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0시 20분경 전남 장성군 삼계면 소재의 효사랑나눔요양병원(이하 장성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이번 화재의 첫 발화지점은 두 개동의 병원 건물 중 별관 2층 남쪽 끝방이다. 확인 결과 이곳은 평소 병원에서 다용도 실로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매트리스와 의료기기 등을 보관하고 있었다.
관할 소방서는 신고 접수 후 4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2분여만에 큰 불길은 잡았지만 매트리스 등이 불에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2층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21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를 불렀다.
병원 측에 따르면 당시 별관에는 총 78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었고 2층에는 34명의 환자와 간호조무사 1명만이 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더욱이 2층에 있던 34명의 환자 중 5명은 거동이 불가능한 외상 환자였으며 나머지 환자들 또한 치매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사실상 자력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혼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 역시 환자들을 피난시키기 어려워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화재는 병원에 입원해 있던 80대 노인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규정보다 적은 당직인원 근무 = 화재 당시 효사랑요양병원에는 당직 의사인 병원장과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13명 등 총 16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측의 화재대응지침에 따르면 야간과 휴일의 경우 최소 24명의 당직인원이 배치됐어야 했지만 사고 당시 실제 근무 인원은 8명이나 부족했다. 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이번 화재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허술한 요양병원 안전관리에서 비롯된 인재”라며 “병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야간화재 발생 대처요령에도 불구하고 정작 환자를 구하러 들어간 사람은 간호조무사 1명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남윤 의원은 또 “정부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환자 등이 입원하고 있는 전국 1,262개 병원의 안전관리 실태를 재점검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동소화설비조차 없는 요양병원소방관련법상 의료시설로 분류되는 효사랑요양병원에는 5개의 옥내소화전과 30개의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감지기 61개), 유도등, 유도표지, 지하의 경우 연결살수설비만을 갖추고 있었다. 유사시 피난조차 힘든 고위험 시설임에도 스프링클러 설비와 같은 자동소화설비는 당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10년 11월 포항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이 목숨을 잃자 소방방재청은 노유자시설에 간이스프링클러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 화재속보설비를 의무화했다.
24시간 생활하는 노인관련시설을 비롯한 아동복지시설, 장애인생활시설, 정신질환자 사회복지시설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 법은 올해 2월 4일까지 기존 대상물까지 소급적용되면서 포항 노인요양원과 같은 노인요양시설에는 이러한 소방시설들이 모두 설치된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은 이 대상에서 빠졌다. 요양병원은 관련법상 노유자시설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관련법 강화를 추진중이었다.
올해 3월 18일 입법예고된 관련법 개정안에는 연면적 300제곱미터 이상인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나 간이스프링클러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사고는 이러한 관련 규정 강화를 눈 앞에 두고 발생한 셈이다.
소방방재청의 관계자는 “올해 초 입법예고된 안은 현재 규제심사 중에 있다”면서 “심사가 끝나면 관련법 강화가 곧바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 강화하더라도 기존 시설물은 사각지대로 남아관련법이 강화되면 효사랑요양병원의 경우도 자동소화설비 등 소방시설을 설치해야하는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포항 노인요양원 사고 이후와는 달리이번 관련법 개정안에서는 기존 대상물 적용 조항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관련법이 강화되더라도 효사랑요양병원과 같은 기존 시설물의 경우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언제든지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더라도 기존의 요양병원에 강제적으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규제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소급적용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정 법률이 시행된 후 소급적용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진다면 그때 다시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법률을 개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신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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