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지 않아서인지 피서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곳곳에 옹기종기 늘어선 상점 주인들의 파라솔을 정리하는 투박한 손 길에서 다가오는 여름에 대한 기대와 분주함을 느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재난안전네트워크 회원들도 신록이 울창한 숲을 굽이돌아 유유히 흘러 내리는 맑디 맑은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나마 바쁘고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여유와 자유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보람 있는 계기가 됐다.
재난안전네트워크는 국가 재난관리 전담기관인 소방방재청이 개청한 후인 지난 2004년 12월 14일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그 모습을 선보였다.
재난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들
최근 날이 갈수록 재난피해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심화되어 가는 우려속에서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성격이 각기 다른 17개 회원단체가 서로의 손을 맞잡은 것이다.
여기에는 재난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 피해주민과 호흡을 같이 하며 재기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과 봉사활동을 하는 적십자사, 새마을중앙회, 자원봉사센터협회, 자원봉사협의회 및 안실련 등이 참여했다.
또 피해주민에 대한 구조·구급과 의료봉사에 앞장서는 간호협회와 의사협회, 구조연합회와 해병대전우회, 의용소방대연합회 등이 활발히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느 학자는 현대의 시대정신을 '통합(integration)'이라는 함축된 말로 표현하면서 앞으로 우리 국가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좌표를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난안전네트워크에 소속된 각 회원단체의 면면을 보면 태생과 그 역할이 다르다. 뿐만아니라 구성원들이 각기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어 서로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염려를 떨쳐 내고 단체 상호간 역할 분담과 협력·지원이 잘 이뤄져 '통합'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재난관리의 실효성과 안전성 확보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선구자적 입장에서 시대정신을 먼저 깨닫고 한 발 앞서 나간 국가 재난관리의 젖줄이 아닐 수 없다.
자기희생과 화합으로 결속력 다져야
그렇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재난안전네트워크가 국민으로부터 보다 사랑받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한차원 높은 수준의 자기 희생과 화합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회원단체간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신뢰와 협조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각기 특성이 다른 여러 개의 회원단체가 결성된 관계로 서로 화합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불신이 팽배해 질 경우 방향타를 잃은 배가 목적지를 잃어 버리고 파도에 이리저리 쏠려 결국 좌초되고 말거나 망망대해를 부초처럼 떠돌듯이 재난안전네트워크 또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화합과 믿음을 갖지 않고서는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자기 희생을 감내하고 조직을 유연하고 유기적으로 이끌어 나갈 실력있는 리더의 육성·발굴이 필요하다.
현재 각 회원단체가 순번으로 간사단체를 지정하여 행정적인 사무를 총괄 관리토록 하고 있으나, 간사단체에서 호선되는 사무총장이 다른 회원단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특정단체에 편중되는 등의 독선적인 행태를 보일 경우 성공적인 조직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평온하면 잊혀지기 쉬운 봉사자들에게 박수를
남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희생정신이 투철하고 조직의 화합과 안정을 다져 나갈 수 있는 역량있는 리더십의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나서야 조직의 기틀을 조기에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정부와 지자체, 국민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난안전네트워크는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현장 곳곳에 투입되어 국민들의 이목을 받지만, 평상시에는 조용한 가운데 재난예방 활동에 임하는 업무의 특성상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오래 기억되기 어렵고 잊혀지기도 쉬운 존재인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난안전네트워크가 행정력의 밀도가 낮아져 그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재난 사각지대까지 포괄하여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굳건한 생명수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아낌없는 행·재정적 지원은 물론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격려가 큰 힘이 될 것이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safe korea 실현!' 우리 모두가 염원하고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우리의 가정을 변함없이 지키고, 물샐 틈 없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냄으로써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재난안전네트워크는 재난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17개 회원단체가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고 그 발걸음을 내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