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저가 경쟁 끝났다”… 중앙소방장비품평회 ‘품질 경쟁’ 본격화25개 업체서 62개 장비 출품, 현장평가단 1400여 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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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소방장비품평회장 전경 © FPN |
[FPN 신희섭 기자] = 시도 소방본부별 개인보호장비 구매계획 수립에 앞서 현장 대원들이 직접 장비를 착용해보고 성능과 선호도를 평가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소방청(청장 직무대행 김승룡)은 시도 소방본부의 효율적인 장비구매 지원을 위해 지난 10~11일(일산 킨텍스), 17~19일(대구 엑스코) 등 닷새간 중앙소방장비품평회(이하 품평회)를 개최했다.
올해 품평회에는 개인보호장비 8종(공기호흡기, 방화복, 방화두건, 방화신발, 방화헬멧, 안전헬멧, 방화장갑, 안전장갑)과 열화상 카메라, 웨어러블로봇까지 10종, 62개 장비가 출품됐으며 전국에서 1400여 명의 현장 대원이 평가단으로 참여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장 대원이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는 안전성과 함께 착용감, 활동성이 중요한 요소임에도 그간 현장의 의견 반영은 제한적이었다.
특히 경쟁입찰 구조 속 저가 낙찰 관행으로 인해 장비 성능과 품질이 저하되고 ‘소방장비관리법’에 따라 특정규격을 정하더라도 감사ㆍ민원에 시달리며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청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조달청과 협의한 뒤 개인보호장비 6종(방화복, 방화두건, 공기호흡기, 안전모, 방화장갑, 안전화)을 다수공급자계약(MAS) 2단계 경쟁에서 제외시켰다. 가격과 무관하게 현장 대원 스스로가 원하는 장비를 직접 골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품평회의 평가방식도 손질했다. 절대평가만 이뤄지던 기존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절대평가와 선호도평가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평가결과는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평가결과는 시도별로 집계돼 내년도 개인보호장비 구매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시도 소방본부가 품평회 결과와 다른 장비를 구매할 경우 그 사유와 기준을 명확히 밝히도록 해 장비구매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방염 소재ㆍ대원 구조 기능 등 성능 경쟁 ‘가열’
올해 방화복 시장은 디자인과 기능을 내세운 제품들이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공급업체가 급증하면서 시장 방어전과 진입 경쟁이 격화됐던 지난해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하나산업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PBI 방화복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올해는 PBI 소재 중 최고 등급으로 평가받는 ‘PBI MAX’ 원단을 적용한 신형 방화복과 평생 A/S 정책을 내세워 평가단의 관심을 모았다.
한컴라이프케어는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왔던 신형 방화복을 처음 공개했다. 이 제품에는 대원 구조 기능이 탑재돼 있다. 직접 방화복을 실착해본 대원들은 RIT(신속동료구조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잘 반영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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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처음 방화복 시장에 뛰어든 케이엠은 듀폰사가 고성능 방염 소재 PBO를 이용해 개발한 ‘Nomex™ Xtreme’ 원단의 방화복을 선보였다. 3D 입체 패턴을 적용해 관절 부위의 움직임을 극대화하고 포복이나 앉는 자세에서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구는 지난해 PBO와 일반 아라미드 방화복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사용자의 선호도에 따라 개별안전용품을 탈부착할 수 있는 ‘MOLLE SYSTEM’이 적용된 방화복을 선보였다.
무림어패럴은 겨드랑이와 팔꿈치, 무릎 등 주요 관절 부위에 봉제선이 없는 방화복으로 관심을 받았다. 제조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팔을 올려도 상의가 딸려 올라가지 않고 팔과 무릎을 편하게 굽힐 수 있어 장시간 현장 활동에도 피로감을 최소화해준다.
동방어패럴 역시 고성능 방염 소재인 PBO를 적용한 방화복을 출품했다. 이 제품은 손목 안쪽 내ㆍ외피 결합 부위를 심실링 처리해 액체 유입이 최대한 차단되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띄었다.
현장평가단 A 씨는 “고성능 방염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며 “소재뿐 아니라 랜턴 위치, 벨트 구조 등 세부적인 변화가 많아 예전보다 성능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화복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졌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업체 간 품질 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방화신발 시장 ‘새 판’… 가죽제 제품 대거 등장
방화신발은 소재에 따라 가죽제와 고무제로 나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증을 획득한 가죽제 방화신발이 없어 고무제 제품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한스산업, 메스코리아, 트렉스타 등 세 개 업체가 인증을 확보한 가죽제 제품을 출시했고 추가로 인증을 준비하는 업체도 늘면서 시장에 ‘새 판’이 짜이고 있는 분위기다.
가죽제 방화신발은 고무제 대비 착용감과 유연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그간 가죽제 인증품을 기다려온 대원이 많았다.
실제로 평가단은 가죽제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평가단 소속 B 씨는 “고무제보다 활동성이 훨씬 좋은 것 같다”며 “다이얼 방식이 적용된 제품은 발을 단단히 잡아줘 발 피로도가 덜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평가단 C 씨는 “고무제 방화신발의 착용감이 떨어지는 건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착용감은 안전과도 직결될 수 있는 요소다. 가죽제 제품을 직접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평가단 의견에는 가격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었다. 평가단 D 씨는 “신발은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고무제 방화신발 대비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평가가 좋아도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고무제 방화신발 제조사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존에 확보해놓은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경량화ㆍ미끄럼 저항ㆍ안전성 강화 등 기능 개선을 앞세운 신제품을 선보이며 가죽제 방화신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 ▲ 현장자문단이 직접 장비를 착용해보고 평가하고 있다. © FPN |
공기호흡기ㆍ헬멧ㆍ장갑 등 신기술 적용 장비 총출동
한컴라이프케어와 PIP(하니웰), 케이디펜스는 신기술이 적용된 최신 공기호흡기를 선보이며 평가단의 눈길을 끌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이번 품평회에서 최신형 공기호흡기 ‘AS70’을 처음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임무 환경에 따라 기능을 자유롭게 구성하는 모듈형 공기호흡기로 분리형 통신 모듈과 무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열화상 카메라가 통합된 무선 인명구조경보기(PASSTIC) 등을 상황에 맞게 조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현장 대원의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기존 대비 약 10% 경량화된 타입 3 용기를 개발해 적용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PIP 공기호흡기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돼 착용감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끄러운 재질의 면체는 230° 이상의 시야각을 제공하고 안면부 렌즈는 안티포그 코팅 처리로 어떠한 조건에서도 내부 김 서림을 완벽히 차단해 준다. 사용자의 얼굴 크기에 따라 대ㆍ중ㆍ소 크기의 안면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케이디펜스는 IT 융복합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공기호흡기를 선보였다. 플라스틱 라이너가 적용된 복합용기를 사용해 무게가 가볍고 인명구조경보(PASS) 기능을 가진 전자식 압력지시계가 탑재돼 있다.
외국산 제품의 잇따른 등장으로 방화헬멧과 안전헬멧 시장 역시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은 인증을 획득한 업체가 없어 사실상 독점 구조로 운영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외국산 제품의 국내 인증 사례가 늘면서 독점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국내 제조사의 인증까지 확대되면서 시장 재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방화장갑 시장은 ‘착용감’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올해 품평회에 방화장갑을 출품한 업체는 써미트코아퍼레이션과 에스지티 두 곳으로 모두 PBI의 고성능 방염 원단을 장갑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소재의 성능 차가 크지 않은 만큼 평가단의 선택은 착용감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방화두건은 올해 검인증 절차가 KFI에서 KFAC로 전환됐지만 아직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없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저마다 신기술ㆍ신소재를 적용해 착용감을 개선한 KFI 인증 제품을 중심으로 평가를 받았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