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보니 직업병 하나가 생겼다.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소화기 위치부터 눈에 들어오고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는 점이다. ‘설마’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단어라는 걸 현장에서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시 큰 소리로 위험을 알려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 그리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화기. 이 두 가지가 주택 안전의 기본이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알고 있다’와 ‘설치돼 있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통계는 그 간극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택 화재는 전체 화재의 약 18% 수준이지만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거의 절반은 주택에서 발생한다. 특히 설 연휴 기간에는 화재 발생 자체가 늘어나고 그중에서도 단독주택 등 주거시설 화재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피해는 특정 계층에 더 집중된다. 노인층,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는 주택 화재 사망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약 36% 이상에 이른다. 최근 3년간 주거지 화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주택형 소규모 거주 공간은 아파트에 비해 연기 감지기나 자동소화설비 설치율이 낮은 편이다. 여기에 대피 능력의 한계까지 더해지면 화재는 ‘탈출 가능한 사고’가 아니라 ‘치명적인 재난’으로 바뀐다. 가스불 위에 올려둔 음식, 무심코 켜둔 난방기구 하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이유다. 게다가 설 연휴처럼 가족 방문과 음식 조리가 잦고 난방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위험요소가 한꺼번에 겹친다. 결국 화재는 예측 불가능한 불운이 아니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고에 가깝다.
다행히도 해답은 단순하다. 예방과 대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다. 거창한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 단독경보형감지기 하나, 소화기 하나가 생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앞으로 명절 연휴에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용돈 봉투와 함께 안전 하나를 더 얹어보는 건 어떨까.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불이 나도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하는 마음이 진짜 효도가 아닐까?
부평소방서 삼산119안전센터 소방장 황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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