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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선, 다른 생각] 공기호흡기 표준규격 개발을 바라보는 제조업체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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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9/11/01 [10:20]

[같은 시선, 다른 생각] 공기호흡기 표준규격 개발을 바라보는 제조업체 시각차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11/01 [10:20]

소방청은 2022년까지 총 60종에 달하는 소방장비 표준규격 개발을 추진한다. 올해는 공기호흡기를 비롯한 13종의 표준규격이 개발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26~30일, 10월 4일에는 품목별로 제조업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도 열렸다.


올해 표준규격이 개발되는 품목 중 관심이 가장 높은 장비는 단연 공기호흡기다. 그간 한컴라이프케어밖에 없었던 시장에 하니웰애널리틱스와 미노언이 후발주자로 새롭게 입성했고 한국쓰리엠도 시장 진입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장비의 경우 규격이 시장을 좌우한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규격 변경이 있을 때마다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그만큼 규격 설정이 관련 산업과 기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공기호흡기 시장은 오랫동안 한컴라이프케어에서 선점해왔기에 규격 변경으로 인한 소동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공기호흡기 시장도 타 장비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키려는 기업’과 ‘빼앗으려는 기업’ 간 시각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기업들은 하나같이 시장 구조와 제도, 규정 등이 선점 기업에 맞춰져 있어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된다고 주장한다. 표준규격이 새롭게 개발돼도 구성품 등에 대한 호환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장 독점 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은 “공기호흡기는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장비 중 하나로 단순히 기기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호환성을 위한 규격화는 오히려 기술을 낙후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기업 간 대립은 표준규격 개발과정에서도 여지없이 표출된다. 핵심 쟁점은 3종 안전장치(HUD, 급속충전장치, 사이렌)를 선택항목으로 규정하는 것과 구성품의 호환성 문제다.


<119플러스>는 표준규격 개발 완료 전 이 문제에 대한 소방공무원의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해 3종 안전장치와 구성품 호환에 대한 한컴라이프케어와 하니웰애널리틱스, 미노언, 한국쓰리엠 측의 의견을 지면에 담았다.

 


 

 

Q 현행 규정에는 전방표시장치(HUD)와 비상벨, 급속충전장치 등을 공기호흡기 필수 안전장치로 분류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청은 공기호흡기 표준규격 개발과정에서 이를 사용자가 선택해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려 합니다.

[한컴라이프케어] 표준규격에서는 안전장치가 선택 품목으로 분류되길 기대합니다. 당사는 3가지 안전장치가 적용된 공기호흡기 제품을 오래전부터 생산해왔고 또 보급했습니다. 안전장치가 적용된 제품은 중량이 기존 일반 제품보다 높을 수밖에 없으며 사용 편리성에 있어서도 다소 불편한 부분이 발생합니다.


세계시장에 가장 많이 보편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유럽 기준(EN)에 의한 제품도 특정 안전장치를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품평회 등을 통해 소방관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게 옳은 결정이라 사료됩니다. 

 

[3M]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춰 소방관의 안전을 도모하는 방향은 찬성합니다. 물론 그 안전장치의 채택 여부에 있어 일선 소방관의 의견은 반영돼야 합니다.


다만 이런 안전장치를 선택으로 하느냐 필수로 하느냐에 대한 결정에 앞서 소방관의 편의성과 불편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그보다 우선해 소방관의 안전이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어떤 안전장치도 사용자에게 편한 경우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쓸 일이 없어 매우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장치가 개발되고 채택되는 이유는 소방관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미리 연구하고 검증한 외국의 기준을 참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나 안전한 장치가 어떤 규정으로 채택되고 있는지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다르고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안전장치에 대한 기준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Honeywell] 공기호흡기는 화재 등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소방관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방폭 인증과 CBRN 등이 필수로 들어가야 공기호흡기의 안전 성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선진 외국의 경우 이미 20년 전부터 방폭과 CBRN 등의 인증을 공기호흡기에 부분적으로 적용해 왔습니다. 그러다 방폭은 EN이 2007년부터 시작했고 2000년부터는 미국도 이를 필수사항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CBRN은 NFPA에서 2013년부터 필수사항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존 시장을 점유하던 단일 업체가 인증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인증이 가능한 제조업체들이 우리나라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표준규격 개발에 있어 기존과 같이 방폭 인증과 CBRN 등의 안전인증을 득하지 않은 공기호흡기를 소방용이라 칭하며 선택적 안전장치만 규격에 반영한다면 이것은 마치 자동차의 에어백과 편의 사항 옵션은 추가하면서 충돌ㆍ전복 시험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표준규격이 제정된 이후 폭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폭 인증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정말 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현재 소방관은 현장 진입 시 소지하는 랜턴과 가스탐지기, 무전기 등 소형 전자 장비도 모두 방폭 인증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타 선택적 안전장치에 대해서는 소방관의 실사용에 대한 의견을 통해 꼭 필요한 사양은 필수사항으로 통일하고 불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각 제조사의 기술력에 맡겨 자유롭게 경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특히 모든 소방관이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적용된 동일 사양의 공기호흡기를 사용해 안전을 균등하게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표준규격 제정 취지에도 맞을 겁니다.

 

[minoan] 필수였던 3가지 안전장치를 선택으로 변경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표준규격을 개발하고 있는 소방청은 해외 선진 기술기준을 받아들여 적용해야 하는 이유로 소방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3가지 안전장치 모두 소방관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품목입니다. 이를 선택 품목으로 변경하는 것은 표준규격 개발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또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서도 이 같은 안전장치를 공기호흡기에 장착해 소방관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HUD의 무선 연결도 허용해야 합니다. 현행 규정은 유선 연결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현재 해외(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는 무선장치를 이용한 공기호흡기 HUD가 개발돼 성공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소방관이 다양한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무선 연결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공기호흡기는 크게 면체와 등지게, 용기ㆍ밸브 등 3가지 구성품으로 나뉩니다. 제조사별로 구성품 호환에 대한 찬ㆍ반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Honeywell] 면체나 기타 용기를 제외한 구성품에 대한 호환 사용은 반대합니다. 공기호흡기는 일반적으로 2차의 감압단계를 거치는데 1차는 용기가 연결되는 1차 감압기에서, 2차는 면체에 포함된 공급밸브에서 이뤄집니다. 제조사마다 인증기준에 부합하게 각 스테이지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감압을 시킨다고는 하지만 제조사별로 감압이 이뤄지는 세부 값은 기술력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각 제조사별로 다르게 관리되는 감압 값과 그에 따르는 공차 등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1ㆍ2차 감압기를 혼용해서 사용하게 되면 정상적으로 감압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호환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공기호흡기의 용기와 밸브 결합 나사산은 ‘공기호흡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서 규정하는 공통나사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공기호흡기 용기와 밸브는 가스안전공사(KGS)의 고압가스 용품 인증을 별도로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기호흡기를 제외한 어떠한 고압가스 용품도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공통 용기면 호환을 허용하고 있습니다(예: 휴대용 가스버너와 부탄가스, 가스레인지와 LPG 가스통, 스쿠버 장비 등).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체도 제품 간 호환 시 밸브의 형상과 핸들의 위치가 제각기 달라 실제로는 사용에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용기 호환에 대해서는 동일 형식번호로 동일 제품임을 주장하며 판매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소비자에게 다른 모델명으로 서로 다른 제품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공기호흡기의 외관뿐 아니라 용기 밸브의 결합 방향, 밸브의 각도, 외관 모두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개발됐지만 용기 호환성 유지와 100% 시장점유를 유지하기 위해 1998년 최초 형식승인부터 21년간 동일 형식번호 98-4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은 OSHA(미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건강관리청)에서 승인된 공기호흡기의 경우 같은 용량과 같은 압력을 갖고 있으면 타사에서 승인받은 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해당 항목 번호 : 1910.156 - (f) - (1) - (iv)).


다만 공기호흡기와 함께 사용되는 모든 압축공기 용기는 미국 교통부(D.O.T)와 국립 직업 안전 보건 연구소(NIOSH,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해당 항목 번호 : 1910.120 - (q) - (3) - (x)).


www.osha.gov/laws-regs/regulations/standardnumber/1910/1910.156(미국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건강관리청 홈페이지 기준 링크) 


유럽은 우리나라, 미국과 인증 방식이 다릅니다. 구성품 각각 서로 다른 기준으로 EN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인증품 간에는 호환사용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선점 업체의 예비용기를 전국 소방관서에서 100%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후발 업체의 경우 제품의 형식승인을 받아도 제조사의 용기만 예비용기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시장 진입에 애로가 발생합니다.


현재 119구조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쿠버 장비(수중사용 호흡기)는 공기호흡기와 거의 동일한 구조의 장비입니다. 하지만 제조사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200bar 동일 압력과 동일 사이즈, 동일 나사산 구조일 경우 문제없이 혼용하고 있습니다(공기호흡기의 경우 300bar, 기본적인 작동, 감압구조 동일). 

 

[3M] 유럽에서 공기호흡기의 CE 인증(EN137)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면체도 CE 인증(EN136)을 받아야하고 용기도 CE 인증(EN12245)을, 밸브도 CE 인증(EN144-1, EN144-2)을 받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조합을 같은 제조사에서 생산해야 하는 것까지는 규정하지 않습니다. CE 인증을 받은 구성품끼리는 등지게 제조사가 자유롭게 결합한 뒤 CE 인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규정은 공기호흡기 제조사에서 득한 형식승인 번호를 용기에 기재토록 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형식승인 번호를 가진 구성품끼리만 결합해 사용해야 합니다. 이같이 호환사용이 원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선택 폭은 자연스럽게 좁아지고 후발 업체는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독점적 사업자 이익에 부합하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기호흡기의 자유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등지게 제조사가 공기호흡기의 형식승인 신청 시 가스안전공사의 인증을 받은 타사의 용기와도 결합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용기에 형식승인번호를 표기하는 대신 등지게와 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용기의 모델명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표준규격이 개발되면 법규상 안전성도 도모하면서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minoan] 공기호흡기 구성품 중 면체의 경우 개인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호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용기ㆍ밸브의 경우는 다릅니다. 용기ㆍ밸브는 가스안전공사에서 별도로 인증 절차를 진행합니다.


용기ㆍ밸브 호환 시 장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용기ㆍ밸브는 가스안전공사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모든 제조사가 인증 절차를 거칩니다. 더욱이 감압밸브를 통해 공기가 최종 면체로 도달하기 때문에 실제로 면체에서 나오는 공기 세기의 수준은 봄바람 수준입니다. 전혀 면체 등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컴라이프케어] 공기호흡기 구성품의 호환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공기호흡기는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장비 중 하나로 단순하게 기기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제조사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도 항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구성품은 물론 부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호환성을 위한 규격화가 진행된다면 기술 적용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오히려 기술이 낙후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진 미국과 유럽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제조사가 다를 경우 공기호흡기 구성품 호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미국의 경우 NFPA 1404와 1852 규격을 적용하고 있는데 다른 제조사의 공기호흡기 구성품 호환 사용과 제조사 미승인 부품 장비의 조립ㆍ사용 금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제조사가 다른 공기호흡기의 구성품 호환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유럽규격(EN137)에는 호환과 관련된 규정은 없지만 제조사가 사용과 관리에 관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토록 하고 있으며 제조사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에는 구성품을 변경해 사용할 경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승인을 잃게 된다는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만약 호환이 허용될 경우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품의 미세한 차이는 분명히 발생하게 되고 결국 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공기호흡기를 호환해서 쓸 경우 변압에 차이가 나거나 가압 차이, 유량 차이 등 여러 가지 구조적인 차이로 인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제조물 책임법 등에 따른 책임 소재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표준규격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소방청에 추가로 제안할 의견이 있다면?
[3M] 표준규격 개발이 현행 규정에서 몇 가지 부분을 변경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점은 크게 우려스럽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기호흡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오직 한국만을 위한 장비입니다. 그것도 한 기업이 99% 이상 독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공기호흡기가 가장 우수하고 안전한 제품이라서 사용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사용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은 현행 기준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기준을 계속 이런 수준으로 개정하고 유지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처음 기준을 만들 당시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좋게 변했는지 또 현행 규정으로 인해 얼마나 이상한 시장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필수적인 기능을 넣고 지엽적인 내용은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는 게 기준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여러 가지 테스트가 수반돼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선진 외국 등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뤄지고 테스트해 기준으로 도입하고 있는 내용을 참고하는 것입니다.


이미 검증된 유럽과 북미의 기준을 차용해 기준으로 삼는다면 한국에서 신뢰성을 다시 테스트할 필요 없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정상 선진 외국의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NFPA에서는 지난 2018년 규격 변경을 통해 공기호흡기의 여러 가지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기준이 급한 상황에서 동료 소방관에게 실린더의 공기를 나눠 쓰기 위한 장치를 통일해 제조사가 달라도 서로 호환할 수 있도록 한 buddy breathing입니다. 우리나라가 당장 이 같은 기준을 의무화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준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의 기준을 30년가량 유지하면서 국내 기업 한 곳이 시장을 99% 이상 점유하는 상황에 대한 피해는 장비를 사용하는 소방관, 더 넓게는 이를 위해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무게와 길이, 배터리 등의 규정이 독점을 유지하고 있는 한 기업의 제품만 맞출 수 있고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맞추지 못한다는 건 누가 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소방관의 안전을 우선하고 더 안전한 제품들이 한국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

 

[Honeywell] 표준규격 개발안을 살펴보면 EN의 요구사항 중 그동안 우리나라 기준에 적용하지 않던 많은 항목이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NFPA와 EN, 일본 기준을 기형적으로 섞어 기준을 만들고 또 임시방편으로 항상 개정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용어가 통일되지 않고 오역도 그대로 반영된 경우가 있습니다. 시험 역시 중복으로 시행되는 것이 많습니다.


EN의 요구사항을 국내 기준에 반영할 의도가 있다면 우리 기준의 수준도 EN과 동일하게 수정해야 향후 논란의 소지를 줄이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많이 소요돼도 면밀한 검토 후 표준규격이 마련돼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한컴라이프케어] 소방청은 공기호흡기 표준규격에서 제외된 공기공급장비와 비상탈출용 공기호흡기를 추가 구성품에 포함해야 합니다. 공기공급장비, 비상탈출용 공기호흡기의 경우 맨홀 등 질식위험이 높은 좁은 장소에서 인명을 보호하는 장비로 실제 소방에서 사고가 발생해 추가된 구성장비입니다.


현행 공기호흡기와의 기술적인 메커니즘이 유사하기도 합니다. 또 현재 소방에서 필요성에 의해 지속해서 구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만약 규격에서 삭제되면 제조업체에서는 미 인증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사용자도 미 인증품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안전성과 사용검증에 필요한 인증품으로 표준규격에서 추가 구성품으로 포함돼야 합니다.

 

취재 및 정리_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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