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11년째 창원 소방조직을 시범실시 중이다. 법규에서 말하는 시범실시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 따위를 시행하기 전 일부 지역에서 시험적으로 시행함. 또는 그런 일’이다.
시범실시 기간은 보통 1년 정도며 5년을 넘지 않는 게 통상적인데 창원 소방조직은 11년째 하고 있다.
시범실시를 하는 이유는 제도의 문제점이나 미비점, 장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창원시에 소방사무 시범실시가 처음 시작된 시기는 2012년 1월 1일이다. 하지만 끝나는 종기는 정해놓지 않았다.
11년이나 진행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경상남도에선 재이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창원시는 이제야 특례시가 됐으니 소방사무를 할 수 있다고 나서는 모습이다.
문제는 소방사무를 어디서 하든 사람들은 본인의 안전에 이로운 것만 생각한다는 점이다. 행정적으로 어느 곳에서 담당하는지는 관심 밖이다. 그렇기에 창원시 소방사무 문제에는 지역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다른 의도가 숨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소방사무의 목적은 행정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하는 거다. 그 중요한 정부 사무를 시범실시라는 명목으로 10년 이상 방치했다는 건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법안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물론 소방청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겨야 할 건 왜 유독 ‘창원시’에 대해 소방사무를 시범실시하는 것인가다. 사실 창원시는 경상남도에서는 유일하게 100만이 넘는 1개의 시일뿐이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과 고양, 용인시 등 세 개의 특례시가 있기에 이 중 한 개의 시를 택해 시범실시하고 비교한다면 장단점 파악은 더 쉬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창원시의 태생이 2010년 지방분권법에 의해 창원, 마산, 진해의 세 개 시가 통합하면서 그에 따른 인센티브로 소방사무의 특례를 창원에 준 점도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 인센티브도 10년을 넘게 줬다. 11년째 시범실시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행정 무책임 정도를 넘어서 방기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9월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선 정부안으로 종전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지역균형 발전법’을 통합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자치분권법)’을 제정하겠다고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올해 1월 13일 개정ㆍ시행된 ‘지방자치법’ 제198조 제2항의 특례시에 두는 행정, 재정상의 특례 중 행정상 특례인 소방사무의 특례시 시범실시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별표 4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이중으로 자치분권법에 그대로 옮겨서 다시 부칙에 ‘창원시에 한하여 시범 실시한다’라고 시범실시 기간을 다시 연장하려 한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의해 창원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네 개의 시가 특례시로 규정됐다. 창원시의 소방사무는 또다시 종기도 없이 시범실시 기간이 연장됐다. 이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입법 예고안 제59조의 규정이 특례시에 대한 특례를 둔 것이라면 창원시의 소방사무 역시 11년의 시범실시 기간을 끝내고 네 개의 특례시 전체에 대해 적용하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행정안전부나 소방청에서는 경기도 내 특례시에 대해서 소방조직을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경기도 내 특례시 세 곳이 소방사무를 가져가면 경기도의 사무 권한 중 알짜배기가 빠져나가기에 그것으로 인한 정치ㆍ행정적 부담을 우려해 ‘쉬쉬’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니고 광역 체제가 유리하다면 관련법을 고쳐 소방사무를 도에서 처리하도록 해 재난관리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조직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례시에 소방사무를 처리하게 한 법의 취지가 시범실시의 결과로 장점이 많았다면 창원만 할 게 아니라 모든 특례시에 대해 특례를 인정하고 걸맞은 조직을 구성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강호 행정학박사(전 함안소방서장)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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