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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매년 200건 넘는 소방차 사고, 근본적 체계부터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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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5/09/02 [10:00]

[플러스 칼럼] 매년 200건 넘는 소방차 사고, 근본적 체계부터 재점검해야

119플러스 | 입력 : 2025/09/02 [10:00]

지난 7월 21일 경북 영천에서 벌집 제거 요청을 받고 출동하던 소방펌프차가 오르막길에서 뒤로 미끄러져 10m 아래 경사지로 굴러떨어졌다. 차량에 타고 있던 3명의 소방관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운전자는 뇌출혈과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의 임무는 화재 대응이 아닌 생활 안전 출동이었다. 하지만 인력과 장비 여건상 소형펌프차를 끌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사고를 단순한 운전 미숙이나 불운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불균형한 인력 배치와 허술한 운전 교육 체계, 장비 과적과 같은 구조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표면적 실수를 지적하기보단 그 이면에 숨겨진 근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소방차 사고는 1025건에 달한다. 871명이 다쳤고 1명이 순직했다. 전체 건수 중 소방관 과실이 60% 이상인 사고가 609건이 넘었고 이 가운데 487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소방관에게 있다고 조사됐다. 단순히 계산해도 매년 200건 이상의 소방차 사고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소방청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만여 명의 소방인력을 충원했다. 부족한 현장 인력을 보강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전국적으로 소방관서도 크게 늘었다. 실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신설된 소방관서는 27곳이다. 안전센터와 지역대까지 합하면 그 수는 무려 150여 곳에 달한다.

 

겉으로는 인력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신설된 소방관서로 분산되면서 현장 여건은 사실상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방펌프차 정원이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이유도, 소방펌프차를 타고 생활 안전 출동에 나서야만 하는 배경도 모두 여기에 있다.

 

소방대원이 운전 실력을 키울 수 없는 교육시스템의 한계도 문제다. 과거엔 대형차 운전 경력자를 경력경쟁채용으로 선발해 숙련된 인력을 확보했지만 최근 선발 인원이 줄면서 그 자리를 공채 출신이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운전 교육은 실전 중심이 아니라 기초 수준에 그친다.

 

시도 소방본부 단위의 ‘기본 차량 부서 자체교육(On-The-Job Training, OJT)’이 병행되곤 있지만 이 역시 누적 주행거리 기록에 머무르는 형식적 교육이라는 지적이 많다. 언덕길ㆍ협소로ㆍ악천후 주행 같은 실전 훈련 없이 면허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장비 과적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엔 기존 소방장비로 대응이 어려운 전기차 화재를 비롯해 벌집 제거 등 생활 안전 출동이 증가하면서 차량에 실어야 할 장비 역시 크게 증가했다. 현장에선 적재중량을 초과한 상태로 출동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장비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장 대응력이 떨어져서다. 반대로 적재중량을 초과한 상태로 계속 다니자니 전복과 제동 성능 저하, 엔진ㆍ브레이크 과열 등 사고 위험이 늘 뒤따른다. 장비 적재와 안전 운행 사이에서 현장은 딜레마에 빠진 지 오래다.

 

현장 인력 부족과 형식적인 교육 체계, 과적 등 복합적인 문제가 사고를 부르는 건 아닌지 재점검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소방차 사고를 개인의 운전 미숙이나 실수로만 볼 게 아니라는 얘기다.

 

소방차는 재난 현장을 오가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서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운전자의 역량과 차량 배치 기준, 장비 적재 기준이 허술하면 앞으로도 사고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는 “또 다쳤다”는 뉴스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면적인 점검과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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