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는 대형 유류 저장시설(저유소) 화재 사고는 단순한 시설물 화재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전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중대한 재난이었다. 특히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일반 건축물 화재와 달리 단기간에 진압이 어렵다. 여기에 막대한 인명ㆍ재산피해는 물론 장기적인 환경오염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굉장히 크다.
대표적으로 2018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는 단순한 외부 발화 요인이 대형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사고는 인명피해를 넘어 수도권 유류 공급망 불안, 대기오염, 지역 주민의 생활 불편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파급효과를 초래했다.
저유소는 단순 저장 시설이 아니다. 국가 산업과 교통, 군수 체계까지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후화된 설비, 형식적인 안전 점검, 자동화 시스템의 미비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작은 실수를 대형 재난으로 증폭시키는 ‘위험의 증폭기’ 역할을 한다.
현재의 안전관리 체계는 사후 대응 중심의 점검과 형식적인 규정 준수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화재진압 장비 확충이나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는 저유소 화재를 개별 기업의 안전관리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합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 사물인터넷(loT) 기반의 실시간 온도ㆍ가스 감지 시스템,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위험 예측 모델, 무인 드론을 통한 상시 모니터링 등 기술적 대안은 충분히 존재한다.
저유소 화재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재난이다. 안전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비용 절감보다 안전 투자가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기업과 정부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저유소 화재를 ‘불가피한 사고’가 아닌 ‘예방 가능한 재난’으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같은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소방안전원 대구경북지부 교수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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