 “비상주 감리부터 손봐야”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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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5/08 [19:18]

[이슈분석]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분리도급 법안, 소방인도 ‘갑론을박’… 왜?

신정훈 이어 문진석 의원 추가 발의… 국토부 반대에 표류하는 법안
변한 게 없는 건설 분야 “비효율ㆍ책임소재 불분명” 논리, 또 되풀이
6년 전 공사 분리도급 때와는 다른 기류가… 반대하는 소방기술자들
저임금, 고용 불안 걱정하는 감리 현장… 업계는 “과도한 우려” 일축
온전치 못한 소방감리 해결하려면 “비상주 감리부터 손봐야” 쓴소리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6/05/08 [19:18]

▲ 소방기술자가 공사 현장에서 소방시설 감리를 하고 있다.  © FPN


[FPN 박준호 기자] =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갑)이 소방시설 설계와 감리의 분리도급 의무화를 골자로 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나주ㆍ화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모두 소방시설 설계ㆍ감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소방시설 품질을 높이고 국민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분리도급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연이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와 패널 대부분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신정훈 의원 법안은 여전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업무 비효율과 책임소재 불분명, 공종 간 협의 단절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20년 소방시설 공사 분리도급 도입 당시 제기했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소방 분야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온다. 무려 8845명의 소방기술자가 신정훈 의원실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저가 수주에 따른 품질 저하 해소와 공정한 입찰기회 부여를 통해 소방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제도 개선안에 소방인들은 왜 거세게 반대할까. <FPN/소방방재신문>이 찬반 논리 등 쟁점을 짚어봤다.

 

전기 분야 분리도급 시행에 소방에도 필요성 수면 위


소방시설은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건축물에 의무 설치되는 법정 안전설비다. 2020년 전까진 시행사(발주처)가 종합건축사사무소와 종합건설사 등에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공사를 일괄 발주했다. 그러면 종합건축사사무소와 종합건설사는 다시 설계ㆍ감리, 공사를 수행할 전문 소방시설업체와 계약을 맺어 왔다.

 

소방인들은 이러한 통합발주 구조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원도급자(종합건축사사무소ㆍ종합건설사)가 본래 책정된 금액에서 일부 이윤을 제외하고 하도급을 하다 보니 전문업체가 충분한 용역비를 받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난 2020년 5월 20일 당시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소방인들의 숙원은 이뤄졌다. 이 법안은 소방시설 공사를 다른 공종과 분리해 도급하도록 한 게 골자다.

 

당초 이 개정안엔 공사뿐 아니라 설계와 감리도 분리도급 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그러나 입법 심사 과정에서 타 분야(전기ㆍ통신)에도 설계ㆍ감리는 분리도급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종적으로 공사만 반영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2년 10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전력시설물의 설계ㆍ감리 분리도급이 법제화됐다.

 

여기에 신정훈ㆍ문진석 의원이 동일한 법안을 연이어 발의했다.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분야 분리도급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배경이다.

 

소방기술자들 “분리도급 시 국민 안전 오히려 위협”


특이한 건 소방시설 공사 분리도급 때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소방시설 공사 분리도급 법안엔 국토교통부와 종합건설사 등이 반대했을 뿐 소방 업계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20년 넘게 활동한 주요 기술인력이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감리 분야에서 이런 기류가 뚜렷하다.

 

반대 의견을 내는 기술인들은 소방공사감리 분리도급이 소방기술자의 고용구조를 뒤흔들고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A 씨는 “종합건축사사무소는 여러 현장을 계속 수주하고 관리하기에 감리원을 장기고용하는 구조지만 전문 소방감리업체는 공사 수주 시에만 프로젝트(계약직)식으로 채용하는 일이 더 많다”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계약이 종료돼 감리원들은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현장마다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하는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소방공사감리 분리도급이 오히려 소방시설 품질을 저해하고 소방산업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B 씨는 “완전 분리도급된 소방점검업 분야는 현재 최저가 경쟁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며 “법이 시행되면 설계와 감리도 이 수렁에 빠지게 되고 이는 건전한 발전은커녕 더 영세화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합건축사사무소는 일정 수준 이하의 용역비는 수주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최저가 수의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분리도급되면 최저가 경쟁으로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화할 건데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법을 추진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20년 이상 경력의 소방기술자 C 씨는 “전기ㆍ통신ㆍ소방을 함께 수행하는 이른바 전문 공종 감리업체의 경우 한 명의 기술자를 여러 공종에 중복 배치하기도 한다”며 “이런 구조가 굳어지면 소방감리 전문성이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리도급이 시행되면 소방감리원이 방화구획이나 피난 동선 등 건축 분야와 맞물린 문제를 지적해도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공사가 중단되거나 애매한 쟁점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채 넘어갈 수 있다. 결국 공기 지연과 소방시설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적정 대가 확보되면 기술자 처우 달라질 것”


반면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분리도급에 찬성하는 소방산업 종사자들은 이들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일축한다. 현행 통합발주 구조 탓에 입찰 참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개선되면 당연히 소방기술자의 합당한 대우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전문 소방시설업체를 운영 중인 D 씨는 “현재도 분리도급이 가능하지만 발주처는 계약ㆍ관리 등의 편의성을 이유로 건축사사무소와 턴키로 계약한다”며 “전문 소방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리도급되면 적정 금액으로 수주하기에 소방산업이 활성화되고 소방기술자들의 처우 또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근로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건 과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전문 소방시설업체 대표 E 씨는 “전문 소방업체들이 종합건축사사무소보다 낮은 용역비를 받는 건 사실이기에 기술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민간 분야는 철저하게 검증해 기술력 있는 회사를 선정하기에 최저가 수의계약과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리 분야의 프로젝트성 계약은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며 “사실 분리도급되면 오히려 영업 네트워크를 가진 대형 전문 소방업체의 수주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도 오롯이 소방 분야의 독립성 확보와 발전만을 고려해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도급을 단순한 수익 배분 문제가 아니라 소방시설 설계ㆍ감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 소방시설업체 관계자 F 씨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소방 분야가 독립된 기술 영역으로 평가받기 어렵다”면서 “소방이 적정한 대가를 받고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만 소방기술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지 않겠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진정 소방공사감리 분야 발전 이루려면…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소방기술자와 전문 소방업체 간의 이견은 ‘감리 분야’에 국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 분야에 대해선 기술자도, 관련 기업도 반대하는 의견을 찾기 어려웠다.

 

소방기술자들이 분리도급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최저가 수의계약 제한’과 ‘적정임금제 보장’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계약 자유 침해와 자본주의의 시장경쟁 체제까지 뒤흔들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소방기술자와 전문 소방업체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지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비상주 소방감리’ 실태다.

 

현행 비상주 감리 체제에선 기술자 근로 여건은 물론 감리 전문 업체의 건전성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발성 계약직 인력 고용 문제 역시 상주 감리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풀리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방감리 분야 종사자 G 씨는 “소방감리 영역의 고질적인 문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방문해 현장을 감독할 수 있도록 방치한 구시대적 소방감리 제도에 있다”며 “엉터리 비상주 소방감리 제도를 손질하지 않는 한 분리도급이 실현되더라도 소방감리의 본질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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