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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에 빠진 화학- Ⅳ

화학자가 바라본 심오한 소방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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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 기사입력 2025/12/03 [10:00]

소방에 빠진 화학- Ⅳ

화학자가 바라본 심오한 소방의 세계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 입력 : 2025/12/03 [10:00]

불은 무엇일까?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 ①

살짝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불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 어두운 방 안에 초를 켜 놓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캠핑하러 가서 불멍을 하면 편안한 기분이 든다. 불은 시각적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적절한 열로 피부에 따뜻한 촉감을 선사하며 마음마저 훈훈하게 한다. 

 

불에는 장작을 태워낼 수 있는 장작불, 은은한 촛불 등이 있다. 이런 불들은 따뜻한 열을 내며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 타고 있는 불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방안을 환히 밝혀주는 LED와 형광등 등의 조명 불빛, 청정지역에만 산다는 아름다운 반딧불이의 불도 있다.

 

모두 빛을 발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조명 불이나 반딧불은 장작불만큼 뜨겁진 않다. 특히 반딧불이는 우리가 손에 둬도 될 만큼 전혀 뜨겁지 않다. 이런 사실을 보면 불이 나는 건 꼭 열을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러나 불꽃을 보이는 반응 대부분은 열을 동반한다.

 

▲ 세상엔 다양한 불이 있다. 나무를 태워 불을 낼 수도, 전기가 통하면 전구에서 불빛이 나오기도, 생물의 체내 화학반응을 통해 불빛을 내는 반딧불이도 있다. 빛을 내는 원리는 유사하다.

 

어쨌든 바람이 세게 불거나 후~하고 불면 꺼지기도 하고 바람의 세기가 약하면 흔들거리다 처음처럼 되돌아온다. 타고 있는 숯에 부채로 공기를 불어 넣으면 불이 더 커져 활활 타오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면 불은 이런 특성이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다. 바람을 불어 불이 흔들거린다면 공기 흐름에 영향을 받은 무언가가 불 속에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불 속에는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하다.

 

종종 소방관들 앞에서 강의할 때 불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타고 있는 불을 좀 쉽게 풀어가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반딧불이 하나하나가 불 속에 있는 분자라 생각하고 이 빛을 발산하는 반딧불이가 불 속에 엄청 많이 날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불의 반응이 종결돼 열이 식으면 반딧불이는 빛을 잃고 쓰러져 죽거나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으로 묘사할 수 있다. 불 속엔 불을 내는 작은 분자들이 존재한다.

 

이제 살짝 어렵게 묘사해 보겠다. 타고 있는 초에 열이 가해져 고체 초가 녹아 액체가 되고 더 열을 가하면 기체가 된다. 이런 반응이 동시에 진행되며 초에 지속해서 열과 산소가 가해지고 초의 성분 물질이 열로 인해 분해되면 더 작은 형태의 분자가 된다. 이 분자는 산소와 반응해 산화된 물질을 생성한다.

 

이 분자들도 에너지를 가졌기에 산소와 결합하면서 열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뜨거워진 분자 내의 전자는 열에너지를 받아 원래 상태보다 높은 에너지 상태가 된다. 이전 글에서 뭐라고 했는가. 이 세상의 물질들은 안정화된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높은 에너지 위치의 전자는 다시 바로 본래 자신의 낮은 위치 에너지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높은 에너지 상태의 전자는 낮은 상태가 되는데 이 순간 빛이 나온다. 이게 바로 불이 나면서 불빛이 나오는 원리다.

 

▲ 물질 내 전자(e-)가 존재할 수 있는 특정 에너지 수준이 존재하고 그 전자가 열이나 빛 등을 흡수하면 바닥 상태에 있는 전자(①)는 들뜬 상태(③)가 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에너지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면서 열이나 빛을 내게 된다.

 

우리가 흔히 미친 사람의 행동을 “발광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 발광은 빛을 발한다는 ‘발광’과는 다른 용어다. 백과사전 등에서 말하는 발광은 원자 속 전자가 열, 전자기파, 마찰 등에 의해 에너지를 받아 높은 에너지 상태가 됐다가 낮은 상태가 되면서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빛을 내는 거로 기술한다.

 

분자나 원자 속을 아주 깊숙이, 다시 말해 초 미시적 세계를 관찰해보면 원자 내에는 핵이 있다. 핵 주변에는 정처 없이 떠도는,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전자가 있다. 

 

이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에너지의 수위에 대해 흔히들 에너지가 양자화돼 있다고 말한다. 이는 에너지 위치가 연속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계단처럼 띄엄띄엄 증가하거나 때로는 감소하는, 즉 연속적이지 않은 현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원자 내 에너지가 연속해서 증가하지 않고 일정 수준만 갖는 상태를 양자화돼 있다고 한다.

 

따라서 원자 내 전자 에너지 위치에서 전자가 열이나 빛을 받아 들뜨게 되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열을 내거나 빛을 내게 된다. 이런 전자의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의 에너지 위치 차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크기가 발광하는 빛의 색을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즉 가시광선 영역의 빛만 고려한다면 분자 내 전자 에너지 수준이 낮은 에너지와 높은 에너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때 빨간색을 내게 된다. 또 이 에너지 수준의 차가 빨간색에 해당하는 에너지보다 좀 더 크면 파란색 등 빨간색보다 에너지가 더 높은 다른 색의 빛을 방출하게 된다.

 

대학원 시절, 갑자기 나노과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노 입자(Nano Particle)라는 걸 보고 감탄했다. 나노 입자라는 건 10의 마이너스 9승, 즉 대략 1에서 수백 10-9m 크기에 해당하는 입자를 말한다. 정말 작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당시 나노 바람이 불어 과학자들은 작으면서 이쁜 물질을 무수히 만들어냈다. 우린 항상 눈으로 보고 무언가 확인해야 믿게 되는데 이 나노 입자는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내어놓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이해가 어렵겠지만 입자가 작으면 원자를 많이 갖지 않아 원자 간의 에너지 수준이 덜 겹치게 된다. 따라서 물질 내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높은 에너지의 상태와 낮은 에너지의 상태 차가 커지므로 높은 에너지를 갖는 빛을 흡수하거나 내어놓을 수 있다.

 

반대로 그 입자가 커지면 많은 원자를 포함해 원자 에너지의 수준들이 더 많이 겹치게 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수준의 차가 작아져 더 낮은 에너지를 갖는 빛을 흡수하거나 발산할 수 있다. 

 

그 예로 아래 그림과 같이 동일 물질(Silver, 은)이라도 그 크기가 서로 다르면 인간은 다른 색을 내는 물질로 만들 수 있다1). 입자가 크면 빨주노초파남보 중 에너지가 가장 낮은 빨간빛을 많이 흡수해 초록이나 파랑으로 보인다.

 

입자가 작으면 파랑이나 보라색을 많이 흡수해 노랑이나 빨강으로 보인다. 동일 물질이라도 색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놀라운가.

 

▲ 나노 입자의 크기에 따라 다른 색깔을 내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보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물질(불꽃)과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물질(나노 입자)이 색을 내는 원리가 혼동될 수 있다. 그럼 이런 물질들이 색으로 표현되는 건 어떤 원리일까.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나노 입자와 같이 물질 자체로 빛을 방출하진 않으나 물질이 특정 빛들만 흡수하고 그 외 빛들은 통과하거나 반사하는데 이때 반사되는 빛들의 색을 우리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원리의 예를 들어 보겠다. 만약 빨간색 지갑이 있다면 빨간색에 해당하는 빛은 대부분 반사하고 그 외 색에 해당하는 빛은 흡수한다. 따라서 우린 그 지갑을 빨간색으로 인식한다. 밤에 볼 수 있는 달도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에 태양 빛을 반사한 빛만 보게 된다.

 

어릴 때 검은색 종이에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을 비춰 태우는 실험을 해봤을 거다. 검은색 종이는 빛을 반사하지 않고 대부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검은색은 빛을 내놓지 않고 흡수된 빛이 열로 발산되므로 빠르게 탄다. 그래서 우린 돋보기로 불을 낼 때 검은 종이를 사용한다.

 

두 번째 원리는 물질 스스로가 빛을 발산하는 경우다. 그 발산하는 빛의 색을 우리가 보는 것이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고 엄청난 열과 에너지를 가진다. 따라서 모든 색의 빛을 발산해 하얗게 보인다.

 

발표할 때 사용하는 레이저 포인터도 전지가 전압을 반도체(반도체도 전자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에너지띠 간격을 가진다.)에 가하고 순간 전자의 전위를 높여 높아진 전자 에너지가 다시 낮은 상태로 가게 된다. 

이 에너지의 차가 빨간색의 빛에 해당하면 빨간빛, 에너지 차를 좀 더 높여 녹색의 에너지 차를 만드는 반도체가 있다면 초록빛을 내놓는다.

 

불이 나서 발생한 불의 빛은 어디에 해당할까? 바로 두 번째, 태양과 유사한 원리로 빛을 발산한다. 화재가 발생한 불 속에는 무슨 분자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조각의 분자가 있고 산소와 반응해 분자 스스로 타면서 전자의 에너지 변화로 빛을 낸다.

 

앞서 말한 두 가지의 빛을 보는 원리 이외에도 다른 빛이 있는데 바로 형광이다. 이 경우 형광을 내는 물질에 에너지가 큰 빛을 비추면 비춘 빛에 비해 낮은 에너지를 갖는 빛이 나온다. 

 

예를 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높은 자외선을 화학물질에 비췄는데 파란색이 발광되는 물질이 있다. 화학자들은 이런 색을 내놓는 물질도 많이 연구하고 만들어낸다. 어쨌든 더 알면 머리가 아프니 여기까지 하겠다.

 

빛이 가진 에너지는 파장으로 아래 식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E는 에너지, h는 플랑크 상수, c는 빛의 속도, λ는 파장이다. 플랑크 상수와 빛의 속도는 항상 동일한 값을 가지므로 빛이 갖는 에너지는 오직 빛의 파장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이 식을 통해 파장이 짧은 빛은 파장이 긴 빛에 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지닌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은 380㎚의 파장을 가지는 보라색부터 750㎚의 파장을 가지는 빨간색까지, 즉 가시광선의 영역이다.

 

▲ 빛의 파장 크기에 따른 색

 

위키피디아에서 ‘Flame’을 검색하면 파장(Wavelength)에 따라 방출되는 빛의 세기(Irradiance)에 관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산소와 잘 섞인 부테인(C4H10, 부탄가스)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빛의 파장에 따른 세기 측정값을 확인할 수 있는데 주요 피크는 425~575㎚ 사이다.

 

이는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불안정한 사태라고 할 수 있는 라디칼 상태의 물질(CH 또는 C)이 빛을 발한다는 걸 보여준다. 

 

▲ 부테인이 연소할 때 발산하는 빛의 스펙트럼 출처 wikipedia flame, en.wikipedia.org/wiki/Flame

 

▲ 분젠버너의 공기 흡입 밸브를 점점 더 열었을 때 변하는 불꽃의 모양과 색 출처 wikipedia flame, en.wikipedia.org/wiki/Flame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부테인이 열로 인해 분해되면서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고 이 상태에서 다소 불안정한 라디칼 속에 있는 전자들이 열로 인해 높은 에너지로 들떴다가 다시 에너지를 잃으면서 주로 425㎚ 부근의 파장을 갖는 파란 불빛을 낸다는 사실이다.

 

 

 


1) Silver antiparticle synthesis, investigation techniques and properties, Advances in Colloid and Interface Science, 2020, vol 284, 102246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hdongh1@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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