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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잇따르는 소방관 순직 사고, 민낯부터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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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4/03/04 [10:00]

[플러스 칼럼] 잇따르는 소방관 순직 사고, 민낯부터 드러내야 한다

119플러스 | 입력 : 2024/03/04 [10:00]

2024년 1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경북 문경소방서 소속 고 김수광, 박수훈 소방관이 세상을 등졌다. 해마다 들려오는 소방관들의 사고 소식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소방활동 중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이다.

 

화재진압 도중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항공사고로 10, 교통ㆍ산악사고 등 구조 6, 생활안전 출동 5, 교육ㆍ훈련 3, 극단적 선택 2, 구급 1명 등이 순직했다. 이번에 세상을 떠난 김수광, 박수훈 소방관을 더하면 순직자는 42명에 달한다.

 

이 같은 불의의 사고가 계속되는 이유를 그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순 없다. 분명한 건 최근 들어 젊은 소방관들의 죽음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이런 사고는 해를 넘기기가 무섭게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고 직후 정치권에서 내놓은 메시지들은 한숨부터 부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3년 가까이 동결된 화재 진화 수당을 즉각 인상하겠다”며 “소방관 트라우마 관련 시설 설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인 로봇 형태의 수색 구조 장비들을 개발해야 하기에 정부의 R&D 투자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며 “무인수색 구조장비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거대 양당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소방관들의 순직 사고 예방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한 위원장의 말처럼 수당을 더 주거나 트라우마 시설의 설치를 서두른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저 돈으로 소방관들의 생명을 맞바꿀 수 없는 노릇인 데다 트라우마 치료가 현장 대원의 순직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무인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예상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서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소방관들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일이 순직 사고의 재발방지 대책이 될 순 없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논리를 내세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지금 소방이 처한 현실 속 본질적 문제와는 분명히 어긋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순직 사고 이후 수많은 언론과 소방노조 그리고 소방전문가라 지칭되는 이들이 다양한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지휘관의 역량 미달 문제를 시작으로 신속동료구조팀(RIT)의 부실성, 소방인력 부족, 예산 문제 등 다채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북하다.

 

소방청 설립과 신분 국가직화에 이어 6만7천명에 달하는 조직으로 거듭난 소방에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소방관이 순직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어느 특정한 이유라고 결부하긴 힘들다. 지금 소방이 처한 현실과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올바른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혹여나 정권과의 유대나 정치적 관점 또는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를 계산하려 한다면 나아질 수 없다. 소방의 치부가 세상에 알려지는 일 역시 두려워해선 안 된다. 

 

조사와 대책은 기본과 원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순직자에 관한 안타까움이나 연민을 이유로 사고 당시 당사자의 미흡함과 과실 또한 숨겨선 안 된다. 비난이 아닌 학습 중심의 접근이 있어야만 제2, 제3의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찾아낸 문제를 개인 과실이나 의식의 부재로 결론 내서도 안 된다. 그 문제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소방조직 내 시스템에서 찾아내야 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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