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믿고 따라온다면 분명 변화될 것” 산업진흥 의지 ‘불끈’ 남화영 소방청장남 청장 “소방청과 산업계 공동 노력으로 산업 생태계 건강성 회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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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이 적극성을 띤다면 산업계도 믿고 따라와 분명히 변화되지 않겠나. 늘 산업계에만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거나 알아서 하라고만 해선 산업진흥을 이룰 수 없다. 소방공무원 조직과 산업계에 쌓인 불신의 벽을 허물겠다”
지난달 소방청장 집무실에서 만난 남화영 청장은 최근 두드러진 소방산업 진흥 정책에 관해 묻자 이같이 말하며 소방산업 진흥을 위한 소방청과 산업계 공동 노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방산업의 육성과 진흥 추진전략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세부 이행과제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15년이 지났다. 소방청은 올해를 ‘소방산업의 생태계 건강성 회복의 원년’으로 정하고 산업 진흥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 ‘모든 부처는 수출 부처이자 산업 부처라는 확고한 인식을 하고 업무에 임해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훈시 이후 소방청의 산업 육성 정책은 더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3월 남화영 청장(당시 직무대리)이 직접 주재한 산업계와의 간담회에선 실질적인 의견들이 오갔다. 이후 수렴 의견에 따른 소방청의 입장과 진흥 정책을 담은 이 계획이 발표됐다. 분야 내에선 “이번엔 정말 산업 진흥 정책이 뭔가 달라지려나 보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소방청의 통상적인 산업 진흥 정책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분야 내에선 의아함과 동시에 기대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 청장의 강한 의지가 투영된 ‘2023년 국가 소방산업 진흥 및 육성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소방청은 내수 시장 활성화로 소방산업체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유통망 개척,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소방산업 활성화 등 세 가지 전략을 이 계획에 담았다.
남 청장은 “2010년 이후 소방산업진흥 기본계획과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등 소방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실 미진한 점도 많았다”면서 “올해를 소방산업 생태계 건강성 회복의 해로 삼고 소방산업 진흥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이 계획에서 소방산업 육성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내수 시장 활성화’를 꼽았다. 우선 소방장비가 공공조달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공공판로개척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방장비 종합정보포털을 구축해 24시간 온라인 제품홍보가 가능토록 하고 구매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전국 소방관서의 소방장비 구매수요를 공표함으로써 기업들의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판로개척 방안 중 대표적인 정책은 중앙소방장비품평회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기간에 맞춰 사흘간 진행된다. 소방청은 이 품평회가 소방관서 장비의 실제 구매로 연계될 수 있도록 소방장비 판매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전국 지역 소방본부별로 진행된 장비품평회를 일원화해 기업과 지방 소방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남 청장은 “소방청 주관 구매연계형 중앙소방장비품평회로 실질적인 내수 공공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매출 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산업체의 경영 내실화를 위한 방안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소방산업 경영 지원을 위해 기술보증기금, KB그룹 등과의 전략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끌어내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남화영 청장은 “앞으로 기술보증수수료를 추가 할인하고 이행보증수수료를 4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며 “통합보증한도를 출자금의 26배까지 확대하는 등 소방산업체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특허와 상용화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특허 획득 소요경비와 국내ㆍ외 출원, 등록, PCT 국제출원 소요비용을 지원하는데 더해 신기술이나 제품을 혁신제품으로 지정해 3년간 수의계약과 조달청 시범구매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남 청장은 “소방산업 발전을 위해선 글로벌 유통망 개척과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면서 두 번째 전략으로 설정한 해외 시장 진출 방안을 소개했다.
먼저 산업계 간담회에서 건의된 소방용품 기술기준과 화재안전기준의 영문제작 사업에 나선다. 또 해외 성능 시연 비용 지원과 함께 주요 국가의 대표단을 대상으로 K-소방 유저클럽을 개최해 국내 소방장비의 우수성을 알리기로 했다.
남화영 청장은 “해외 소방전시회에 통합한국관을 운영해 K-소방 브랜드화를 지원하고 해외 시장 개척단 운영을 연 2회로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특허나 해외 국제인증 획득을 지원하고 중동 시장점유 1위 기업인 나프코 사와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글로벌 유통망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프코 사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소방제조사로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안전, 보안 장비 등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 5월 중순 소방청은 나프코 사를 찾아 올해 열리는 대구 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참여를 요청하고 우리나라 소방산업의 중동 진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소방청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업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남 청장은 “수출지원 공모사업에 참여한 소방산업체에 대해선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과 수출, 물류 바우처를 지원하도록 협의 중”이라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해외지사화사업과 수출멘토링사업을 연계해 수출전문위원과 소방산업체를 1:1로 연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 중 국내 소방장비를 필요로 하는 국가와 품목을 조사해 소방장비를 부상으로 지원하는 등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부와의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방청이 구상한 해외 시장 진출 사업 중 하나는 ‘K-소방인증제’다. ISO, NFPA 등 국제기준을 능가하는 소방장비 기본규격 개발과 국가 인증제도(KFAC)를 확대 운영하고 아시아소방검정기관협의회(AFIC) 소속 10개국의 검ㆍ인증체계를 분석해 국내 소방인증기준에 반영하는 등 수출 장벽을 완화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나라 KFI 기술기준이 아시아지역에 통용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남화영 청장은 “과감한 규제개혁도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며 “연구, 산업 분야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고 맞춤형 안전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위험물시설에 설치하는 가스계소화설비의 소화약제 허용범위를 넓히고 소방용품ㆍ장비의 생산제품검사 수수료 할인 대상을 확대한다. 다양한 소방용품의 사용 제한 규제는 풀고 산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수료 비용을 낮춰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또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성능위주설계 심의절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심의 기간을 과감히 줄이고 위험물안전관리 규제를 완화해 해외기준과 반도체 시설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남화영 청장은 “올해를 소방산업 발전을 위한 생태계 건강성 회복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수립된 정책의 현실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양한 진흥 정책으로 앞으로 3년간 국내 매출액은 약 9165억원, 해외 수출액도 1375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