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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응은 늘 인간의 영역이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누군가는 무전기 너머의 다급한 목소리만으로 상황을 가늠한다. 소방은 그렇게 몸과 경험, 직관으로 버텨 온 조직이다. 매뉴얼ㆍ장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마지막 순간 현장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의 판단과 용기였다.
그런데 지금 이 익숙한 현장에 전혀 다른 언어가 스며들고 있다. 데이터를 학습하며 패턴을 읽고 위험을 먼저 감지하는 AI의 언어다.
각종 재난현장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조직에도 ‘AI 시대’는 찾아올까. 이번 <119플러스> 7주년 창간 특집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AI가 바꿔 놓을 소방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산ㆍ학ㆍ연ㆍ관의 전문가 네 분을 한자리에 모셨다. 이들 모두 “소방의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AI는 더 이상 산업 분야의 변화만을 이끄는 기술이 아니고 재난 대응의 문법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소방 AI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술이 더 깊숙이 들어오는 미래에도 끝내 중심에 남아 있어야 할 건 무엇인가. 이들의 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마주할 소방의 내일도 조금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거다.
각 분야에서 바라보는 ‘소방 AI’의 현주소는.
최갑용 가능성과 현실의 벽이 공존하는 단계로 판단된다. 소방청은 25종의 내부 정보화시스템과 민간 데이터를 연계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화재ㆍ구조ㆍ구급 데이터 분석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AI가 현장 의사결정 전반에 깊이 들어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미국 뉴욕 소방(FDNY)의 경우 파이어캐스트(FireCast)를 비롯한 데이터 기반 위험 예측 체계를 통해 화재 위험이 높은 건물을 선별하고 점검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영국 런던 소방(LFB)은 드론과 열화상, 고해상도 영상, AI 분석기술을 결합해 화재현장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파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재난 대응 방식의 변화다. 앞으로 소방의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지’가 아닌 ‘위험을 얼마나 먼저 인지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오정우 아직 전면 실전 운용 단계라기보단 부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시작한 초기 실용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영상 분석과 화재 감지, 위험 예측, 출동 지원, 상황 전파, 시설 이상 탐지 같은 영역에선 상당한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다만 실제 화재현장은 일반 산업현장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비정형적이다. 순간적으로 조건이 바뀌는 환경이기 때문에 단순 AI 적용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지향 과거의 AI가 수집된 데이터를 사후 분석하는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실시간 예측과 능동형 대응이 가능한 단계다. 영상ㆍ센서에 기반한 화재 인지와 확산 예측뿐 아니라 상황실에선 신고자 음성 인식(STT)ㆍ자연어 처리(NLP)를 통한 상황 분류, 위치 추정 자동화 기술이 운용되고 있다.
또 최근 도입된 무인소방로봇엔 레이더(Radar)와 라이다(Lidar)를 이용한 장애물 인식, 주행 가능 영역을 판단하는 AI 기술이 적용되는 등 소방 분야에서 AI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상훈 그간 쌓아온 ‘학습된 데이터’ 안에선 훌륭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재난현장’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기반 실시간 판단이다.
쉽게 말해 통신이 끊긴 지하 화재현장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경로를 찾고 인명을 식별하는 독립적 AI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소방에 도입된 무인소방로봇이나 사족보행로봇은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최근 무인소방로봇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어떤 로봇인가.
오정우 현대로템의 군용 무인차량 ‘HR-셰르파’를 소방용으로 개조ㆍ개발한 차량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소방청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지하 주차장처럼 농연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렵거나 온도가 높은 화재현장에 소방관보다 먼저 투입돼 소방관의 진입 환경을 조성하고 구조대상자를 탐색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국립소방연구원이 로봇 성능 검증을 맡았다고.
이지향 실제로 불을 지피는 실험장을 구축하고 고온ㆍ고농연 환경에서도 무인소방로봇이 정상 작동하는지, 소방현장에서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했다.
구체적으로 무인소방로봇을 실험장에 넣고 가깝게는 화원과 5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센서 등이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 가연물 종류마다 최고 온도나 연기 농도가 달라지는 만큼 다양한 가연물로 여러 환경을 구현했다.
인력 중심 기존 소방 시스템의 한계를 AI가 보완할 수 있다고 보나.
최갑용 인력 중심 소방 시스템의 큰 한계 중 하나는 119 신고 폭주 상황이다. 현재 119엔 하루 약 3만 건, 분당 2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된다. 짧은 시간에 수백 건의 신고가 동시에 몰리면 인간이 모든 신고의 긴급도를 즉시 판단하긴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AI는 재난 대응 전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119 신고 단계가 AI 적용의 첫 관문이자 가장 크게 변화를 일으킬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AI는 신고자 음성의 떨림과 비명, 배경 소음, 화재ㆍ폭발음 등 비정형 신호를 실시간 분석해 위급도를 분류하고 다수의 신고 중 더 위급한 상황을 선별할 수 있다. 또 복합재난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분석해 더 신속한 대응 전략 수립을 지원할 수 있다. 실시간 언어ㆍ수어 통역으로 소통 공백도 줄여 준다.
AI의 강점은 인간을 대체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와 규모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있다. 특히 신고 폭주와 복합재난, 재난약자 대응 분야에서 AI는 소방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가 될 거로 전망된다.
오정우 소방은 본질적으로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다만 고위험 환경에 직접 들어가야 한다는 점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는 점, 숙련도에 따라 대응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사람 중심 체계는 분명 한계가 있다.
AI는 이 지점에서 매우 강력한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 고위험 환경에 사람 대신 들어갈 수 있는 데다가 수많은 영상ㆍ센서 정보를 동시에 감시하고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변화나 패턴을 탐지한다.
또 반복적이고 피로도가 높은 감시ㆍ분석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다. 즉 광범위한 데이터 감시와 탐지 분야에서는 AI가 인간보다 분명히 강하다.
단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는 지휘관과 대원의 판단을 보완하는 역할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이지향 기존 소방 시스템은 동시다발 상황에서의 인지 한계와 정보 지연, 주관적 판단 편차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반면 AI는 인지 속도와 업무 처리 범위, 일관성 측면에서 월등히 앞선다. 따라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려면 AI 기반 정보를 토대로 기존 소방 시스템이 최종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인간의 오감이 닿지 않는 비가시적 영역의 데이터 처리 능력만큼은 AI가 인간을 확실히 앞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플래시넷(FlashNet) 모델은 플래시오버를 인간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92%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해냈다.
정상훈 AI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이 지속하기 어려운 영역의 일을 대신 수행하는 보조 수단이라고 본다. 기존 소방 시스템은 인력과 경험에 의존해 왔지만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에선 AI의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는 광범위한 지역을 탐색하거나 반복 작업을 지속해서 수행해 준다. 연기가 많거나 어두운 야간 환경에서 열화상 분석을 통해 사람을 탐지할 수도 있다.
AI 발전의 핵심은 데이터지만 학습을 위한 소방현장 데이터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던데.
최갑용 화재현장의 영상과 열화상 데이터는 연기, 고열, 급격한 조도 변화로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고 음성 데이터 역시 긴급한 신고 상황에서의 잡음과 비정형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구조ㆍ구급ㆍ복합재난 데이터는 반복 수집이 어렵고 대형 재난은 드문 사건이어서 AI 학습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
오늘날 AI는 영상ㆍ음성 등 비정형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문제는 소방현장의 데이터가 처음부터 AI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활용을 위해선 전처리와 표준화, 학습 가능한 형태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결국 소방 AI의 성패는 영상ㆍ음성ㆍ텍스트를 포함한 현장 데이터를 얼마나 제대로 모으고, 정제하고, 연결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오정우 소방 AI에서 좋은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문제다. 일반적인 AI는 대량의 정형 데이터로 학습할 수 있지만 소방현장은 그렇지 않다. 화재는 발생 빈도가 낮지만 상황 편차는 매우 크다. 같은 화재라도 구조물과 연료, 환기 조건, 시간대, 설비 상태에 따라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가장 큰 난관은 데이터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화재현장 데이터는 매우 귀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고 수집 여건도 제한적이다. 데이터가 제한적이므로 AI 딥러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제한적인 데이터를 학습하면 정확한 퍼포먼스를 낼 수가 없다.
이지향 화재현장의 극심한 노이즈와 데이터 비대칭성이 가장 큰 난관이다. 재난현장은 통제된 실험실과 달리 연기, 화염, 통신 장애로 인해 고품질 데이터를 얻기 매우 어렵다. 특히 대형 참사 데이터는 발생 빈도가 낮다 보니 AI가 학습할 ‘정답지’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형 화재 데이터는 디지털 트윈과 FDS(Fire Dynamics Simulation) 엔진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확보한다. 가상 공간에서 수만 가지의 화재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거다. 이를 통해 AI는 발생 빈도가 낮은 극한의 재난 상황을 가상 데이터로 선행 학습해 실제 현장 예측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상훈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부족과 비표준성이다. 동일한 유형의 재난이어도 환경 조건이 매번 달라지기에 데이터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전국 단위 재난 데이터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드론과 장비를 활용해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ㆍ축적하고 이를 통합해 관리하는 부서가 필요하다. 또 재난현장이나 교육ㆍ훈련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소방 AI 발전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확보와 관리 체계에 있다. 공무원 조직 특성상 인사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는 만큼 더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AI가 도입되면 소방조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예상되는 부분이 있다면.
최갑용 소방 업무는 크게 119 신고 접수부터 상황 관제, 출동, 현장 대응, 귀소까지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각 단계에 AI를 접목하면 먼저 119 신고 접수 단계에선 신고 내용 자동 분석과 위험도 분류가 가능하다.
상황 관제 단계에선 신고 내용과 위치, 교통, 기상, 과거 출동 이력 등을 종합해 상황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출동 단계에선 최적의 출동 경로와 자원 배치를 제안해 준다.
현장 대응 단계에선 드론과 바디캠, 열화상 카메라 등 AIoT(AI 융합기술)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대원 판단을 지원한다. 마지막 귀소 단계에선 출동 결과와 현장 기록을 바탕으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데이터 축적을 자동화해 준다.
결과적으로 AI 도입 시 소방의 다섯 단계 업무는 각각 분리된 절차가 아닌 데이터가 연결된 하나의 지능형 대응 체계로 변화하게 된다.
오정우 많은 사람이 AI를 곧바로 화재 진압 자체에 적용하는 기술로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선행되는 절차인 예방과 위험 예측, 출동 준비에 적용성이 크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건물의 화재 취약성을 사전 분석하고 출동 전 건물 구조와 위험 요소를 자동 요약해 준다면 실제 현장에서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즉 앞으로 소방은 단순히 출동해서 대응하는 조직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더 정밀하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점차 바뀌게 될 전망이다.
이지향 대응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드론과 로봇이 수집한 다각도 영상을 AI가 분석해 화재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최적의 진압 지점을 제안하는 디지털 기반 현장 지휘가 일상화될 거다.
또 진입하기 어려운 고위험 현장엔 무인소방로봇과 수색 드론이 투입돼 신속ㆍ정확한 대응과 함께 소방대원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을 거로 전망하고 있다.
정상훈 소방조직은 인력 중심 구조에서 정보 중심 구조로 변화하게 될 거다. 개인 경험에 의존하던 판단 방식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고 지휘 체계에선 직관보다 측정된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소방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측정된 정보를 해석ㆍ활용하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장 소방관이 AI의 판단을 100% 믿어도 될까.
최갑용 일정 수준의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는 게 안전하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다. 현장에서 60~90% 수준까지 분석ㆍ정리ㆍ예측을 담당하며 사람의 부담을 줄여 줄 순 있지만 최종 책임과 의사결정은 여전히 사람, 즉 현장 지휘관과 상황요원이 해야 한다.
AI는 소방관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ㆍ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지능형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 판단과 추천을 했는지 현장 대원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실제 현장에서 반복 검증을 통해 성능이 입증돼야만 소방현장이 AI를 신뢰할 수 있다. 데이터의 품질과 표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
오정우 AI를 맹신하지 않는 운용 원칙을 세우고 AI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시스템 설계와 교육ㆍ훈련에 반영해야 한다. 신뢰는 기술 스펙으로만 생기지 않는다. 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고 그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형성된다.
이지향 100% 신뢰하기 어렵고 그래서도 안 된다. 재난현장은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지배하는 영역이므로 AI의 판단은 절대적 명령이 아닌 ‘고도의 의사결정 지원 정보’로 기능해야 한다.
신뢰 구축을 위해선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시각화해 실시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판단 근거가 되는 센서 데이터와 통신망이 극한 환경에서도 끊기지 않는다는 물리적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
정상훈 AI의 판단을 완전히 신뢰하긴 어렵다. 하지만 AI의 정보를 참고하지 않는 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즉 AI는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을 전제로 활용해야 하는 도구다.
신뢰는 ‘결과’가 아니라 ‘설명’에서 온다. 단순히 ‘저기로 가라’가 아니라 ‘왜 저기가 안전한지’에 대한 근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XAI(설명 가능한 AI) 도입이 필요하다. 더불어 반복적인 현장 검증을 거쳐 도출된 피드백을 계속 반영해 나가야 한다.
AI의 판단 오류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최갑용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도적 준비 없이 AI를 현장에 밀어 넣는 건 무책임하다. 책임 문제 때문에 도입 자체를 계속 미루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이 최종 책임을 지되 AI를 신뢰할 수 있는 보조 체계로 제도화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정상훈 책임을 사용자에게만 전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AI 시대의 책임 범위는 개인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AI 시스템은 운영자와 개발자, 정책 설계자가 함께 관여하는 구조다.
따라서 책임도 분산돼야 한다. 제조사와 국가, 운용 주체 간 책임 배분을 명확히 하는 소방용 AI 특별법 논의가 필요하다.
AI와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에 소방관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보나.
최갑용 미래의 소방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을 준비하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소방관은 직접 수행자에서 판단자이자 지휘자, 그리고 AI와 장비를 통합 활용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자로 변화하게 될 거다.
다만 이런 미래가 반드시 장밋빛인 건 아니다. AI와 로봇이 대부분의 정형화된 대응을 처리한다지만 AI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비정형 재난에선 인간의 판단력이 결정적이게 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방관의 인간적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역설적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
오정우 소방관은 더 이상 위험을 몸으로만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생명을 지키는 전략적 전문가로 진화하게 될 거다.
정상훈 향후엔 드론과 로봇이 위험 지역에 먼저 투입되고 소방대원은 안전한 위치에서 상황을 분석ㆍ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거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소방관의 역할은 위험 지역에 직접 진입하는 인력에서 정보 기반 판단을 내리는 지휘 인력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소방 AI’가 발전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정부ㆍ기업ㆍ학계가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최갑용 정부, 특히 소방청이 해야 할 일은 데이터 개방과 법 제도의 현실화다. 25종 소방정보화시스템 데이터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한 기업ㆍ학계는 제대로 된 AI를 만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국 소방학교에 AI 전문과정을 신설해 현장과 기술을 이해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기업은 현장 친화적 AI 개발에 집중해야 하고 학계는 소방 영역에 특화된 AI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현재 소방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AI를 다룰 수 있는 융합형 인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든 과정에 소방관을 반드시 참여시키는 거다. 현장을 모르는 AI는 결국 현장에서 외면받는다. 가장 좋은 소방 AI는 현장과 함께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다.
오정우 당장은 기술 개발보다 현장 중심의 공통 기반을 만드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먼저 소방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AI는 데이터가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영상, 열화상, 센서, 출동 기록, 훈련 데이터, 시설 정보 등을 표준화된 형태로 축적ㆍ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실증 중심 테스트베드 구축도 중요하다. 기업은 기술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제 현장 수준의 검증 환경이 부족하면 상용화가 어렵다. 정부와 소방기관이 참여하는 실증형 테스트베드와 반복 검증 체계가 준비돼야 한다.
이지향 연구실 수준의 AI가 아닌 실제 소방관의 피드백이 즉각 반영되는 ‘119 리빙랩(Living Lab)’ 중심의 협력이 필수다. 현장 피드백 순환 구조에 기반해 학계ㆍ기업이 개발한 AI 로봇이나 예측 알고리즘을 반복 검증함으로써 기술 개발에서 현장 적용,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루프(Loop)를 만들어야 한다.
정상훈 정부는 데이터 공유와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쓰고 기업은 현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학계는 이를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모든 기술은 실제 현장을 기준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방에서 AI의 가치는 효율이 아니라 구조대상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므로 소방 AI는 재난현장에서 완성돼야 한다.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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