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그동안 무관심하던 위인들이 마치 소방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 소방관의 근무환경이나 장비 부족에 대한 정책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높은 사람 모셔 놓고 상장을 남발하며 그들만의 잔치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올해에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들 거의 대부분을 배제한 채 행사를 치렀다. 이는 지난날 내무부 소방국이나 소방방재청 시절에도 없었던 현상이다. 국민이 있고 나라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혹자는 소방에 진정한 리더가 없기 때문이며 눈치 보기만 급급하여 자리보존에만 힘쓰는 조직에 무슨 희망과 기대할 것이 있느냐고 탄식한다. 더구나 최근 높은 연봉과 지위가 보장된 관련 기관 단체의 수장자리로 인해 누릴 만큼 다 누린 사람들까지 가세하여 추태를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방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못다 한 일들이 너무 많아 지금 각축전을 벌이는 것이라 지켜보지만,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음은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과연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소방의 비전을 제시하고 소방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동안 수많은 소방인들(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소방안전관리자, 소방 관련업 종사자와 가족)의 희생과 질곡의 인생에 대한 대가로 오늘의 소방역사가 이어져 왔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잃고 난 뒤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는데 지금의 소방은 힘이 없어 주권을 빼앗겼으며 컨트롤 타워의 명분 아래 국민안전처 산하로 편입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나라의 운명이 암담하던 시절 우리의 선각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조국을 위해 몸을 던졌다.
지금 수많은 문제는 소방의 정체성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며 소방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야말로 소방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작점이다. 소방관련업에 종사한다고 모두 소방인은 아니다. 나는 어디에 있으며 소방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진정 소방을 사랑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 진정 소방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무슨 일이 생기든지 내 마음대로,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현실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부끄러움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기회로 삼을 때 우리는 소방의 역사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소방의 날을 지키는가? 그 이유는 소방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며 소방에 대한 인식을 같이할 때 우리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현재는 과거와 연결된 동시에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오늘은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소방의 미래상을 그려보자. 그때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