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 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고위퇴직자들의 재취업은 비단 어제와 오늘만의 일은 아닌 듯 싶다. 늘 그랬듯이 청산해야할 시대적 과제로서 지적되어 왔지만 역대 정권들의 전리품으로 지금까지 활용되는 것을 보면 가히 고운 시선으로 바로 보기가 어렵다.
날이 갈수록 지속되는 경제의 불황은 기업이나 개인의 경쟁력을 가속화시키고 있고 스스로에 대한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도태되고 마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평준화가 없는 성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는 반면 또 다른 세계인 성역에서는 타인이 인생의 절반을 일궈온 노력의 산실들을 한 순간의 물거품으로 만들며 그들의 꿈과 이상을 가로채 버린다는 사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특히 고위공직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고질적 병폐는 무사안일과 상명하복의 비능률적이고 창의성 없는 경쟁력이 상실된 개인이나 기업 문화를 양산하는 등 반복의 악순환을 거듭해 결국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일명 낙하산 인사라 불리는 고위공직자들의 정년 후 재취업이 꼭 찝어 부정적이고 비생산적이라는 것만은 아니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자신이 속한 단체나 기관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로비스트로 활약할 수도 있고 외풍에 대한 방패막이로도 입지와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상층부의 입김이 작용해 자리한 인물들이 얼마나 소신껏 기량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일이다.
공직사회는 조직과 사회의 생산성을 창출시키고 향상시키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영능력 등이 일반인이나 일반 기업들보다도 전문화되고 월등해야 우리 사회를 선도해나가는 기관으로 입지를 내세울 수가 있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지식경영’이라는 저서를 통해 지식근로자는 “내가 수행해야할 과업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생산성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정보화 사회는 고도의 경쟁 사회이며, 기업이나 국가 혹은 개인이 얼마만큼 가능성 있는 예측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패의 갈림길이 결정되며, 과거 안일무사주의와 같은 복지부동의 자세로는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직사회에서 재취업은 조직과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자리이지 개인적으로 얻어지는 노후 보상이 아니라는 점을 필히 인지하고 스스로에 대한 경쟁력을 반문하며 공익을 위한 새로운 대상을 찾아 도전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지속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