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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나도 망치를 들고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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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일천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장 | 기사입력 2021/02/25 [11:01]

[발언대] 나도 망치를 들고 의문을 제기한다

탁일천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장 | 입력 : 2021/02/25 [11:01]

▲ 탁일천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장

프리드리히 니체는 오랜 전과 답습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했기 때문에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최근의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암울한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딛고 백신을 개발해 희망을 찾고 있다. 또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 발달은 변화의 끝을 모른 채 무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서 성공하려면 우리는 다시 한번 망치를 들어 낡은 것을 타파해야만 한다. 현재 지식 기반 경제는 융ㆍ복합적인 과학기술을 통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으며 엄격한 국제 기준과 품질 시스템, 차별화된 기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헌법 제127조 2항)는 원칙과 국가표준기본법 (법률 제5930호,제14조)에 따라 기술표준원이 측정표준과 교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국제시험소인정으로 무역기술 장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국제기준의 소급성 유지와 상호협정 등으로 대외적인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민안전을 최우선하는 정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선진 측정 과학기술을 보급하고 교정제도를 운영함으로 계측기의 정밀, 정확도를 확보해 불량품 양산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과 중량 부족, 제품의 잦은 고장, 안전성 확보 미흡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화재 예방과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소방은 지난 2004년 소방시설공사업법을 제정했다. 법률에는 공사와 감리, 점검업체에게 합부판정에 사용되는 검사장비(소방계측)를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소방공제조합의 출자금 유치를 위한 포플리즘과 업체들의 경영부담 감소를 명분으로 지난 2009년 2월 점검업만 남기고 검사장비 보유 규정을 폐지했다.


공사와 감리는 현재 검사 장비 없이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부실시공 등 검증체계가 미비한 채 모든 책임이 입주 1년 후 종합정밀점검을 담당하는 점검업체에게 미뤄지게 된 셈이다.


과연 이런 행정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소방당국의 결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소방기술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이 기본이 된다. 측정데이터가 없는 소방기술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는 소리다.


감사원의 소방장비실태조사에 대한 감사를 받을 때는 움찔했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행태는 소방청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같다.


철도궤도공사업, 수중공사업, 철강재설치공사업, 삭도설치공사업, 준설공사업, 가스시설공사업, 난방시공업, 시설물 유지관리업, 종합건축감리업과 토목관리업, 설비감리업, 공조설비진단업, TAB관련업, 기계설비 유지관리업, 전기안전관리ㆍ감리업 등은 검사장비를 왜 보유하도록 하겠는가?


정체성과 전문성도 없이 경제 논리만 앞세우며 기본적인 장비를 통한 계측자료와 기술력은 포기하고 눈으로만 살피며 업무수행을 한다면 과연 국민이 안심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화재안전기준에 따른 합부판정 시 보통 감지기의 동작 상태와 온도, 전압 등을 살피고 비상구 유도등의 조도와 비상경보설비의 음량, 제연설비의 차압과 풍속이 적정한지를 확인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측정이라 표현하고 이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모두가 인정하는 절대적인 교정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식품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의 함유량이 정확히 측정되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되고 측정이 잘못돼 체온과 혈압, 콜레스테롤, 심장박동 등의 수치가 부정확해 치료 시간을 허비한 탓에 고귀한 생명을 잃게 된다면 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소방 역시 마찬가지다. 화재안전기준이 존재하지만 측정 장비 없이 눈대중으로 시공한 탓에 소방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국민이 사망한다면 어찌 소방인으로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겠는가?


그동안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 귀를 닫고 소방장비 폐지론을 주장하던 실무자는 이제 고위직 소방관이 됐다. 측정의 필요성에 대해 신문에 기고하고 단체의견도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다. 규제개혁의 일몰법으로 만만했던 대상인 점검 장비도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다 지금은 시행규칙의 한쪽 끝에 간신히 남아 있게 됐다.


시공업체는 어떻게 소방시설에 대해 기본적인 시험을 않고도 정상 여부를 알 수 있으며 검측 자료도 없이 화재안전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고서를 작성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소방관서에서는 준공 필증을 계속 교부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기나긴 시간 안전불감증에 빠져 현실 파악을 못 하는 건 아닌지 안타까울 노릇이다.


갑의 입장에서 법을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업체를 겁박하며 처벌 위주의 행정 편의적 발상이 계속된다면 분리발주와 적격심사제도가 시행돼도 소방산업의 미래와 안전은 요원할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소방인에게 큰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

 

탁일천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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