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추위를 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핫팩 하나를 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포장을 개봉하면 곧바로 발생하는 온기는 얼어붙은 손끝에 생기를 불어넣고 차가운 몸을 녹여준다. 하지만 이 익숙한 따뜻함이 때로는 심각한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서서히 익어가는 피부, 저온화상의 함정
핫팩으로 인한 화상은 일반적인 화상과 다르다. 뜨거운 물이나 불꽃에 순간적으로 데이는 고온 화상과 달리 40~60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가 오랜 시간 피부에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저온화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온도가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하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즉각적인 통증이 없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을 지속하게 되고 그 사이 피부는 서서히 손상된다. 특히 저온화상은 피부 표면에 국한되지 않고 깊은 피부층까지 열이 전달돼 조직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겉으로는 가벼운 붉어짐이나 수포 정도로 보여도 내부 손상은 예상보다 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이ㆍ고령층, 감각이 둔한 만큼 위험도 크다
저온화상은 특히 피부 감각이 성인보다 둔한 어린이나 고령층에게 더 큰 위험이 된다. 뜨거움을 제때 인지하지 못해 핫팩을 계속 접촉한 상태로 두는 경우가 많고, 겉으로 뚜렷한 이상이 없어 보호자 역시 위험을 놓치기 쉽다. 당뇨병이나 말초신경 장애가 있는 경우도 온도 감각이 저하돼 같은 위험에 노출된다.
겨울철 화상 사고 중에는 핫팩 사용과 연관된 사례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특히 무릎, 허벅지, 복부처럼 옷 속에 밀착되는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특정 부위에 열이 장시간 가해졌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겨울 캠핑, 취침 시 사용은 금물
최근 겨울 캠핑 인구가 늘면서 새로운 위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추운 밤을 견디기 위해 침낭이나 이불 안에 핫팩을 넣고 잠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저온화상 위험을 크게 높이는 행동이다.
수면 중에는 자세 변화가 적고 통증이나 온도 변화를 인지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같은 부위가 수 시간 동안 열에 노출되면서 화상이 진행되고 아침이 되어서야 물집이나 통증으로 이상을 알아차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핫팩을 취침용 보온 도구로 사용하는 인식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안전한 사용을 위한 기본 수칙
핫팩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먼저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옷 위에 부착하거나 손수건 등으로 감싸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머니에 넣어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또한 같은 부위에 장시간 고정하지 말고 일정 시간마다 위치를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나 고령자가 사용할 경우에는 보호자가 수시로 피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취침 중 사용은 피해야 한다. 잠들기 전 침구를 데우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취침 전에는 반드시 제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상 증상 발견 시 즉시 의료기관으로
핫팩 사용 후 접촉 부위에 통증, 붉어짐, 수포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피부 자극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흐르는 물로 15~20분간 해당 부위를 식혀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얼음을 직접 대는 것은 오히려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응급처치 이후에는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저온화상은 겉으로 보이는 증상보다 깊은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흉터로 남을 가능성도 커진다.
익숙함보다 중요한 것은 ‘주의’
핫팩은 올바르게 사용하면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도구다. 그러나 안전 수칙을 벗어나는 순간 그 따뜻함은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겨울철 방한용품일수록 익숙함보다는 주의가 먼저여야 한다.
작은 사용 습관의 차이가 겨울철 화상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올겨울, 핫팩을 사용할 때만큼은 한 번 더 살피는 여유가 필요하다.
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위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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