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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소방시설 차단ㆍ정지의 근본적 원인 ‘비화재경보’… 대책은?

‘비화재경보 대책 모니터링 간담회’서 전문가들 머리 맞대
소방청, 아날로그 감지기 보급 등 네 가지 개선대책 발표
토론 참여 패널, 감지기 기술 선진화 등 다양한 의견 제시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2/24 [12:22]

[집중조명] 소방시설 차단ㆍ정지의 근본적 원인 ‘비화재경보’… 대책은?

‘비화재경보 대책 모니터링 간담회’서 전문가들 머리 맞대
소방청, 아날로그 감지기 보급 등 네 가지 개선대책 발표
토론 참여 패널, 감지기 기술 선진화 등 다양한 의견 제시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12/24 [12:22]

▲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건축물 화재안전 확보를 위한 비화재경보 대책 모니터링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FPN


[FPN 박준호 기자] =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일어난 남양주 주상복합아파트와 쿠팡물류센터,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 이 사고들은 초기 진화 실패로 화재가 확산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점과 건물관계인이 소방시설을 고의로 정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재감지기 오작동에 따른 소방시설 차단ㆍ정지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넉 달 사이 소방시설 차단ㆍ정지로 불이 번진 대형 화재가 세 차례나 발생하면서 ‘비화재경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건물관계인 등이 소방시설을 고의로 차단하거나 정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만성적인 비화재경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창원 의창)은 “대형 화재에서 소방시설인 화재감지기를 끄는 문제가 나타나는데 이는 실제 오작동이 많아 반복되는 악순환”이라며 “소방시설이 70년대 수준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도 “쿠팡물류센터와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의 공통점은 화재감지기 신호가 정상 작동했음에도 인위적으로 소방시설을 차단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런 일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나는 건 큰 문제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비화재경보 문제 해결을 위해 소방 전문가가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박완수 의원이 주최하고 소방청이 주관한 ‘건축물 화재안전 확보를 위한 비화재경보 대책 모니터링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는 최재민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장의 ‘비화재경보 개선 종합대책’ 발표와 전문가들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토론은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김시국 호서대학교 교수 ▲서병근 존슨콘트롤즈코리아 그룹장 ▲안현성 LH토지주택연구원 박사 ▲김성한 한국소방기술사회 부회장 ▲박수진 소방시설관리사 ▲최영 소방방재신문 기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비화재경보 저감을 위한 소방청의 종합대책과 토론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리했다.

 

◇ 소방청의 비화재경보 개선대책, 어떤 게 담겼나

▲ 최재민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장이 소방청의 ‘비화재경보 개선 종합대책’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 FPN

 

이날 간담회에서 소방청의 비화재경보 개선대책을 설명한 최재민 과장에 따르면 최근 10년(’11~’20년)간 비화재경보로 인한 소방의 오인출동은 총 17만105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축기술 발달과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대형 소방대상물 급증으로 소방시설이 많아지면서 비화재경보 역시 늘고 있다. 빈번한 비화재경보는 소방시설 폐쇄와 차단 행위로 이어지고 이는 대형 화재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소방청 진단이다.


최재민 과장은 “2018년에도 비화재경보 개선 T/F를 구성해 현장 조사와 제조업체 간 회의를 진행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남양주 주상복합과 쿠팡 화재를 계기로 이전과는 다른 획기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다시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비화재경보 종합 개선대책으로 크게 ▲소방용품 성능개선 ▲소방시설 설치ㆍ유지ㆍ관리 기능 개선 ▲소방안전관리자ㆍ관계자 교육 강화 ▲소방관서 관리기능 강화 등을 내놨다.


먼저 소방용품 성능개선 중 하나로 아날로그식 감지기 보급 확대를 추진한다. 아날로그 감지기는 감지기별 고유 주소가 있어 비화재경보 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열ㆍ연기 감도 조정이 가능해 비화재경보를 줄일 수 있는 소방시설로 알려져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아날로그 감지기 보급률은 열(2.56), 연기(4.44) 등 약 7% 수준이다. 최재민 과장은 “현행 30층 이상 건축물에 의무 설치하는 아날로그 감지기를 요양병원과 노유자시설, 오피스텔 등 속보설비 설치 대상과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대상으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아날로그 감지기의 광원감시시험과 감도 시험을 강화하는 ‘감지기의 형식승인 기술기준’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화재경보 때마다 꾸준히 언급되는 자동화재속보설비와 관련해선 아날로그 감지기에 예비경보 방식을 적용한 속보방식을 도입하는 등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화재감지기가 연기량을 재분석해 실제 화재로 판단하면 소방서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 대상은 축소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최재민 과장은 “자동화재속보설비는 무선통신기기 보급 이전에 신속한 신고를 위해 도입된 소방시설”이라며 “휴대전화 보급 등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 단계적으로 감축해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저가나 노후되고 또 습기 등 취약 환경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는 비화재경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에 소방청은 이중센서 감지기를 도입해 이중안전장치 마련을 추진한다.

 

이중센서 감지기는 2개의 감지기가 화재 신호를 동시에 감지해야만 경보를 울리는 방식으로 비화재경보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또 해외 기준(UL, EN, ISO 등) 도입과 비화재경보ㆍ내구성ㆍ감도 시험을 강화하는 등 감지기 기술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화재감지기 내용연수 도입도 추진한다. 최재민 과장은 “미국과 일본은 이미 화재감지기 내용연수가 시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비화재경보 원인 중 11.9%가 화재감지기 노후로 발생한다. 전체 화재감지기의 약 30%인 광전식스포트형 연기감지기부터 우선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체와 시장 간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문제가 예상돼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 도입을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소방청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화재감지기를 선별해 설치할 수 있도록 분류를 세분화한 지침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흡연 장소 인근엔 연기감지기가 아닌 열감지기, 지하주차장엔 방수형 감지기를 설치토록 하는 식이다. 또 성능이 우수하고 적응성 있는 감지기를 사용토록 한국소방시설협회 매뉴얼에 감지기별 선정 시 고려사항을 첨부할 계획이다.


소방안전관리자와 건물관계인의 교육도 강화한다. 최 과장은 “비화재경보 대부분(약 72%)은 유지ㆍ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다”며 “소방안전관리자와 건물관계인 등을 대상으로 비화재경보 발생원인 등 소방시설 이해도 향상 교육 시행과 실용적인 소방시설 오작동 방지 관리매뉴얼 제작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비화재경보가 자주 발생하는 건축물은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비화재경보가 최초 발생하면 관련 매뉴얼을 배부하고 2회 발생하면 관계 대상 소방시설 유지관리 의무사항 교육을 시행한다. 3회 발생 시엔 비화재경보 저감 맞춤형 안전컨설팅을 진행한다. 특히 연 3회 이상 발생 시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 조치 완료 시까지 소방특별조사 대상에 추가해 지속해서 관리할 계획이다.


최재민 과장은 “소방산업계와 학계 등 소방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 소방청은 비화재경보 저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전문가 “보편적인 감지기 성능 높이면 비화재 감소할 것” 한목소리

▲ (왼쪽부터)안현성 LH토지주택연구원 박사, 박수진 소방시설관리사, 서병근 존슨콘트롤즈코리아 그룹장  © FPN


이날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소방청의 개선대책에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비화재경보에 관한 국민의 인식개선 필요성과 함께 몇 가지 우려를 나타냈다. 화재감지시스템 차원의 기술 상향에 대해선 대다수가 한목소리를 냈다.


서병근 그룹장은 “감지기 기술기준을 상향하지 않는 이상 제조업체 입장에선 굳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이 부분이 비화재경보를 발생시키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부회장도 “관련 기술기준이 지난 10년간 3~4회밖에 바뀌지 않았다”며 “기술은 상당히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과거 기준이 유지되는 건 문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지기가 설치된 장소와 환경에 따라 감도가 자동으로 바뀌는 이른바 지능형 감지기가 비화재경보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식승인에 이런 부분을 넣고 있지 않아 혁신된 제품이 시장이 나올 수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현성 박사는 “같은 건물이라도 주변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비화재경보 발생 빈도가 다르다”며 “건축물과 감지기 종류를 고려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버 등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청이 비화재경보 운영 지침 등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 박사는 “보통 연기감지기 농도를 15%로 세팅하는데 비화재경보가 자주 발생한다고 20%로 상향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비화재경보를 과도하게 우려해 화재감지기 센서 자체를 둔감하게 만드는 형태로 갈까 하는 걱정이 있다. 가이드라인 제작을 통한 관리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김성한 한국소방기술사회 부회장, 최영 소방방재신문 기자, 김시국 호서대학교 교수  © FPN


박수진 소방시설관리사는 “비화재경보는 건물관계인이 관심을 가질수록 줄어든다”며 “특히 주방이나 습기가 많은 장소엔 방수형 감지기를 쓰는 등 적응성 있는 감지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시국 교수는 “비화재경보 원인은 주소 기능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경보가 울리는 감지기의 위치를 몰라 신속한 대처가 안 되니 관리자가 정지 버튼을 누른다. 그렇기에 주소 기능이 비화재경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외국의 경우 비화재경보가 울리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구나로 인식한다”며 “비화재경보에 관한 국민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는 “앞으로 신규건물 중 고위험 건물은 아날로그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일반건물에는 최소한 주소형 감지기가 설치되도록 하는 방안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과감하게 주소가 없는 형태의 감지기를 폐지하는 대책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는 최근 IoT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소방은 이를 검토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비화재경보 대처 기술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보는 게 필요하고 구시대적 인상을 부르는 아날로그 감지기의 명칭을 기능에 적합하게 고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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