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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단독] 일본인 숨진 ‘국제 망신’ 소공동 캡슐호텔 ‘불법 소방시설’ 있었다

숙박시설 연기감지기 의무 10년 됐는데… 천장에 버젓이 달린 ‘열감지기’
화재 발생 1년 10개월 전 용도변경 때 설계도면 보니 ‘연기감지기’ 표기
공사업체 과실인가? 공사 이후 감지기 교체했나? 불법인데 원인은 몰라
관할 소방서, 용도변경 당시 ‘비협의 대상’ 분류… 구멍 난 소방 예방 행정
사각지대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조차 안 돼… 6ㆍ7층에도 열감지기 설치
부실 점검 도마 위… 점검업체, 용도변경 알았는데도 불법 소방시설 못 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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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4/27 [11:10]

[집중취재/단독] 일본인 숨진 ‘국제 망신’ 소공동 캡슐호텔 ‘불법 소방시설’ 있었다

숙박시설 연기감지기 의무 10년 됐는데… 천장에 버젓이 달린 ‘열감지기’
화재 발생 1년 10개월 전 용도변경 때 설계도면 보니 ‘연기감지기’ 표기
공사업체 과실인가? 공사 이후 감지기 교체했나? 불법인데 원인은 몰라
관할 소방서, 용도변경 당시 ‘비협의 대상’ 분류… 구멍 난 소방 예방 행정
사각지대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조차 안 돼… 6ㆍ7층에도 열감지기 설치
부실 점검 도마 위… 점검업체, 용도변경 알았는데도 불법 소방시설 못 걸러

박준호, 최영 기자 | 입력 : 2026/04/27 [11:10]

▲ 지난 14일 오후 6시 10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복합건물 3층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이 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FPN 박준호, 최영 기자] = 일본인 여성 1명이 숨진 소공동 캡슐호텔에 현행법상 맞지 않는 ‘불법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특히 관리ㆍ감독 책임이 있는 소방의 예방 행정에 구멍이 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화된 법 규정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한 수사기관의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4일 오후 6시 10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복합건물 3층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서울큐브명동’에서 불이 났다.

 

서울큐브명동은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2층 구조 침상이 빈틈없이 놓인 ‘캡슐형 숙박시설’이다. 3층은 여성 전용, 6층은 남성 전용(일부 여성룸 포함)으로 운영됐다.

 

3층 C룸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된 불은 내부 가연물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내부 곳곳으로 연기가 유입되면서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특히 사상자가 모두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버젓이 자리한 불법 소방시설, 인명피해 초래했나

그런데 이곳엔 인명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아주 치명적인 결함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서울큐브명동’은 현행법상 ‘숙박시설’로 분류된다. 이곳은 2024년 5월 3일 기존 제2종근린생활시설(학원)과 업무시설(사무소)을 숙박시설로 용도변경하고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6층은 그해 12월 20일 용도를 바꿨다.

 

▲ 불이난 서울큐브명동 3층 객실 내부엔 현행법에 따라 반드시 연기감지기가 설치됐어야 했지만 사진과 같이 열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 제보 사진

 

문제는 이곳에 설치된 화재감지기 종류다. ‘서울큐브명동(3층)’에는 현행법에 따라 반드시 연기감지기가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위법한 열감지기가 적용돼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23일 숙박시설에는 반드시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법을 강화한 바 있다. 불특정 다수가 취침하는 숙박시설 특성상 조기 감지에 따른 신속한 경보로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열감지기는 화재 시 실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기준치에 이르렀을 때 작동한다. 이에 연기감지기보다 화재 인지 속도가 느리다. 화재 초기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연기가 먼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소방방재청(현 소방청) 시험 결과 열감지기는 연기감지기보다 무려 8분 늦게 작동했다.

 

현행법상(‘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특정소방대상물이 증축되거나 용도변경되는 경우에는 용도변경 당시의 ‘소방시설의 설치에 관한 대통령령’ 또는 ‘화재안전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이곳은 반드시 ‘열감지기’가 아닌 ‘연기감지기’를 설치했어야 했다. ‘서울큐브명동(3층)’에 설치된 열감지기는 ‘불법 소방시설’이었던 셈이다.

 

관할 소방서인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화재 당시 경보가 울리긴 했다. 하지만 해당 건물에 P형 수신기가 설치된 탓에 경보가 제때 울렸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P형 수신기엔 소방시설의 작동 이력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보가 제때 울렸다 한들 열감지기는 연기감지기보다 작동이 늦어 피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을 수밖에 없다.

 

도면엔 연기감지기, 현장엔 열감지기… 어디서 구멍났나

▲ <FPN/소방방재신문>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큐브명동(3층)’ 설계도면엔 열감지기가 아닌 연기감지기로 표기돼 있다.  © FPN


<FPN/소방방재신문>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큐브명동(3층)’의 설계도면을 분석해보니 용도변경 전과 후 모두 도면상에는 광전식 연기식 감지기(2종)로 표기돼 있었다. 설계와는 딴판인 위법한 감지기가 적용된 것이다.

 

도면과 상이한 감지기가 현장에 설치된 배경을 쉽게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소방시설 시공 또는 내부 인테리어 과정에서 도면상 표기된 연기감지기를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누가 소방시설을 시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착공신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서울시 중구청은 3층 용도변경 일주일 전인 2024년 4월 26일 ‘용도변경허가(사용승인 일괄) 신청에 따른 업무 협의’란 제목의 공문을 중부소방서에 송부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소방시설이 설치되는 대상물의 용도가 변경될 때 취하는 필수 행정 절차다.

 

이 문서엔 ‘건축물의 용도변경 허가 신청서가 접수되어 귀 부서(기관) 소관 업무 및 관련 규정에 대하여 업무 협의하오니 5월 1일까지 회신을 달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중부소방서는 숙박시설로 용도변경한 '서울큐브명동(3층)'을 ‘비협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도면만 검토했다.     ©FPN

 

이에 중부소방서는 4월 29일 ‘우리 소방서 착공신고사항이 없으므로 비협의 대상으로 회신한다. 다만, 기존에 적용된 소방시설과 소화기구, 유도등, 피난기구, 휴대용비상조명등 등이 용도변경 해당 부분에 소방관계법령에 적합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관계인에게 안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회신했다.

 

설계도면에 따르면 ‘서울큐브명동(3층)’은 용도변경 과정에서 연기감지기 1개를 신설하고 2개를 이설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자동화재탐지설비의 경계구역이 바뀌거나 증설되지 않는다면 소방시설 착공신고와 소방공사감리자를 지정할 의무는 없다. 쉽게 말해 감지기가 설치된 회로를 다시 구분하거나 늘리지 않는다면 소방 전문업체가 투입되는 중요 공사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비나 옥내소화전 등 큰 공사 시엔 감리자가 선정되고 착공신고가 들어온다. 이 중 선별적으로 현장확인을 한다”며 “그러나 이 건물은 공사 규모가 경미해 현장확인을 하지 않고 도면상 소방시설이 적합하게 설치됐는지만 봤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용도변경 허가 주체인 관할 소방서가 화재감지기의 변경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

 

용도변경 허가 당시 중구청과 관할 소방서에 제출된 도면은 ‘용도변경 전’과 ‘용도변경 후’ 두 가지다. 그런데 ‘변경 전 도면’에는 학원(근린생활시설)과 사무소(업무시설) 용도였음에도 연기감지기가 설치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소방기술인들에 따르면 이런 시설에는 복도가 아닌 이상 연기감지기가 설치되지 않는다. 연기감지기가 열감지기보다 비싸고 비화재보가 잦은 상황에서 강제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경 전 도면에 이미 연기감지기가 설치된 것처럼 꾸며 용도변경 과정에서 감지기 종류를 교체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감지기 종류가 바뀌는 걸 소방서가 알았다손 치더라도 현장을 직접 나가 소방시설 적법성을 따졌을지는 미지수다. ‘소방법’상 이 같은 대상물의 용도변경 시 소방서에서 반드시 현장을 확인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용도변경 후 화재감지기를 임의 교체했을 수 있다. 용도변경 당시엔 도면에 맞게 연기감지기를 설치했지만 시설 운영 과정에서 열감지기로 교체했을 가능성이다.

 

잦은 오작동 등 유지관리 과정에서의 애로가 생겨 기존 연기감지기에서 열감지기로 교체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이 역시 명백한 위법사항이다.

 

이 같은 여러 가능성은 몇 가지 확인만으로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건 설치된 감지기의 생산연도다.

 

설치 시기가 곧 생산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에 감지기를 떼어내기만 하면 해당 감지기가 숙박시설 용도변경 이전 또는 이후에 설치된 건지 알 수 있다.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로 소방시설을 공사한 자 또는 대상물 관계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방기술사는 “도면에 표기된 감지기와 실제 설치된 감지기의 종류가 다르다는 건 어딘가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고 위법한 게 명확하다”면서 “이 부분은 수사기관이 철저히 밝혀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도면 따로 현장 따로… 소방서는 뭐했나

법이 강화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열감지기가 설치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소방 예방 행정에 확실한 구멍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부소방서는 숙박시설로 용도변경한 ‘서울큐브명동(3층)’을 ‘비협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도면만 검토했다.

 

물론 이곳은 현행법상 착공신고나 소방공사 감리자 선정을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국민 안전을 위해 개선한 법규가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울큐브명동처럼 용도를 변경한 소규모 숙박시설에 강화 법규가 적용됐는지조차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인 곳은 생각보다 매우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 서울큐브명동과 같은 건물 7층에 위치한 호스텔은 2025년 9월 30일 제2종근린생활시설(학원)에서 관광숙박시설로 용도변경하고 화재 당시까지 운영 중이었다. 사망한 50대 여성이 딸과 함께 머물던 곳이다.

 

이 호스텔이 인터넷에 게시한 사진을 보면 객실 내부에 ‘열감지기’가 보란 듯이 설치돼 있다. 서울큐브명동 6층 역시 마찬가지다. 한 건물 내 무려 세 곳의 숙박시설이 법을 지키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던 셈이다.

 

▲ 서울큐브명동 6층 이용객의 리뷰와 7층 호스텔에서 게시한 사진을 보면 모두 객실 내부에 열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 인터넷 캡처

 

특히 이번 화재의 사상자가 모두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국내 소방 안전관리 체계의 숨겨진 허점이 국제사회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이 즐비한 서울 중심 한복판에 불법 숙박시설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방의 예방 행정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해권 경기대학교 공학대학원 소방ㆍ방재전공 교수(소방기술사)는 “감지기 등 단순 시설물만 추가된다는 이유로 건축허가 동의와 소방시설 착공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 제도는 사각지대를 만드는 큰 문제”라며 “용도변경 시엔 최소한의 착공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등 제도적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용도변경 사실 알았지만… 불법 소방시설 놓친 점검업체

부실 점검이 불법 소방시설의 적발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큐브명동(3층)’은 용도변경 후인 2024년 8월 14일, 2025년 8월 18일 두 차례 소방점검업체로부터 작동점검을 받았다. 작동점검은 건축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서울큐브명동이 들어선 소공빌딩 같은 규모는 현행법에 따라 작동점검을 연 1회 이상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이 작동점검은 건물 관계인이 직접 하거나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진행할 수 있다.

 

이 건물의 경우 전문업체가 투입됐다. 하지만 화재감지기가 법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소방시설 등의 주요 구성 부품이 '화재안전기준' 등 관련 법령에 적합한지는 ‘작동점검’이 아닌 ‘종합점검’에서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법적 의무를 떠나 전문업체까지 투입된 점검에 소방시설의 적법성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문 점검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FPN/소방방재신문>이 해당 건축물의 소방시설등 자체점검 실시결과 보고서(작동점검)를 살펴본 결과 용도변경 직전, 직후의 점검업체와 투입된 주인력은 동일했다.  © FPN

 

특히 해당 건축물의 소방시설등 자체점검 실시결과 보고서(작동점검)를 살펴본 결과 용도변경 직전, 직후의 점검업체와 투입된 주인력은 동일했다. 이는 해당 점검인력이 숙박시설로 바뀐 사실을 알고도 감지기 교체 여부를 짚어내지 못했음을 뜻한다.

 

한 소방시설관리사는 “법적으로만 보면 작동점검은 소방시설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여서 이를 근거로 점검인력을 처벌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용도변경 이후 적용 기준과 소방시설 종류의 적정성은 점검인력이 충분히 의심하고 걸러냈어야 할 사안이라 부실 점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소방기술사는 “전문 점검업체가 건축물의 사용승인일과 용도변경 시점 등을 함께 따져 해당 시설이 당시 기준에 적합한지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과 같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적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태생부터 위법한 소방시설이 점검 과정에서조차 걸러지지 못한다면 평생을 미흡한 시설로 운영되는 불법성 문제를 넘어 소방법의 존재 가치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호, 최영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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