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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에 빠진 화학- Ⅶ

화학자가 바라본 심오한 소방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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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 | 기사입력 2026/03/03 [10:00]

소방에 빠진 화학- Ⅶ

화학자가 바라본 심오한 소방의 세계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 | 입력 : 2026/03/03 [10:00]

화재현장에서 만나는 무서운 연기, 위험한 물질들 ②

불이 나면 누구나 다 연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 속에 기분 나쁜 무언가가 있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현장 소방관들과 함께 일하며 알게 된 점이 있다. 그들은 화재현장에서 유해한 물질을 만나므로 항상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소방관은 현장 주변에서 고농도의 미세먼지를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흡수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크다. 따라서 호흡보호구나 공기호흡기를 끝까지, 화재조사현장까지 잘 착용하는 게 본인의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유해한 물질이 호흡뿐 아니라 피부로 흡수되는 양이 상당하다. 따라서 유해물질의 피부 흡수 위험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관련 연구를 우리 연구원에서도 진행했다. 

 

화재현장을 다녀온 소방공무원의 피부나 보호복, 보호구의 표면을 닦아 나오는 검댕과 중금속의 물질을 분석했다.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티슈, 세탁세제를 방화복이나 호흡보호구에 적용해 사용 전후 중금속 등의 양을 분석한 후 효과성을 입증했다. 유해물질 제거에 효과 있는 이 개발품들은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 

 

소방관이라면 이제 유해한 물질이 호흡뿐 아니라 피부 등으로도 흡수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현장 활동을 해야 한다. 복귀하면 보호구 등에서 유해물질들을 잘 제거해야 한다.

 

예전에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보스턴 매거진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Why Cancer Is Killing Boston’s Firefighters(왜 암이 보스턴 소방관을 죽이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소방관이 불을 끄다 다리가 부러지는 게 아니라 암과 싸우고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암에 걸린 소방관의 모습을 사진으로 함께 실었다.

 

▲ 보스턴 매거진에서 왜 암이 소방관을 죽이고 있는지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출처 www.bostonmagazine.com/news/2017/03/19/firefighters-cancer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2022년 소방관 직업군 자체를 인체발암 Group 1로 상향시켰다. 따라서 소방관은 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걸 항상 스스로 인식하고 본인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며 현장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호흡보호구를 그만 벗어도 괜찮겠지?’, ‘방진방독 마스크를 벗어도 되겠지?’와 같이 화재현장을 쉽게 여겨선 안 된다. 

 

소방청이 소방관의 건강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만 있는 건 아니다. 지속해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에서도 소방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연구ㆍ분석해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비교적 최근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된 사실은 때론 연기도 가연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이라면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탈 수 있는 물질이 연소하면 산소와 반응하는 게 주 반응이다. 하지만 실제로 세상 많은 물질은 열에너지가 공급되면 열에 의해 산소와 반응하지 않고 물질 자체만 분해되기도 한다.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이라는 고분자는 흔히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이 PE는 등ㆍ경유나 양초와 성분 물질, 유사한 분자 구조, 성분을 가진다. 그런데 그 분자 길이가 엄청나게 긴 형태, 즉 분자는 분자인데 분자의 크기가 아주 커 분자량이 큰 분자다. 다시 말해 고분자다. 

 

화학을 전공했다면 폴리에틸렌의 구조를 너무 잘 알아서 열을 받아 분해되면 등유나 경유의 주요 구성물질과 동일한 물질이 일부 나올 것으로 추정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고체상태의 고분자인 플라스틱류에는 불을 붙이기 어렵고 그리 잘 타지 않는다.

 

▲ 등유와 폴리에틸렌의 열분해로부터 얻은 토탈이온크로마토그램. 서로 유사한 물질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화재현장에서 플라스틱류에 높은 열이 가해져 녹으면서 타는 현상을 본 적이 있을 거다. 플라스틱류가 잘 타려면 열분해 되면서 고분자 상태보다 더 쉽게 불이 붙는 작은 조각의 물질이 생성되고 산소와 반응해 지속되는 열을 내는 산화 반응을 해야 한다. 

 

어쨌든 폴리에틸렌도 다른 연료보다 잘 타진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을 붙이면 연소반응이 일어나 불꽃을 내며 탄다. 다음 그림과 같이 열은 폴리에틸렌 고분자를 분해시켜 짧은 분자들로 쪼갠다.

 

단순하게 폴리에틸렌에 열을 가한 후 분해해 보면 가스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를 통해 분석된 등유, 경유와 같이 동일한 물질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등ㆍ경유에선 포화탄화수소인 알케인(Alkane)만이 주로 검출됐다. 폴리에틸렌에서는 이중결합이 하나 있는 알켄(Alkene)과 삼중결합이 있는 알카인(Alkyne)이 추가로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폴리에틸렌을 연소시키면 일부는 산소와 반응하지 않고 단순히 열분해된 형태의 분자가 나온다. 이 중 일부는 등ㆍ경유와 유사한 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이미 보고됐다.1)

 

또 실제 화재에서 폴리에틸렌이 연소할 때 보이는 것과 유사하게 고분자, 목재 등이 탈 땐 연료가 완벽하게 연소하지 않는다. 즉 발생한 연기 속에는 타지 않고 열분해된 가연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연기도 연료’라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 소방관들은 소방학교에서 실화재 훈련을 진행한다. 나무를 태우고, 공기를 차단하고, 연기에 불(점화원)을 가하면 다시 불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걸 훈련을 통해 배운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폴리우레탄 등의 플라스틱을 태우면서 연기만 따로 분리해 점화원을 가한 후 다시 불을 내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유튜브에도 관련 영상이 있다.

 

▲ 우레탄폼을 가열하면 연기가 발생하고 연기에 불을 가하면 불꽃이 지속된다. 연기가 가연물이 될 수 있는 의미다. 출처 국립소방연구원 유튜브

 

연기 속에는 산소와 반응해 다 연소된 물질, 산소와 반응하지 못한 불이 붙을 수 있는 물질이 함께 혼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로는 화재현장에서 이러한 연기가 점화원을 다시 만나 한 번 더 크게 연소 또는 폭발 반응이 일어나면서 소방관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제 연기도 가연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했을 거라고 믿는다.

 

충분히 큰 공간에서 불이 났고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곳에 산소 공급이 끊겨 불이 꺼졌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천장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누군가 다시 문을 열고 산소가 공급되면 천장부터 거듭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 목재를 태우고 불이 작아지는 상태에서 개구부를 살짝 열면 다시 불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현상, 즉 연기폭발은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2)

 

화재로 인해 열 방출률이 상승하다가 산소 등의 부족으로 화재 크기가 감소하는데 이때 산소를 공급하면 특정 조건(다시 가연성 물질이 폭발 범위에 들어오는 조건)에서 또 한 번 연소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열 방출률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 현상을 연기에 의한 폭발로 이해한다.

 

작은 공간에서 나무가 타다가 산소가 부족해지면 화세가 감소하고 이때 열분해된 가연성 가스상의 물질들이 공간에 체류한다. 이미 충분한 열 공급이 돼 있는 가연성 물질은 개구부를 열면 산소가 폭발 범위에 들어오게 되면서 갑자기 폭발한다.

 

▲ 작은 구획공간에서 목재를 태우면서 개구부를 닫고 다시 열어 연기폭발이 일어나는 걸 열방출률의 확인을 통해 나타낸 대략적인 그래프

 

이렇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실제 화재현장이라면 이런 현상이 쉽게 일어날까? 정확하게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이런 상황을 화재현장에서 종종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소방학교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교육 중에 소방관의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화재현장에서 본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Facebook 친구에는 소방관인 사람이 많다. Facebook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곤 한다. 요즘 젊은 소방관들은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있다면 해외에 가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좋은 자료를 잘 받아들여 본인만의 자료로 다시 가공하고 다른 소방관에게 교육한다. 그런 자료를 번역해 책으로 발간하기도 한다. 참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국립소방연구원에서는 화재현장의 연기를 탐구해 제거하는 재미있고 유용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소방관들은 화재 발생 시 공간에서 검고 진한 연기로 인해 앞을 보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고 이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사실 그간 여러 R&D 연구과제로 시도했지만 화재현장의 검은 연기를 제대로 투시해 앞을 보는 건 어려웠다. 그런데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위나 장의 내시경 시 수증기 등에 의한 방해로 영상이 선명하지 못할 때 영상 속의 정보를 처리한 후 수증기를 제거해 선명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 (왼쪽부터) 실화재 환경에서 열화상, 열화상 이미지를 영상 처리해 얻은 이미지 출처 국립소방연구원

 

이에 한국전기연구원과 국립소방연구원이 협업해 검은 연기로 가득 찬 화재현장의 시야 확보를 위한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처음엔 카메라로 가시광선 등의 이미지 정보를 이용했으나 열화상 이미지에서 영상처리를 하면 가장 성능이 좋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현장에서 실시간 처리할 수 있는 핸디형 장치를 만들어 현장 시연까지 완료했다. 개발된 제품을 확장해 화재현장에 들어가는 소방로봇 등에도 적용하면서 열심히 현장 실증 중이다. 화재현장의 검은 연기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공포감을 느낄 때 이 장비가 또 하나의 눈이 되길 기대해 본다.

 

불이 나면 당연히 연기가 발생한다. 연기는 우리의 시야를 막고 흡입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 미연소된 열분해 물질은 추가적인 가연물로 재점화될 수 있다. 

 

기술로서 연기를 컨트롤 하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소방관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화재현장의 연기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비하면서 소방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1) 한국법과학학회지 제11권 제2호(2010), 고분자 수지의 열분해 생성물과 인화성 액체류 분석

2) Fire Safety Journal 116(2020), Experimental investigation of 

under ventilated fires in enclosures with two front vertical openings and occurrence of smoke explosions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hdongh1@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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