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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죽은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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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도 기자 | 기사입력 2008/08/27 [09:00]

[기자수첩]죽은 자는 말이 없다

김영도 기자 | 입력 : 2008/08/27 [09:00]

각종 재난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쓰러져 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방치되고 있어 일선 소방관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고 이를 지켜보는 기자 역시 안타까움을 넘어 애통함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왜 그들은 죽어가는 것일까? 아니 우리 사회는 소방관이기에 마땅히 죽음을 당연시 여겨야 하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그들의 죽음에 대하여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죽음을 외면하며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 번에 걸쳐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소방원이 스스로 선택에 따라 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소방공무원들의 단결권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oecd 가입국가로 인명이나 인권보다는 경제성을 중시하는 탓인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소방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되었고 16개 시도에 속한 본부들은 지자체로 예속되어 소방인력증원이나 노후장비 개선에 관한 예산편성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소방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서비스 대상자인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궁극적으로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피나는 헌신이라는 수혈을 통해 소방조직을 유지하는데 급급해왔다.

서울산업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소방재난 담당공무원 2천5백여 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탈진, 직무만족, 직무몰입 등 근무여건을 유형별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86%가 선진국의 주당 최대 근무시간인 56시간 보다 더 많이 초과근무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불만족 비율은 50.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평균 근무시간과 주당 근무일수가 많거나 구급대ㆍ파출소 근무자와 직급이 낮을수록 직무스트레스, 심리적 탈진이 높았고 직무만족, 직무몰입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반면 개인적인 성취감에 대해서는 근무시간, 근무일수, 근무부서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부연하자면 열악한 환경에서 불만은 어쩔 수 없이 나오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성취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들은 아직도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경찰이나 군인과 같은 타 특수직 공무원들 보다 못한 형평성 없는 처우를 받으며 주 80~90시간을 비번의 자유도 없이 억압을 당해야만 하는 현대판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들의 죽음 앞에 어느 누가 감히 희생과 봉사라는 소방관의 소명감을 앞세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죽은 자들은 말이 없고 세월의 흐름 속에 과거의 역사로 이내 묻히고 만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김영도 기자 inheart@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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