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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흔들리는 소방의 쇄국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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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도 기자 | 기사입력 2008/07/25 [09:40]

[기자의 눈]흔들리는 소방의 쇄국정책

김영도 기자 | 입력 : 2008/07/25 [09:40]

이권에 앞서 시대적 정세를 잃지 못하고 변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나 우물 안의 개구리로 전락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이 국가의 쇠운을 다하게 한 것이라는 비판이 따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 역시 주변 강국들로부터 조선이라는 국가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쇄국이라는 빗장을 걸게 되었고 결국 열강국들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비운에 처하게 된다.

서양으로부터 문물개방이라는 압력은 당시의 상황에 비춰보았을 때 조선이라는 존망을 위협하는 존재였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주변 국가들이 산업화로 변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쇄국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국가의 발전가능성 보다도 왕실보호라는 측면에 더 가깝다.

과거의 시대상을 현재에 투영해볼 때 소방도 쇄국정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신기술ㆍ신제품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이를 인정해줄만한 제도나 지원책이 없어 사장되거나 이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사대주의적인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소방장비에 대한 정책입안자들은 국내 소방장비에 대한 인식이 품질이 형편없고 외국제품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에 외국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말처럼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외국제품에 비해 형편없이 품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따지자면 그들의 말이 백번 옳다. 하지만 기자로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유는 외국제품은 가격이 비싸도 인정이 되고 국산제품은 가격이 당연히 싸야한다는 발상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마치 경차 가격으로 소방차를 발주해놓고 최고급 세단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지 과연 그렇게 해서 품질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결국 정부 스스로가 기술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을 유발하고 국가적으로 기술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조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주요 정책사항이 밀실정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행정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는 소방장비 뿐만 아니라 소방용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규제를 완화시켜 기준미달의 업체들이 난립하도록 양산해놓고 저가위주의 시장여건을 조성한 후 품질을 탓한다는 것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시대적인 오류이다.

아울러 iso 9001과 같은 품질경영시스템에 대한 표준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토양에서 기술의 평균화를 통해 품질사양을 떨어트리고 세계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현 검정기준의 대폭적인 손질이 요구된다.

현행 검정기준은 최소기준인 합격점을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굳이 만점을 받으려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 품질 향상을 요원해질 수밖에 없고 우수품질등급제도 역시 활성화가 되지 못하는 이유도 업체에게 우선구매제도와 같은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최성룡 청장은 취임 직후 소방산업을 국가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품질개선과 세계적 수준의 제품들을 개발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공사 관계자들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강화하면 국내 소방산업이 보호받을 길이 없다고 항변한다.

여기에는 여러 사항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따른다. 우선적으로 공사의 시험시설들이 국제적 수준에 부합한지 검토되어야 한다. 기술이나 인력은 고급화되었다고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춘 시험ㆍ연구 장비나 검사장비는 국제적 수준에 미흡한 실정이다.

비근한 예로 한 업체에서 소방산업에 유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몇 년을 투자해도 제품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면 소방용 제품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워 원천기술이 사장되거나 외국에서 개발되어 역수입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이는 소방용 제품에 대한 연구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 않아 외국의 사례들을 분석하여 국내 실정에 적합하게 뜯어 맞추는 일에 익숙해져 있어 정책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소방정책과 제도의 영세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영도 기자 inheart@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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