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맺어진 119 사랑

송파구청, 윤미정(32·송파구청 공보과)씨

광고
이지은 기자 | 기사입력 2005/11/20 [09:27]

아버지의 죽음으로
맺어진 119 사랑

송파구청, 윤미정(32·송파구청 공보과)씨

이지은 기자 | 입력 : 2005/11/20 [09:27]

▲윤미정(32·송파구청 공보과)씨     ©

 
“남편의 오렌지색 근무복을 내 손으로 빨아서 다려주고 싶어요!”
 
이 소박한 소원 한마디로 전국의 소방관들을 감동시킨 '119 지킴이' 가 오는 26일 ‘소방관 아내’가 된다.

단 하나의 사랑 ‘119’
순직소방관추모위원회(www.119hero.or.kr) 사무처장 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로 지난 3년간 119 사랑에 앞장서왔던 윤씨는 2002년 불과 55세의 일기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이 그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호흡곤란을 일으킨 아버지는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응급처치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아버지를 옮기는 구급차에 심실제세동기(전기쇼크를 주어 환자의 심장을 소생시키는 기계) 한 대만 있었어도 그렇게 어이없는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윤씨는 아버지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열악한 소방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녀의 원망은 오히려 119 사랑으로 승화됐다.

“다시는 아버지 같은 희생자가 생기면 안되겠다 결심했죠. 어쩌면 또다시 내 가족이 그렇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데….”

119사랑동호회(cafe.daum.net/mylove119)를 통해 만난 대구 여중생 실종사고 유족 김종태 이사장과 의기투합해 대한민국순직소방관추모위원회를 결성해 2004년 2월 대전현충원 소방관묘역에서 첫 추모식을 치렀다. 이후 구리·사천·대전남부 등 뜻을 같이한 몇몇 지역 소방서들의 개별 추모식까지 이끌어냈다.
 
아무도 못 말리는 소방사랑 순애보
위원회는 사비를 털어 추도식이 열리는 현충원 또는 소방서를 찾아 참배 및 헌화를 주로 한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이다. 때문에 지난해 11월9일 ‘119의 날’ 기념식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소방방제청 개청도 의미 있는 성과. 뿐만 아니라 119사랑동호회와 119마라톤대회 등 유족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 동참해 열악한 소방체계를 바로잡는 일에 없는 시간을 쪼개어 매진하고 있다.

“정의감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오빠를 만나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처음엔 오빠가 근무를 하는 날이면 꼬박 날밤을 새곤 했죠.”

순직소방관추모 활동을 벌이는 윤씨에게 한 남자로 소방관을 사랑하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근무체계가 조금 다른 일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예비신랑 이정일 소방교(34·남양주소방서)는 구급차 운전을 주로 하는 '기관'으로 시작해 인명구조대, 구급대원, 경방(진화작업조)까지 어디든 투입될 수 있는 멀티소방관으로서 실력을 갖췄다.

“오히려 사명감을 갖고 출발했던 사람들은 조직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오빠는 직업인으로 출발했고, 오히려 사명감을 갖게 된 케이스죠.”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스스로 노력해 스킨스쿠버, 인명구조 등 자격증만도 10여개. 그러기에 9년째 소방관의 길을 걷고 있는 예비신랑에 대한 윤씨의 사랑은 존경에 가깝다. 결혼을 앞두고 부산apec 때문에 비상대기상태로 1주일 채 퇴근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분진 때문에 새까매진 손톱을 보면 비록 마음이 아프지만 검댕이 낀 손이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방관의 아내로, 미래엔 소방관의 어머니로까지 살게 될 윤씨에게 119 사랑은 운명과도 같다. 결혼을 앞둔 리허설 촬영 때도 유난스럽다며 소방관 정복을 챙겨오지 않은 예비신랑과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 정작 소방관인 예비신랑조차 윤씨의 소방사랑을 따라잡지 못한다. 소방차만 봐도 멀리 사라지는 순간까지 내내 지켜본다는 윤씨의 소방사랑 순애보는 아무도 못 말린다.

한편 윤씨는 이정일 소방교와 오는 26일(토) 오후 2시 중랑웨딩문화원에서 대한민국 대표소방관 박창순 소방방제청 차장의 주례로 백년가약을 맺는다.
광고
릴레이 인터뷰
[릴레이 인터뷰] “적재적소 역량 발휘할 응급구조사 배출 위해 노력”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