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제연설비 보도 이후 본지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모 업체 사장이 주장하는 내용을 본지가 대신해 주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더욱이 해당업체가 본지를 인수했다는 내용도 나오고 있어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모 업체라 함은 엄격히 말하여 본지의 광고주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한 달에 두 번 발간되는 신문에 광고비가 커봐야 얼마나 될까? 광고비를 들먹거려봐야 구차스러워질 것 같아 생략한다. 다만, 본지의 애독자라면 신문 펼쳐서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본지에 광고가 얼마나 많이 게재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면마다 5단통 광고가 하나씩은 들어가야 신문사 운영이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는데 건너뛰기 일쑤여서 5단통 광고 절반짜리라도 감지덕지한다.
더욱이 본지 발행인은 지면에 광고가 빌 경우 한 번씩 더 넣어주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한 번 더 게재한다고 해서 광고비를 추가로 더 받는 것은 아니다. 구태여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업계와 함께 나누며 가자는 발행인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신문 발행 19년 동안 운영해오면서 어느 누가 선뜻 나서 소방의 발전을 위해 적극 투자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고 본지 발행인 최기환 대표와 그를 믿고 간간히 후원해주는 업체들이 있어 어렵게 일궈온 노력의 산물이다.
나 역시 전문지 생활 1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본지 발행인만큼 남에게 해를 주지 않고 정직하게 땀 흘리며 자신이 노력한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모범적인 발행인은 보다 못해 처음 본다. 그런 회사를 날로 먹겠다는 덤벼드는 심보도 고약한 것이지만 신문 한 부 정기구독도 하지 않으면서 뒷 담화를 하는 자체가 더욱 가관이다.
언젠가 모 업체에 나갔다가 대화중에 봉급 이야기가 나와 기자봉급이 얼마냐고 묻길래 이만저만하다고 대답하자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내게 왜 이일을 하느냐고 묻는다.
사실 나는 기자생활이 천직으로 알고 이 일을 선택한 것이고 지금도 후회가 없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었기에 이 일로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함이 돌아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것이 나의 짧은 소견이다.
소방언론이라면 모름지기 기사의 논지는 국민의 안전이자 안위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소방의 근간이요 기초이며 앞으로 소방이 나가야할 지표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년 남짓 바라본 소방은 국민들의 시선과 생각으로 잣대질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권다툼으로 모든 것을 저울질하고 바라본다.
제연설비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하나 십여년이 넘도록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시정하기 보다는 당연히 그러려니 하며 대충대충 구렁이 담타고 넘어 가듯 하는 것이 우리네 습성이라고 하지만 어느 소방기술인 하나 먼저 나서 자신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
책임을 공동으로 통감하기 보다는 남을 탓하기 바쁘다. 제도가 잘못되었으니 정부 탓이요. 내가 설계를 안했으니 설계자 탓이다. 업체가 물건 팔아먹기 위해서 떠든다는 식으로 진실을 축소 왜곡하는 동안 국민들은 잠재적인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안전을 모토로 소방산업이 형성되었지만 국민의 안전은 뒷전인 채 물건만 팔아먹기에만 급급하고 관련부처 역시 권위를 청산하지 못한 채 대국민 서비스에 치중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입지를 철옹성으로 만드는 것에만 신경이 집중되어있다.
청운소방의 불량소화기 역시 당연히 관련부처에서 업체와 공동책임을 가질 줄 알았는데 쓰러져 가는 업체에 모든 것을 전가시켜버리고 검사인증을 내준 정부는 싹 빠져버리는 모습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적지 않은 실망감 내지 분노감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 하나가 변화함에 따라 주위가 바뀌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바뀌고 종국에는 모두의 발전으로 돌아온다는 작은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실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