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소방조직 미래 ‘새내기 소방관’ 교육, 전면 개편한다신임 소방공무원 교육 24주 리부트… 현장 실전형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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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소방공무원은 6만6802명.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가 추진한 소방공무원 2만명 충원 정책으로 2017년 4만4121명에 그쳤던 소방공무원의 숫자는 2만2681명이 늘었다.
소방공무원에 합격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육과정이 있다. 바로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이하 신임자 교육)’이다. 신임자 교육은 원래 24주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대폭적인 충원으로 신임자 교육과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단기간에 인원이 늘면서 원활한 교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때 불가피하게 교육기간을 24주에서 15주로 단축 운영했다. 중앙소방학교뿐 아니라 지방소방학교와 시도 교육대까지 참여해 전국적으로 분산 운영하면서 신임자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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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대책은 대규모 인력 충원에 따른 교육 이수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충분한 심화 훈련을 거치는 데에는 한계가 따랐다. 인력의 팽창은 이뤄졌지만 교육의 질적 측면에선 큰 아쉬움을 남겼다.
문제는 충원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와 한계점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임용된 지 10개월 만에 현장 활동 중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대책으로 “현장 중심의 교육ㆍ훈련 운영을 통해 안전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신임자 교육’이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21년 단기(15주 또는 12주) 표준안 마련 이후 약 4년 만에 소방청과 전국의 소방학교 베테랑 교수진 등 내ㆍ외부 전문가가 뭉쳐 신임교육 개편 합동 TF(이하 합동 TF)를 구성했다. 이들은 대대적인 신임자 교육의 전면 재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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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진행되는 신임자 교육 개편은 2026년부터 전국에 적용될 예정이다. <119플러스>가 새롭게 탈바꿈하는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 운영기준’을 들여다봤다.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 어떻게 운영돼 왔나
4년 전인 2021년 소방청은 기존 24주였던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을 15주 커리큘럼 표준안으로 변경ㆍ운영해 왔다. 신규 소방공무원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기에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 표준안에는 필수 교과목만 정립돼 있다. 편성시간이나 교육방법 등의 기준은 불명확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도별 혹은 기관별로 신임 소방공무원을 교육하는 운영 방식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같은 과정인데도 현장훈련 분야에서 최대 120시간 차이가 나기도 한다.
소방의 가장 기본 책무인 화재와 구조, 구급 교육의 편성 비율 또한 각기 다르다. 화재 분야를 보면 전남의 경우 309시간을 교육했지만 충청은 149시간으로 구성했다. 이렇듯 지역 간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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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의 경우 15권, 6520쪽에 달하는 방대한 공통교재를 사용한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이 분량을 다 교육하고 소화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승진시험 교재로도 쓰이면서 신임자 교육에 꼭 필요한 부분과 맞지 않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전면 개편하는 교육체계 어떻게 변화하나
이번 개편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표준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단순한 시간 조정을 넘어 소방의 직무 특성을 분석하고 현업 활용도까지 고려한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소방 직무를 35개로 분류하고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교육내용을 개편했다. 이는 소방청과 소방미래비전위원회가 진행한 ‘소방공무원 역량 중심 인적자원 관리모델 마련을 위한 직무 분석’ 결과를 기초로 했다.
![]() ▲ 출처 2050 소방미래비전보고서 |
화재진압에서는 연소ㆍ전술의 이해, 장비 운용, 안전관리, 구급활동에서는 응급처치, 환자평가, 의사소통 같은 대표 역량을 도출하는 식이다. 이처럼 분야별로 필요한 세부 지식과 기술을 교육과정에 직접 반영해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신임자 현장 역량 강화 방안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과목별 정의서’를 만들었다. 소방조직에서 처음하는 시도다. 여기엔 교육 목표와 교수인력, 실습 장소, 필요 장비, 안전사항까지 세세히 담아 교육의 기준을 단일화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에서는 신임자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전체 교육시간의 85%(2021년 기준 80%)를 현장 실습과 훈련으로 배정했을 뿐 아니라 채용시험 과목에서 이미 다룬 이론은 줄이고 핵심 개념과 현장에서 필요한 대응법 위주로 편성했다.
예를 들어 소방실무 파트 중 사이버교육과 채용시험 등으로도 충분히 학습 가능한 부분은 걷어내고 남은 핵심은 실습에서 체득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3주의 특성화 교육시간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이 기간은 시도별 교육환경과 자격 취득 등의 정책 수요를 반영해 맞춤형 교육으로 운영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시도에서 신임자에게 일괄적으로 응급구조사 2급을 취득하게 한 후 현장으로 보내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구급 기초 2.5주 + 심화 1.5주 + 특성화 3주로 구성하면 응급구조사 2급 취득에 필요한 필수 소요시간인 7주를 채울 수 있다. 이렇듯 지역별 교육 목표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이번 개편을 통해 분야별로 필수 교과목을 지정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화재ㆍ구조ㆍ구급 분야는 기초와 심화로 나눠 세분화했다.
이 중 구조 분야에 선택과목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드론 등 특수구조장비 소개와 수상ㆍ수중 인명구조 과목이 포함되는데 교육기관에 시설이나 장비가 다 갖춰져 있지 않을 수 있어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여지를 뒀다.
여건이 되는 교육기관은 교과목으로 편성ㆍ운영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향후 단계적 시설 보강을 거쳐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 나갈 방침이다.
![]() ▲ 교과목 정의서 예시(위), 교육시간 편성 기준(아래) |
![]() ▲ 분야별 필수 교과목 |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근 빈번해진 대형산불이나 전기차 화재 등을 교육과 교재에 반영해 실제 대응능력 중심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기존 커리큘럼 표준안은 마련된 지 4년이 지났기에 신종재난 이슈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개편에서는 전기차 화재 9, 산림화재 7, 신종재난대응 2시간 등 시간을 구체적으로 배정했다.
합동 TF는 교과목 정의서를 통한 교재 편찬 작업에 한창이다. 기존 15권이던 공통교재를 소방실무ㆍ화재ㆍ구조ㆍ구급 분야별 1권씩 총 4권으로 개편했다. 분량도 기존 대비 약 37%(2400쪽)로 줄였다. 한 권의 책으로도 교과 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 셈이다.
방대한 내용을 요약하는 대신 핵심을 압축ㆍ시각화해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예를 들어 구조 분야의 로프 활용 관련 과목(로프하강ㆍ등반, 전문구조ㆍ접근기술)은 하나로 묶어 일관되게 구성했다. 실제 현장사례와 기술 동향을 반영하고 중복ㆍ유사 과목은 통합하는 등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 교재에서 필요한 자료는 선별해 활용하면서도 최신 현장사례ㆍ기술 동향ㆍMZ 세대인 신임자 특성을 반영해 디지털 학습자료를 교재에 포함시켰다.
학습 단위는 짧고 명확하게 구성하고 도해ㆍ체크리스트ㆍ영상(QR) 등을 접목해 반복 학습과 현장 적용이 용이하도록 했다. 전자책(E-Book)으로도 제작해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높은 현장 대응력, 국민 안전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기대”
[인터뷰] 한선 소방청 교육훈련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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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소방공무원의 교육체계 변화가 주는 의미는 단순히 커리큘럼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민간인이던 신임자들이 처음 소방조직에 몸담으며 ‘진짜 소방관’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신임교육 운영기준 개편에는 중앙ㆍ지방소방학교 교수와 시도 전문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합동 TF가 주축이 된다.
이를 총괄하는 한선 소방청 교육훈련담당관은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상황실장과 경기 시흥소방서장, 김포소방서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소방청으로 전입한 그는 1년여간 신임자 교육의 새판을 짜기 위해 고심 중이다.
<119플러스>가 그를 만나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체계의 지향점과 향후 운영 계획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개편은 어떤 부분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나.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은 단순한 입문 과정이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첫 관문이자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역량을 길러주는 출발점이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교재와 교과목을 구성해 교육시켜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종은 타 직종에 비해 암묵지가 매우 많다. 그런 부분을 교재 등에 다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그걸 교육훈련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교육은 각 시도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됐던 게 사실이다. 개편을 통해 필요한 것만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내용을 압축시켜 꼭 필요한 것들만 추려 구성하려고 노력 중이다.
무엇보다도 소방학교를 졸업해 현장에 바로 투입되더라도 실동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Q. 수많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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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TF는 소방청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총괄 3, 교육정책 자문단 6, 교육개선 실무자문단 15, 교육기획 분과 15, 화재교육 분과 12, 구조교육 분과 13, 구급교육 분과 12명 등 총 7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교육정책 자문단에는 소방방재 분야 박사급 연구자와 해외 연구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참여해 정책적 전문성을 높였다. 내부 자문단으로는 윤태승 부산소방학교장과 배종혁 경기소방학교 교수운영과장, 권태미 서울 용산소방서장이 함께 한다.
외부 자문단에는 송영호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소방ㆍ산업안전관리학과 교수와 김시국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김동은 대전보건대학교 재난소방ㆍ건설안전과 교수가 동참한다.
전국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합동 TF는 특정 기관 중심이 아닌 공동 책임ㆍ참여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합숙회의와 전체회의를 통해 분과별로 교과, 평가, 실습, 교재 등 핵심 영역을 집중 검토하는 등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차질없이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정립하고 교재 개선을 마칠 계획이다.
Q. 이번 개편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 거로 전망하나.
커리큘럼과 교재의 변화도 크겠지만 소방학교 교수진에게도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사실상 이전엔 교수진의 역량에 따라 가르칠 것과 뺄 것을 결정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개편 이후에는 교수진도 개편된 교과에 맞춰 능력을 준비해야 하기에 역량이 강화될 거로 판단된다.
현재 교수진의 경우 정원 대비 교관 수 등의 기준이 없고 있더라도 지키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다. 향후 교과목이나 수업이 정형화되면 중앙이나 지방, 교육대 등 모든 소방교육기관에서 똑같은 내용을 가르쳐야 하기에 교수 요원 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다.
교과목 정의서에 필요한 교수진의 수뿐 아니라 어떤 장비가 셋팅돼야 하는지 등을 기재했기에 이런 부분에서 표준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번 개편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2~3년마다 정례적인 재검토를 거쳐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재난 환경과 기술을 교육체계에 세밀하게 덧칠해 나가고자 한다.
2026년부턴 신규채용과 신임교육 일정을 개선한다. 채용 시기를 앞당기고 연도 내 교육을 모두 수료해 임용이 가능한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소방학교 공주캠퍼스를 중심으로 국가 전담 신임교육 체계를 마련해 전국 소방공무원이 동일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도록 하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교육→ 강화된 현장 대응력→ 국민 안전 확보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국민에게 ‘우리 곁의 소방관은 바로 현장에서 검증된 실전형 인재’라는 더 깊은 신뢰가 생길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다.
Q.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번 개편의 공신은 다름 아닌 합동 TF의 모든 구성원이다. 교육 분과에 있는 인원 대부분이 소방학교 교수진이다. 바쁜 업무 중에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교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 제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실행하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바로 TF 소속 많은 분이 해주고 계신다. 그들의 노고가 이 개편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아무런 대가 없이 묵묵히 사명감으로 신임 소방관들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