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국감] 여야, 중소병ㆍ의원 스프링클러 설치 기한 연장 ‘맹질타’오영환 “4년 4개월 더 늘린 시행령 개정 문제 심각”… 이 청장 “내가 책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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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흥교 소방청장은 지난 5일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유예 기간 중 중소병의원에서 불이 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지고 옷을 벗겠다고 말했다. © 최누리 기자 |
[FPN 박준호 기자] = 지난 5일 열린 소방청 국정감사에선 올해 8월까지 중소병ㆍ의원에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추도록 한 관련 법규를 무려 4년 4개월이나 연장한 소방청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맹질타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흥교 소방청장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은 “47명이 사망한 밀양세종병원 화재 이후 정부는 대통령 소속으로 범정부 TF를 구성해 모든 중소병ㆍ의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며 “최근에도 이천 투석의원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소방 구조대원들은 눈앞에서 참혹하게 희생된 환자에 마음을 아파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고 고민하는 게 소방청의 의무인데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3년이었던 유예 기간을 7년 4개월로 연장했다”면서 ”타 부처가 이런 의견을 주더라도 인명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대하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주장하는 게 소방청이 해야할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흥교 청장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병ㆍ의원에서 협조가 들어왔고 국가적으로도 펜데믹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지 않았냐”며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 의원은 “그런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1년만 연장하면 모를까 4년 4개월을 연장한 건 소방청이 판단해서 한 것이냐”며 다시 쏘아붙였고 이 청장은 “최대한 빨리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오 의원은 “기한을 7년 4개월로 바꿔놓고 어떻게 빠르게 추진하냐. 이런 모습을 보려고 소방청 독립을 그렇게 주장하고 추진했는지 회의감이 느껴질 지경“이라며 ”소방청 존재 이유가 뭐냐. 국민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봉에 서라고 소방청을 독립시킨 것 아닌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오 의원 지적에 이흥교 청장은 “거꾸로 간다고 표현하면 안 된다”고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고 서로 간의 고성이 한동안 이어졌다.
오 의원은 “현장 직원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서 좌절과 우울감에 빠지는데 이런 화재가 또다시 재발하면 누구 책임인가”라며 “똑같은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면 소방청장이 책임을 질건가”라고 고함을 쳤고 이 청장은 “제가 책임지겠다”며 맞받아쳤다. 오 의원은 “그렇게 말씀하는 것 자체가 그 자리에 계실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분노감을 표출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계속됐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ㆍ청도)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첫 번째 주요 임무로 생각한다”며 “여러 의원께서 늘어난 4년 4개월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한다. 국민 안전을 위해 최대한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중소병ㆍ의원 소급 설치 기간 연장 입법 예고는 현 정부가 아닌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국민 안전)로 정쟁을 하면 되겠냐”고 쓴소리를 던졌다.
여야 의원들은 오영환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이흥교 청장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이 청장의 답변과 어조가 발단이 됐다.
이만희 의원은 “오영환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소방청장을 보며 과연 윤석열 정부에서 소방을 책임지는 분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감기관장으로서의 자세가 아니고 지금 정부의 입장과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흥교 청장은 “죄송하다”고 짧은 대답을 내놨다.
이를 본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은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의 똑같은 질의에 그렇게 천양지차로 답변이 다를 수 있나”라며 “스프링클러가 설치 안 된 중소병ㆍ의원에 화재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고 답했는데 어떻게 책임질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 청장은 상기된 얼굴로 “옷을 벗겠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고 이 의원은 보충질의에서 또 한번 이 청장의 발언을 되짚었다.
이 의원은 “소방청장은 6만7천의 소방대원, 10만 의용소방대원의 수장”이라며 “옷을 벗겠다는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 속기록에도 남으니 유감 표명하고 취소하라”고 하자 이 청장은 “의원님들에게 예의없었던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옷을 벗겠다는 발언도 취소하겠다”고 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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