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사고를 보며 우리는 또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공동주택 화재는 반복되고 피해는 줄어들지 않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수십 년 전 적용됐던 제도와 설비 기준이 여전히 노후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 기술과 주거 환경은 크게 변했지만 대응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실정이다.
요즘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 화재 소식이 들려온다. 그때마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뒤따른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초기 화재를 자동으로 진압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는 곳이 많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4만9810단지 중 2만4976단지(50.1%)가 은마아파트처럼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수 기준으로는 1297만4천세대 가운데 688만5천세대(51.6%)에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다.
이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 대응은 사실상 어려워지고 결국 수십 대의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야만 본격적인 진압이 이뤄진다. 그사이 불은 빠르게 확산하고 피해 규모는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런 공동주택이 전국 곳곳에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다.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는 공동주택은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같은 위험을 반복적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세대 천장에 분말을 분사하는 자동확산소화기라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노후 공동주택의 화재 대응 체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한다.
현행 소방법령과 건축법령에는 공동주택의 대피 시설 규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크다. 경량칸막이를 파괴해 옆 세대로 이동하는 방식이나 좁은 대피공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방식은 실제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재가 발생하면 엘리베이터는 멈추고 대부분의 주민은 계단을 통해 피난해야 한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고층공동주택의 피난 문제는 더더욱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기존 공동주택 세대 내부에 설치하는 ‘공동주택용 특수 스프링클러 설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실과 각 방에 폐쇄형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고 기존 옥내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배관에서 분기해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초기 화재를 자동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기존 펌프실과 옥상 물탱크를 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설치할 수 있다.
반복되는 사고에는 반드시 구조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이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아파트 화재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정책적 지원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40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라서 그런다”며 낡은 법 탓만 하고 있어서는 반복되는 아파트 화재를 막을 순 없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판주 (주)아세아방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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