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대형화와 복잡화에 따라 첨단기술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소방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미진하다는 관계기관의 판단은 한마디로 잘못됐다.
소방방재청에서 발표한 2007소방대응행정자료 및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방산업체 중 자본금이 10억 원 이상인 업체 수는 약 15%에 불과하며 회사설립 후 10년 이내에 도산 또는 폐업하는 경우가 약 8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방산업체의 수는 총 6,735개 업체로 이중 공사업체는 4,203개, 설계ㆍ감리업체 1,185개, 관리업체 283개, 제조업체 410개, 방염업체 654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시장규모는 약 5조 5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업이 치지하는 비율은 50.7%로 2조 5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제조업은 1조 6천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기술개발 투자능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다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굳이 계산을 해보면 업체당 평균 750,675,575원이 매출로 공사업이 평균 609,683,559원, 설계ㆍ감리업이 평균 543,375,527원, 관리업이 평균 347,349,823원, 제조업이 평균 3,902,439,024원이며, 방염업은 평균 219,418,960원을 차지한다.
7천여 개에 달하는 업체 수에 비하면 업체당 평균 매출은 말 그대로 형편무인지경 그 자체이지만 이러한 현실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임을 인지하여야 한다. 이는 소방산업의 근간이 제도권에 들어 있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물론 현재까지의 소방산업은 제도권에 들어 있음으로 해서 보호ㆍ육성되어 왔지만 지금은 시대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지맨스, 린데, 타이코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과 삼성, 한화, lg 등 대기업들이 소방산업에도 뛰어들기 시작했고 파라다이스, 스타코 등 토종기업들도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소방산업에 일대변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소방산업체들을 영세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또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내어 놓아야 한다.
소방은 국가의 정책노선에 따라 산업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기에 정부와 산업체의 관계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한 방향에서 같이 바라보는 유기적인 관계로 지속되고 발전되어야 국가의 경쟁력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처 관계자들 중 몇몇 인사는 소방산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시장현실을 외면한 전문성 없는 무지로 소방산업을 바라보고 있어 산업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게 만든다.
업체가 외국제품을 수입하고 단순히 모방하는 것에 대한 평가절하는 소방시장에 대한 전문성 부재이거나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독해력 부족이어서 자신의 주관과 좁은 소견으로 그릇되게 판단하는 군맹평상에 가깝다고 아니할 수 없다.
소방산업발전에 대한 정책부재로 소방산업을 하향산업으로 유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하는 사회적 규범인 안전을 경제적 논리에 귀속시켜 규제완화를 거듭한 결과 업체난립과 저가 과당경쟁 등으로 업체 스스로 경쟁력을 잃어버리는데 기여를 해왔다.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월등한 기술력으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도 저가위주의 국내시장에서는 구매력이 없어 이내 사장되어버리는 현실 앞에 기술개발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소방산업체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반문이 앞선다.
그렇다고 자국제품을 앞장서서 구매하기를 장려하기 보다는 물 건너온 것이라면 무조건 선호하는 행정조직이 업체가 수입을 하고 기술을 모방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해 아래 새 것이 없듯이 인간은 자연에서 배우고 습득해 문명을 만들었던 것처럼 모방을 통하여 발전의 역사를 거듭해왔고 소방분야 역시 선진국들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희랍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듯이 선진국의 제품을 모방하는 것은 뛰어난 제품을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다른 전문가의 제품을 똑같이 만들어보고 그 기법이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본다.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것은 마땅히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모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그 기술이 시대에 새롭게 융화되어 또 하나의 창조물이 탄생되며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