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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불산’이? - Ⅰ

ESSㆍ전기차 등 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 화재 시 불화수소(불산) 누출 분석 보고서

경기소방재난본부 김흥환 | 기사입력 2021/11/19 [11:00]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불산’이? - Ⅰ

ESSㆍ전기차 등 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 화재 시 불화수소(불산) 누출 분석 보고서

경기소방재난본부 김흥환 | 입력 : 2021/11/19 [11:00]

뜨겁던 7월 말의 어느 날 인사이동으로 정신 없었던 와중 퇴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소방관이 운영하는 블로그(네이버 ‘유럽소방견문록’)를 보던 중 독일에 있는 유럽 최대의 태양광발전소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화재를 진압하던 12명의 소방관이 불화수소(불산, HF) 누출에 노출돼 병원에 실려갔다(21. 7. 18. / Neuhardenberg)는 내용을 봤는데 ESS 화재와 불산의 상관관계, 대응요령에 대해 알려달라는 요청이었다.

 

돌이켜보면 평소 전기차와 ESS 화재ㆍ폭발ㆍ누출에 관심은 많았지만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 내부 지침에서 얼핏 ‘다량의 주수를 하면 된다’는 결론만 단순하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통화에서는 간단히 불산에 어떻게 대비ㆍ대응해야 하는지만 말씀드린 후 개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리튬-이온 배터리(Li-Ion Battery) = 2차 전지’가 굉장히 널리 쓰이게 된 현상과 달리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시 현장 위험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저명하고 권위 있는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시 불산 누출 관련 이슈와 딱 맞는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논문 번역 내용과 고민한 결과를 많은 분께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됐다. 

 

당장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불산 누출이 상당량 발생한다면 일반적인 화재 진압처럼 단순하게 방화복만 입고 대응하다가는 피부나 호흡기가 불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특히 일부 밀폐공간에서는 순식간에 소방관들이 사망할 수도 있다.

 

▲ [그림 1] 독일 태양광발전소 ESS 화재 현장 도착 후 격납고를 개방한 모습(출처 독일 언론사 ff seelow 인터넷 기사)

▲ [그림 2] 현장대응 후 제독 중인 현장 소방대원(출처 독일 언론사 rbb24 인터넷 기사)


리튬-이온 배터리, 넌 누구냐?

먼저 ‘리튬-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에 대해 알아보자. 간단히 ‘2차 전지(secondary battery)’는 이미 우리나라 삼성ㆍSKㆍLG 등이 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산업 분야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앞으로도 발전이 기대되는 첨단전자장치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최첨단 배터리를 말한다.

 

작은 스마트폰부터 중형으로 볼 수 있는 전기자동차(Electrical Vehicle), 팩(Pack)으로 여럿의 배터리 셀(Cell; 하나의 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극, 음극, 전해질의 구성요소를 갖춘 하나의 배터리 단위를 의미)을 가져 대규모에 해당하는 에너지저장설비(ESS)에 이르기까지 현재도 그리고 다음 세대에 지금의 액상이 아닌 고형의 전해질을 가진 배터리가 나오기 전까진 상당 기간 우리와 함께해야 할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지(battery)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사람이 잘 알고 있다. 주식 투자나 뉴스 등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2차 전지 분야에서 앞으로 주목받는다’ 또는 ‘테슬라(Tesla)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문고리가 없다(?) 보니 현장 활동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다.

 

▲ [그림 3]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도(출처 삼성 SDI의 블로그)


하지만 지금부터 설명할 부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시 불화수소 배출’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될 거다.

 

배터리가 비정상적인 환경, 즉 화재나 충격, 열 폭주(thermal runaway; 熱暴走) 등에 이르러 화재ㆍ폭발ㆍ누출이 발생하는 경우 핵심이 되는 배터리의 핵심적 구성요소는 다름 아닌 ‘전해질(electrolyte)’이다.

 

이 전해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현존하는 거의 모든(일반적으로 전부라도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육불화인산리튬(LiPF6)’이라는 물질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소방청 내부 전기차나 ESS 관련 지침 등 관련 자료를 모두 찾아봐도 ‘육불화인산리튬’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글에서 모든 핵심적인 반응식이나 불산 발생에 관한 주요 쟁점은 ‘육불화인산리튬’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건 필자 본인의 대단한 발견이 결코 아니다.

 

포털 검색만으로도, 예를 들면 삼성 SDI에서 운영하는 2차 전지에 관한 블로그 글에도 거의 모든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이 육불화인산리튬이라고 밝히고 있다. 포털 검색을 해보면 여타 자료에서 비슷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품고 있는 ‘육불화인산리튬’

자, 그렇다면 단순 충격으로 인한 누출 시에도 액체이자 가장 핵심적인 누출물질인 ‘육불화인산리튬’을 염두에 두고 현장대응에 임해야 할 거다.

 

육불화인산리튬은 인화성(가연성, flammable –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인화성과 가연성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질 내부에는 물(H2O)이 존재하지 않는다(물이 있다면 리튬과 반응해 바로 수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육불화인산리튬(Lithium hexafluorophosphate로 검색)과 관련해 소개된 가장 간단한 화학식은 아래와 같다.

 

LiPF6 + H2O → HF + PF5 + LiOH

 

위키피디아에서는 이 화학식과 관련해 ‘이 염(육불화인산리튬)은 상대적으로 열에 안정적이나 200℃에서 그 무게의 50%를 잃는다. 육불화인산리튬은 약 70℃에서 가수분해해 매우 유독한 불화수소(HF) 기체(가스; gas)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화학식 등 상세한 내용은 앞으로 네이처지에 게재된 내용 위주로 설명할 거지만 모든 내용은 위 화학식과 간략한 내용으로 압축할 수 있다. 

 

2차 전지는 충격을 받거나 배터리 주위에서 화재(예: 전기차 교통사고로 인한 배터리 인접 부품의 외부 화재)가 발생하면 공기 중에 존재하는 물(수증기)이나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주수한 물(분무 주수 포함)로 인해 단순히 약 70℃ 이상으로만 상승해도 간단하게 불화수소(HF)가 발생한다. 불화수소는 사실 무수상태의 순수한 기체만을 언급하는 거라서 물에 대한 용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반드시 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 화재 현장에는 공기 중의 물 등에 불화수소가 녹아들어 생긴 불산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출발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이 육불화인산리튬이기 때문에 모든 현장에 간단히 적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021년이 넘어가는 현재까지도 육불화인산리튬과 관련된 불산(불화수소) 발생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IT 강국 한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잘 이해가 가지지 않는다(위키피디아만 검색해도 나오는 건데…).

 

‘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 화재로 인한 유독성 불화물 기체 배출’

1. 물이 오히려 불길을 키운다?

이제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현상에 대한 실험 데이터와 그에 대한 소방의 현장대응 관련 연구 위주로 언급하겠다. 네이처 온라인에 게재된 ‘Toxic fluoride gas emissions from lithium-ion battery fires(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 화재로 인한 유독성 불화물 기체 배출)’ 논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모든 사람이 현대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상식이 될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현상과 불소 발생, 그리고 거기에 더한 소방의 대응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추가로 위험물 담당으로서 2차 전지(완제품)는 위험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정책과 대응방안은 반드시 먼저 해당 현상, 즉 수치를 기반한 실제의 위험성이 뭔지를 명백히 알아야 제대로 나올 수 있다. 먼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위협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해 보자. 

 

논문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의 화재는 단순한 화재를 넘어 강렬한 열(intens heat)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열 배출(화재)보다 유독 기체(가스) 배출이 열과 비교하면 더 큰 위협일 수 있고 이를 밝히는 건 모든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된 사고 현장에서 핵심적인 사안이 될 거라는 게 논문의 강조점이다. 

 

특히 정확한 제조회사나 모델명을 밝히지 않은 7개의 상업용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실험에 대한 세부 실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엔 화재 시 물 분무(water spray)에 대한 추가 실험을 포함하고 있으며 ‘공칭 배터리 용량 당 불화수소의 생성량(㎎/Wh)으로 약 20~200㎎/Wh 범위에서 많은 양의 불소가 생성될 수 있음’을 알린다. 

 

불화수소 배출에 대해선 불화물 기체(gas, 가스; 우리나라에서는 대게 기체를 가스로 표현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석유화학 관련이 아닌 이상 가스라는 표현보다는 ‘기체’라는 표현이 맞을 때가 많다) 배출이 심각한 독성 위협을 제기할 수 있으며 밀폐된 환경(confined environment)에서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거라고 경고한다.

 

▲ [그림 4]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실험의 주요 모습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적으로 자체적인 내부 또는 외부의 단락(short-circuit), 과충전(overcharging), 외부 화재(배터리 셀 외부를 의미함), 기계적 남용(mechanical abuse) 등으로 시작된다.

 

이후 처음에 제시한 화학식처럼 발열반응으로 인해 열 폭주(thermal runaway; 말 그대로 여러 원인으로부터의 오용(abuse)으로 인한 시작으로 인해 엄청난 열이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로 이어져 완전한 화재 또는 폭발이 발생하게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검색하면 이 ‘열 폭주’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기차 한 대를 소화하는 데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도 엄청난 열과 폭발 현상을 접하게 된다. 이에 대한 이해는 처음의 발열반응 화학식과 열 폭주라는 현상을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거다. 

 

이처럼 배터리가 점차 과열되면 전해질이 증발하고 결국 배터리 셀에서 육불화인산리튬이 배출된다. 육불화인산리튬은 즉시 점화되거나 쌓이게 되고 즉시 점화되지 않으면 폭발에 이른다. 추가로 물(water)/습기(humidity)가 반응을 더 가속하는 촉진제로 작용한다는 게 중요하다.

 

2차 전지 화재 현장에서의 물 주수나 분무는 열을 내리는 활동에 해당하지만 화재가 더욱더 거세지고 반응을 촉진하는 활동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주수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 압도적으로 주수할 게 아니라면 차라리 원거리 주수나 압도적인 주수 수단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2. 불산(불화수소)만 나오는 게 아니라고?

다음으로는 불화수소를 비롯한 매우 유독한 여러 불화물(Fluorides)의 발생에 관해 짚어보겠다. 우선 위키피디아의 아주 간략한 반응식을 잊고 네이처 논문이 제시한 세 가지 반응식을 알아보자(아래 세 가지 반응식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위키피디아는 통합적인 하나의 반응식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불화’는 사실 요새 ‘플루오르화’라고 더 많이 쓴다는 것도 알아두자. 일본식 표현의 한문에 연계된 구식 표현방식이기 때문이다).

 

LiPF6(육불화인산리튬) → LiF + PF5(오플루오르화인산)               (1)

PF5(오플루오르화인) + H2O → POF3(플루오르화포스포릴) + 2HF (2)

PF6(육불화인산리튬) + H2O → POF3(플루오르화포스포릴) + 2HF (3)

 

위 세 가지 화학반응식은 모두 발열반응이며 (1) 반응식의 PF5는 전체적인 반응의 중간체다. (1) 화학식 자체가 최종이 아닌 중간단계의 반응식으로 봐야 한다. 결국 육불화인산리튬(전해질)이 배터리 셀 외부로 나오면 반드시 물과 만나(소방관의 주수가 아니더라도 공기 중에는 물이 많다) 계속해서 발열하면서 불화수소(HF)와 함께 플루오르화포스포릴(POF3)이 최종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사실 논문에서는 불소와 함께 ‘플루오르화포스포릴’에 대해서도 강한 독성물질임을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불소보다도 독성이 훨씬 강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불소도 알아보기 벅찬(?) 가운데 ‘플루오르화포스포릴’은 일부의 배터리 유형에서만 실제 배출이 확인됐다고 하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물을 적용하면 반응을 촉진해 화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불화수소 발생 역시 가속화된다. 그러나 불화수소와 관련해 다시 착안해야 할 사실은 물의 존재가 반응을 촉진하는 건 맞지만 물이 추가로 존재한다고 해서 불소 발생 총량이 증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소방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시 물 분무 등 주수를 하든, 하지 않든 불화수소 발생 총량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혹시라도 구미 불산사고 때처럼 ‘잘 모르는 부처(?)’에서 무작정 소방의 물 사용이 현장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 현장대응은 현장지휘관의 판단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고 결과가 어떠했든 간에 합리적인 판단근거가 있었다고 보이면 존중받아야 한다.어떠한 위험요인이 더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진 지휘관의 판단을 무시하는 결과론적인 접근은 매우 위험하며 차후의 현장대응을 매우 소극적으로 만들 뿐이다).

 

경기소방재난본부_ 김흥환 : squalk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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