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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아빠는 나의 영웅”… 완도 냉동창고 순직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종합)

고 박승원 소방경ㆍ노태영 소방교, 유족 등 400명 배웅 속 영면
고인에 1계급 특진ㆍ옥조근정훈장 추서…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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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6/05/04 [10:00]

[FOCUS] “아빠는 나의 영웅”… 완도 냉동창고 순직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종합)

고 박승원 소방경ㆍ노태영 소방교, 유족 등 400명 배웅 속 영면
고인에 1계급 특진ㆍ옥조근정훈장 추서…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6/05/04 [10:00]


4월 12일 완도 냉동창고 화재현장에 출동했다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 그들의 영결식이 14일 전라남도청장으로 엄수됐다. 

 

 

이들의 마지막 배웅 길에는 유가족과 동료 등 400여 명이 함께 했다. 고인들을 태운 운구 차량이 영결식장에 들어섰고 곧이어 위패와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시작됐다. 숙연했던 분위기가 눈물바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이날 영결식은 묵념과 약력 보고, 1계급 특진ㆍ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추도사, 헌화ㆍ분향 등의 순으로 치러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전남도는 이들을 1계급 특진 조치했다.

 

김승룡 소방청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이 대통령은 “고 박승원 소방경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재난현장을 누빈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오직 생명을 지키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품고 거센 화마 속으로 달려갔다”며 “자상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를 떠나보낸 유가족과 동료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 노태영 소방교에 대해선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소방관을 잃은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 생명을 구하기 위해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든 고인의 헌신과 사명감이 오늘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기연 전남도지사 권한대행은 영결사를 통해 “두 분이 도민의 간절한 부름에 기꺼이 응답하셨던 것처럼 전남도 역시 소방관의 안전과 행복, 생명을 지키는 일에 온 힘을 쏟겠다”며 “인력과 장비, 처우를 더욱 빈틈없이 챙기고 첨단기술을 도입해 대원들이 보다 안전한 구조 활동에 임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고 박승원 소방경, 노태영 소방교와 함께 근무했던 임동현 완도소방서 소방장, 임준혁 해남소방서 소방사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박 소방경과 동고동락해온 임동현 소방장은 “고인은 출동 벨소리가 울리면 망설임 없이 장비를 챙기고 가장 앞에서 상황을 마주하는 소방관이었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동료를 먼저 챙기던 따뜻한 마음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깊이 남을 거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동료를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당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진정한 소방관이다. 보여준 용기와 책임, 말없이 전해주던 따뜻한 마음을 우리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노 소방교의 동료인 임 소방사는 조사를 읽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근무하자’던 그 평범한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한 이 못난 동생을 용서해 달라”며 “형이 사랑했던 소방관의 사명은 이제 남겨진 우리가 짊어지겠다.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는 ‘소방사 노태영’의 이름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유족 대표로 나선 박 소방경의 아들은 “아버지는 나의 영웅이자 정말 멋진 남자”라며 “앞으로 못 볼 것을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하다. 아버지가 말한 멋진 가장이자 무슨 일이든 해내는 가장이 되겠다”고 흐느꼈다.

 

영결식을 마친 뒤 고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악몽 같던 그날의 화재  

4월 12일 오전 8시 4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2개 동 중 연면적 3095㎡ 규모의 1개 동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해남소방서 북평119지역대와 완도소방서 119구조대 등으로 꾸려진 현장대원 7명은 오전 8시 38분께 1차 내부진입에 나섰다. 벽면에서 연기가 나 동력절단기로 창고 내부 패널을 절단했지만 발화 지점을 추정할 만한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이후 대원들이 외부로 나와 상황 파악과 대책 회의를 하던 중 창고에서 다시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들어가 발화 지점을 특정하면 수월하게 진화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 오전 8시 47분께 다시 내부로 들어갔다. 

 

이들은 오전 8시 52분께 “화염이나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상황을 보고했다. 그로부터 3분 뒤인 오전 8시 55분께 큰 화염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전을 통해 곧장 대피하라는 지시가 전해졌고 내부에 진입했던 대원 7명 중 5명은 빠져나왔다. 

 

소방은 창고에 연기가 가득 차고 불길이 번지자 오전 9시를 기해 지역 내 소방력을 총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그러나 오전 9시 2분께 불이 난 창고로 진입한 박승원 완도소방서 소방경과 노태영 해남소방서 소방교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결국 실종 신고 약 1시간 만인 오전 10시 2분께 박승원 소방경이 냉동고 출입구 안쪽 약 5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오전 11시 23분께 노태영 소방교도 창고 출입구에서 약 3m 떨어진 지점에서 내장재 패널에 덮인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을 거둔 상황이었다.

 

동료들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본보기였던 ‘고 박승원 소방경’

 

고 박승원 소방경은 1982년 3월 23일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소방관의 길을 택한 그는 시험에 합격해 2007년 10월 해남소방서 완도119안전센터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2010년 11월 소방교로 승진한 그는 영암소방서로 자리를 옮겨 약 2년 11개월간 근무했다. 이후 소방장으로 승진한 뒤 해남소방서에서 근무하게 됐다. 2020년 12월 소방위로 승진했고 완도소방서 현장대응단을 거쳐 119구조대원으로 활동했다.

 

고 박 소방경은 그간 수많은 재난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헌신했다. 사고가 나기 열흘 전쯤인 4월 3일에는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조하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에는 전라남도지사 표창, 2024년에는 소방청장 표창을 받은 이력이 있다.

 

세 자녀의 가장이던 그는 동료들에게 든든한 동반자, 후배들에게는 따뜻하면서도 본보기가 되는 선배로 기억되고 있다.

 

누구보다 열정이 넘쳤던 소방관 ‘고 노태영 소방교’

 

고 노태영 소방교는 1996년 7월 22일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소방관의 꿈을 키웠고 시험에 합격해 2022년 8월 해남소방서 해남119안전센터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2025년 7월에는 땅끝119안전센터로 발령받았고 약 8개월간 근무 후 북평119지역대로 자리를 옮겼다.

재직 3년여 동안 약 400차례 현장에 출동한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현장 활동에 임한 대원으로 평가받았다.

 

평소 바른 성품과 책임감 있는 자세로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에서 신뢰가 두터웠고 조직에서도 늘 힘이 되는 소방관으로 알려졌다.

 

 

추도사

임동현 완도소방서 소방장

 

오늘 우리는 같은 제복을 입고 같은 현장을 누비며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눴던 소중한 동료 고 박승원 소방관을 깊은 슬픔 속 떠나보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승원 소방관은 언제나 누구보다 먼저 준비하고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향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출동 벨소리가 울리면 망설임 없이 장비를 챙기고 가장 앞에서 상황을 마주하는 소방관이었습니다. 

 

위험한 현장 속에서도 박승원 소방관은 늘 침착했고 동료들을 먼저 살피며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던 모습, 동료를 먼저 챙기던 따뜻한 마음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에 박승원 소방관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자신의 위험을 뒤로한 채 끝까지 현장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를 다시 볼 수도, 부르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까지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며 웃고 땀 흘리며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동료를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었던 건 아닌지, 더 지켜줄 수 있었던 건 아닌지 끝없이 되묻게 됩니다. 그 마음은 아마도 오래도록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료 박승원. 

당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진정한 소방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누구보다 자랑스런 동료였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용기와 책임 그리고 말없이 전해주던 따뜻한 마음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이 걸어온 길과 남겨준 뜻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남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남은 우리는 당신이 지켜내고자 했던 그 자리에서 당신의 몫까지 함께 짊어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겠습니다. 당신이 남긴 그 이름, 그 용기와 헌신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승원아! 이제는 모든 짐 내려놓고 위험도 고통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어라.

승원아! 고생 많았다.

 

추도사

임준혁 해남소방서 소방사

 

영원한 동료, 노태영 형님을 보내며

 

태영이 형, 듣고 계시죠.

 

오늘 우리는 형님과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모였습니다. 아직도 문을 열고 들어오면 “준혁아, 야식 먹자”며 환하게 웃어줄 것만 같은데 차가운 영정 사진 속 형의 모습이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형님과 저는 2022년 해남소방서에 함께 임용됐고 4년 가까이 연고지 없는 해남에서 근무했습니다.

2025년 7월 우리 둘이 땅끝센터 2팀으로 발령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막내로 들어와 선배님들 따라가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둘이서 얼마나 긴장하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같이 자격증 준비를 위해 무거운 장비를 메고 훈련하며 형은 항상 제 곁에서 “조금만 더 힘내자”며 말해주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센터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모든 선배님이 우리를 가족처럼 아껴주셨습니다. 체력단련 시간에 다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하고 쉬는 날에도 만나 운동하며 저희 2팀은 동료 이상의 감정이 생겨났습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힘들어할 때면 자기 일처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시던 따뜻한 팀원 선배님들 덕분에 우리는 소방관으로서 가장 행복한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픈 건 형이 꿈꾸던 행복한 미래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지는 어디가 좋을지, 앞으로 어떻게 예쁘게 살지 고민하며 수줍게 웃던 형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 행복한 고민이 왜 이렇게 한순간에 멈춰버려야 하는지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형님,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올해 3월 인사발령 때 형을 북평지역대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곳에 가면 안 된다고 붙잡고 제가 갔어야 됐는데… 

 

제가 못난 탓에 형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고 후회만 남습니다.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근무하자”던 그 평범한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한 이 못난 동생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형님 이제는 뜨거운 화마도, 무거운 장비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형이 못다 이룬 꿈, 그리고 형이 사랑했던 소방관의 사명은 이제 남겨진 우리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비록 형님의 육신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는 ‘소방사 노태영’의 이름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자랑스러운 나의 형님, 나의 동료 노태영. 

그곳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고민 없이 행복만 하십시오. 형님이 우리 곁에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형님 이제 편히 쉬십쇼.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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