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국내 유일 항공우주체계 종합기업 KAI, 소방안전의 새로운 날개가 되다안전성 논란 특별감항증명으로 극복, 부품 수급과 정비 지원도 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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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접근이 어려운 화재 현장과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심의 응급환자 이송, 섬 지역 긴급 구조까지 소방헬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전선의 날개’다.
우리나라에 소방헬기가 처음 도입된 건 1979년 12월이다. 1970년대 들어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로 대연각호텔 화재, 청량리역 대왕코너 화재 등 대형 참사를 겪은 정부는 기존 차량 중심 소방력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항공 전력의 필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산 소방헬기 도입 논의는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가 개발한 다목적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소방 임무에 특화된 헬기 제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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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소방헬기가 보급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소방항공 전력은 전적으로 외국 기업에 의존했다. 하지만 기체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었고 부품 수급과 정비 지원마저도 원활치 않아 늘 불편이 뒤따랐다. 이로 인한 가동률 저하와 예산 낭비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KAI가 개발한 수리온 소방헬기의 등장은 소방항공 업무에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국산 기술로 제작된 만큼 제조사 지원과 정비가 신속했고 지역별 재난 환경에 맞춘 장비 탑재도 가능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리온 소방헬기는 현재 중앙119구조본부 2, 제주소방 1, 경남소방 1, 경북소방에 1대씩 실전 배치돼 있다. 2026년에는 중앙119구조본부에 2대가 추가되고 2027년에는 2.7t에 달하는 배면 물탱크가 장착된 수리온 소방헬기가 강원소방에 인도된다.
중앙119구조본부와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현재 운용 중인 소방헬기는 총 32대다. KAI는 소방의 항공 전력을 단계적으로 모두 수리온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리온 소방헬기 개발과 보급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KAI 회전익 사업부 조해영 상무와 이야기를 나눴다.
KAI는 어떤 기업인가?
KAI는 1999년 국내 항공우주 역량을 통합해 설립된 대한민국 유일의 항공우주체계 종합전문기업이다. 본사는 경남 사천에 있으며 임직원은 5100여 명에 달한다. 군용ㆍ민간기부터 위성ㆍ발사체, 무인기까지 항공우주 분야 전반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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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익 분야에서는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을 비롯해 최근엔 차세대 전투기 KF-21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내며 군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증명했다.
![]() ▲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KF-21 |
회전익 분야에서는 군용으로 개발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중심으로 소방과 경찰, 해경, 산림청 등에 적합한 파생형을 연이어 개발하며 공공안전 분야로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 수리온의 파생형 헬기들 |
현재 KAI의 연 매출은 약 3조원이다. 내년에는 무인기와 차세대중형위성, 한국형발사체 총조립 기술 확보 등을 통해 4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방헬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나.
KAI가 최초로 개발한 민수용 수리온은 지난 2013년 경찰에 납품한 헬기다.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개발 요소와 우수한 후속 지원 역량을 바탕으로 신뢰를 얻으며 수주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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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산불과 응급환자 이송 시 신속하고 안정적인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는 제주소방의 요청으로 소방헬기를 개발하게 됐다. 다만 후발주자라는 점과 군용으로 설계된 기체가 민수용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겠냐는 불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실제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소방에서 수리온 소방헬기 도입을 검토할 당시 가장 큰 쟁점은 안전성이었다. 핵심은 감항증명 여부였다.
감항증명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과 구조를 갖췄는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제도다. 민수용 헬기의 경우 ‘항공안전법’ 제27조와 ‘항공기 감항증명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급한다.
수리온은 본래 군용으로 개발돼 감항증명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소방용으로 용도를 변경했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방용 헬기는 민수용에 해당해 감항증명을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감항증명 부재가 논란이 됐고 곧 소방관들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KAI는 연구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여러 차례 시험비행과 검증을 거쳤고 부산지방항공청으로부터 특별감항증명을 획득했다. 그 결과 제주소방에 첫 소방헬기 ‘한라매’를 인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제주소방을 통해 기체의 성능이 입증되자 불신은 서서히 신뢰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경남소방과 중앙119구조본부, 경북소방, 강원소방까지 차례로 수리온 소방헬기 도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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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소방의 수리온 소방헬기 ‘한라매’ |
수리온 소방헬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수리온 소방헬기는 재난ㆍ화재 대응 전용 플랫폼으로 설계돼 단순 임무 장비 탑재를 넘어 임무 수행 전 과정에서 안정성과 운용 효율성을 최적화한 헬기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먼저 가동률이 높다. 해외 기종은 부품 조달에 수개월이 걸리곤 하지만 수리온 소방헬기는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
맞춤형 운용 역시 수리온 소방헬기만의 특징이다. 구조용 호이스트를 통해 산악은 물론 해상 인명 구조에 즉시 대응할 수 있고 탐조등과 확성기를 이용해 동시에 산불 진화와 대민 방송 기능 구현이 가능하다.
또 응급의료장비(EMS Kit)를 장착해 응급환자 이송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내부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 환자나 구조대상자의 수용 능력과 의료 장비 설치 자유도에서 타 기종보다 우위에 있다.
특히 기상레이더와 무선 ICS가 장착돼 국지성 호우 등 악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항로 탐지를 지원한다. 조종사와 구조대원 간 명확한 통신 환경 제공은 물론 소방본부와 현장 지휘부 간 통신도 실시간 연동이 가능하다.
성능 개량을 통해 지속해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도 경쟁 기종과의 차별점이다. 최근엔 GARMIN 통합 디지털 콕핏을 적용해 조종사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진동 저감 기술과 메인 기어박스 국산화 등을 통해 안정성과 정비성을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의 평가는 어떤가?
직접 운용해 본 소방관들은 외산 기종보다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한다. 외산 기종은 한정된 임무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수리온 소방헬기는 산불 진화와 응급환자 이송은 물론 야간 수색, 대민 방송, 구조 업무까지 통합 작전 수행이 가능해서다.
또 국산 부품과 지원체계 덕분에 정비 대기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장시간 업무 시 피로도가 낮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헬기는 회전날개를 돌리는 로터의 힘으로 구동한다. 구조적 특성상 진동이 클 수밖에 없다. 진동은 탑승자의 피로도를 높일 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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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개선하기 위해 로터 마스트 진동 댐퍼를 보강하고 능동형 진동저감장치를 개발해 적용하는 등 기체 전 영역에서 진동을 줄이는 연구를 이어왔다. 이러한 노력이 수리온 소방헬기의 구조 신뢰성을 높이고 승무원 피로도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 것 같다.
소방청과의 협업으로 소방헬기 수출 업무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략이 있나?
이라크 내무부와 첫 소방헬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규모는 약 1357억원이다. 무엇보다 우리 소방에서 운용 중인 수리온 소방헬기와 동일한 사양으로 계약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최근 기후 변화로 산불 등 재난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소방헬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해외 시장 진출 기회가 그만큼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현지 맞춤형 모델 개발이다. 국가마다 업무 환경과 규제가 다르기에 탑재 장비 조정과 항공전자 현지화 등을 통해 최적화된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둘째, 해외 정부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다. 이 부분은 소방청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방청과 함께 해외 여러 국가의 소방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장비를 지원하는 등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 운용ㆍ정비 패키지를 함께 수출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기체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정비와 수리, 교육ㆍ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제안해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KAI는 국내에서 축적한 성공 사례를 해외로 확산시켜 대한민국 항공기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소방과 경찰, 산림 등 다양한 부처에서 수리온을 운용하면서 국가 안전망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산 항공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헬기는 단순히 기체만 공급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정비를 비롯해 부품과 교육, 운영 지원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체계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관계기관이 안정적인 수요예측과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함께 만들어준다면 더욱 책임감 있게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매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하고 싶은 말 있나.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험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소방관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 인사를 전한다. 수리온 소방헬기가 소방관의 안전과 임무 수행을 돕기 위한 수단을 넘어 든든한 동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품질과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
정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현장에 계신 모든 분과 긴밀히 소통해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산 헬기를 공급하며 국민 안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