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이 소방기기의 검정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지 2년을 넘어서자 과연 제도개선 자체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소방방재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소방용기기의 검정제도를 제조업체 품질관리체계 정도에 따라 검사주기를 차등화 적용하고 검사방법을 제조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소방기기 제조업체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까지 개최하며 이같은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중순경 새로운 검정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2년이 흐른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정시스템 개선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그동안 획일적으로 운영되던 검사제도를 제조업체별 품질관리 능력을 고려한 업체간 수준 차이를 검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근거가 담겨 있다. 품목별로 나누어진 사전제품검사와 사후제품검사를 제품검사로 단일화해 품질평가 검사체제에 대한 법적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하기 위한 내용이다. 소방기기 제조업은 지난 1997년 소방검정제도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제조업허가제가 폐지되면서 최소한의 시험시설만 갖추면 소방제품의 형식승인 취득과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당시 190개사였던 제조업체는 500여개사로 대폭 증가돼 품질관리 능력이 없는 부실업체들이 늘어났고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버렸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제조업허가제의 재도입이 어려운 현실에서 소방방재청이 제조업체의 품질관리 능력별 차등화 검정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회의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검정제도의 개선도 덩달아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6월 열리는 임시국회 때 관련법안에 대한 심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관련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하위 법령 개정이 불가피해 오는 2012년부터는 시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고 있다. 2년 전 밝힌 소방검정제도 개선 방안은? 지난 2009년 소방방재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수립한 소방기기 검정체계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제조업체의 품질관리 시스템 수준정도에 따라 3단계별 검사방법 중 업체가 직접 선택해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자체 품질관리시스템이 미흡한 제조업체를 3등급(사전제품검사)로 구분하고 이 경우 현재의 검정시스템과 같이 매번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사전제품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2등급(일반공정검사)은 보통 수준의 자체 품질관리시스템을 갖춘 제조업체로 구별하고 3개월 주기로 품질심사 및 제품에 대한검사를 받게 된다. 최상위 등급인 1등급(종합공정심사)는 높은 수준의 자체 품질관리시스템을 갖춘 제조업체로 구분하고 6개월 주기로 종합품질심사와 제품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품질심사의 평가방법은 경영일반사항, 설계 및 개발, 제조, 자체검사, 시정 및 감사, 합격표시 관리 등 6개 부문의 세부 심사항목에 대해 평가가 이뤄지게 된다. 이같이 개선된 1, 2등급의 사후 제품검사를 받으려면 품질관리시스템을 6개월 이상 운용한 실적이 있어야 하고 사전제품검사의 평균 불합격율이 2~3%수준 정도여야만 가능토록 개선할 예정이다. 검정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 현행 소방기기의 검정제도는 부실 제조업체를 양산하고 여러 가지면에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997년 이전까지는 소방기기를 생산하기 위한 ‘허가제’가 운영되어 왔지만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이같은 ‘제조업허가제’가 폐지되면서 현재는 최소한의 시험시설만 갖추면 소방기기에 대한 형식승인 취득과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때문에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업체는 별도의 품질관리나 생산시스템 보다는 생산 제품을 시험하기 위한 일정 시설만 갖추면 돼 허가제 폐지 이후 제조업체는 과거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방제품을 수요하는 시장에서 또한 “국가검정을 통과한 제품이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저가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품질관리나 생산능력 등이 없는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명 개별검정으로 불리는 상시검정제도로 인해 검정기관은 물론 제조업체의 생산성까지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검정기관은 매번 생산시마다 실시해야 하는 제품검사를 위해 소요되는 검정인력이 부족해지고 잦은 출장으로 인한 시간적 낭비와 간접비용이 발생되면서 예산낭비도 나타나고 있다. 또 제조업체는 제품검사를 위해 출고 대기를 거쳐야만 하는 검정제도에 불편함이 감수해야 하고 검사대기를 위한 제조시설의 공간적인 제약과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현행 검정제도를 제조업체의 품질관리능력에 따른 ‘선택적 검사제도’로 전환하겠다는 소방방재청의 방침은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차등검사제도가 도입되면 제조업체는 상위등급의 품질관리시스템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 상위단계 또는 하위단계의 품질관리시스템 인정여부는 생산 제품의 검사 소요시간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등 제조업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업체간의 출고기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단계를 받은 제조사는 품질관리 능력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등 제조업체 간의 품질격차가 표면적으로 시장에 공개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구매의사를 판단하는 잣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 품질관리시스템이 미흡한 업체는 현행 사전제품검사제도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밖에 없어 제도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위한 제조업체들의 자발적인 품질향상 노력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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