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마음은 어디에다 하소연하며 토로할 수 있을까? 같은 피를 타고난 피붙이라고 하지만 본처 자식, 첩의 자식으로 나뉘어져 편애 받는 아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국가의 안녕을 위해 개청한 소방방재청이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일 년 넘도록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몸 기댈 곳조차 없어 천덕꾸러기 마냥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을 계속해오고 있지만 그 누구 하나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 없어 내심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내만 태우고 있다.
최근 소방방재청 권 욱 청장은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는 재난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팀제 도입을 내세우면서 14개 부서를 행자부 청사 건너편 이마빌딩으로 이전시켰지만 실상 팀제 개편은 전시 행정에 지나지 않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소방방재청 수뇌부서들이 포진한 행자부 청사와 이마빌딩 거리는 도보로 약 15분 거리로 각종 회의와 부서 간의 협조 공조를 위해 이동하려면 지하도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고 있다.
평소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한 배려인지 모르지만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일 년 52주로 계산하여 주 5일제 근무로 환산하면 근무일수 260일로 하루 왕복거리 30분씩 허비한다고 했을 때 총 7,800분으로 국민의 혈세를 길거리에서 낭비하게 하는 셈이다.
또한, 이마빌딩 11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각 부서들이 달동네 판자촌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내부가 협소해 내부 기밀 유지는 고사하고 직원들의 이동 동선마저 비좁아 두 사람이 동시에 마주 지나갈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직원들에게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한 대응능력을 요구할 수 있으며 안전 예방에 모범이 되어야할 정부가 게걸음을 걸으면서 국민들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규제할 수 있는지 고품질의 대국민 안전서비스를 전개해 나가겠다는 소방방재청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