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 중인 공기호흡기 용량은 현장 활동에 충분한가? 소방관이 마주하는 현장은 늘 많은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특히 화재 현장은 뜨거운 열기와 다양한 유독가스, 농연 등 더 많은 위험요소가 발생해 소방관의 시야를 가로막고 인명구조나 화재진압 활동을 방해한다. 때때로 현장 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의 목숨까지도 위협한다.
이런 위험요소들로부터 현장 활동을 하는 소방대원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개인보호장비가 대원별로 지급된다.
그중 공기호흡기는 유독가스나 연기 등이 발생하는 화재 현장 등에서 활동 대원들의 호흡을 도와 원활한 구조ㆍ진압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호흡보호장비다. 가장 중요한 개인보호장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공기호흡기의 실린더 용기는 공기를 고압(일반적으로 300㍴)으로 압축해 충전한다. 충전된 공기량은 약 2040ℓ로 현장 활동 상황에서 통상 약 45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공기 소모량은 개인의 신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휴대 장비의 무게, 현장 활동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달라져 현장에서 공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특히 현대 소방대상물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진화해 대형화ㆍ지하화ㆍ복잡ㆍ다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장 활동 대원이 공기호흡기 용량 45분으로 원활한 현장 활동을 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게다가 공기호흡기 저압 경보가 작동한 후 공기사용 시간은 약 5분 내외로 알려진다. 복잡하고 대형화된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공기호흡기의 저압 경보가 작동한 후 탈출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이는 현장에서 고립될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제한된 공기량으로 현장 활동시간을 증대시키기 위한 호흡법이 필요하다. 비상시(저압 경보 작동 후 탈출구 위치 확인 불가, 부상 등 자력 대피 불가 등) 구조되기까지의 공기호흡기 공기 소모량을 최대한 줄여 사용시간을 연장하는 ‘비상호흡법’이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다.
비상호흡법이란? 소방공무원이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활동하면서 호흡을 일반적으로 하지 않고 공기호흡기 사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공기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하는 호흡법이다.
현재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비상호흡법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적절한 비상호흡법을 제시하고 훈련한다.
비상호흡법을 알아보자 1. 스킵 호흡법(Skip Breathing) 날숨(내뱉는 숨)을 한번 건너뛴다고 해 일명 ‘건너뛰기 호흡법’이라고도 한다. ①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② 정상적으로 숨을 내뱉는 시간만큼 참는다. ③ 참은 숨을 내뱉지 않고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신다. ④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⑤ 상기 절차를 반복한다.
2. 카운트 호흡법(Count Breathing) 숨을 들이마시고, 참고, 내뱉는 걸 각각 5초씩 한다고 해 ‘5초 셈 방법(Five-second count method)’이라고도 한다. ① 5초간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신다. ② 5초간 숨을 참는다. ③ 5초간 숨을 천천히 내뱉는다. ④ 5초간 숨을 참는다. ⑤ 상기 절차를 반복한다.
3. 라일리 호흡법(Reilly Emergency Breathing) 호흡 중 ‘흐음~’이라는 소리가 난다고 해 일명 ‘흠 호흡법(Hum Breathing)’이라고도 한다. ① 평상시와 같이 숨을 들이마신다. ② ‘흠~’이라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③ 상기 절차를 반복한다.
4. 휠 호흡법(Wheel Breathing)
명문 규정은 찾아볼 수 없지만 현재 해외 소방관 유튜버들이 가장 많이 소개하는 비상호흡법이다. ① 공기호흡기 용기를 앞으로 바꿔 매고 용기 밸브를 잠근다. ②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공기호흡기 용기 밸브를 연다. ③ 충분히 숨을 들이마시기 전에 공기호흡기 용기 밸브를 잠근다. ④ 공기호흡기 용기 밸브를 잠근 후 호스의 잔여 공기를 들이마신다. ⑤ 천천히 코로 숨을 내뱉는다. ⑥ ②~⑤의 절차를 반복한다.
비상호흡법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해결하고자 서울특수구조대 대원들을 대상으로 비상호흡법 훈련과 효과성 확인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서울특수구조대 현장 활동 대원 20명을 대상으로 2022년 5월 16일부터 7월 10일까지 9주간 ▲현장 활동하는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 ▲고립 상황 발생 시 자력으로 탈출하는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 ▲자력 탈출이 불가능해 RIT(동료소방관 구조팀)를 기다리는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 등 세 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현장 활동 상황에서는 정상 호흡과 스킵 호흡법을 비교했다. 고립 상황에서는 정상 호흡과 스킵 호흡법, 휠 호흡법 등 세 가지를 비교했다. 현재 사용 중인 공기호흡기 잔량이 55㍴가 되면 경보가 울리게 되므로 50㍴를 사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환산ㆍ비교해 본 결과 몇 가지 유의미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현장 활동 상황 테스트 결과다.
테스트 결과 정상 호흡에서 대원들의 평균 공기 사용량은 78.66ℓ/min으로 50㍴ 사용 환산시간으로 보면 4.36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스킵 호흡법 1회차에서는 분당 사용량이 48.99ℓ/min이고 50㍴ 사용 환산시간이 7분으로 분당 사용량이 37.7% 감소하면서 사용시간이 약 1.6배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스킵 호흡법 5회차에서는 분당 사용량이 42.06ℓ/min이고 50㍴ 사용 환산시간이 8.15분으로 정상 호흡과 비교해 보면 분당 사용량이 46.5% 감소해 사용시간이 약 1.9배 정도 증가한 걸 확인했다.
위 그래프에서 보면 스킵 호흡법은 회차를 반복할수록 숙달되면서 분당 공기 사용량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공기호흡기 사용시간이 점점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회차별 증가폭은 점점 작아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스킵 호흡법을 몇 회차 정도 해야 숙달하는지 확언할 순 없지만 대략 5회차 이상 정도 숙달하면 공기 사용량이 비슷해질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테스트 후 참여한 대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현장 활동 중 격한 활동을 할 땐 비상호흡법 적용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돼 현장 활동 상황에서 비상호흡법의 적용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둘째, 고립돼 비상 탈출을 하는 상황의 테스트 결과다.
정상 호흡에서 대원들의 평균 공기 사용량은 42.87ℓ/min으로 50㍴ 사용 환산시간으로 보면 8.04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스킵 호흡법 1회차에서는 분당 사용량이 32.31ℓ/min이고 50㍴ 사용 환산시간이 10.65분으로 분당 사용량이 24.6% 감소해 공기호흡기 사용시간이 약 1.3배 정도 증가했다. 스킵 호흡법 2회차에서도 사용시간이 약간 더 증가했으나 그 증가폭은 미미해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휠 호흡법 1회차에서는 분당 사용량이 26.87ℓ/min이고 50㍴ 사용 환산시간이 12.77min이다. 정상호흡과 비교하면 분당 사용량이 37.3% 감소해 사용시간이 약 1.6배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역시 휠 호흡법 2회차에서는 그 증가폭이 미미한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립돼 비상 탈출을 해야 하는 경우 비상호흡법 중 휠 호흡법이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셋째, 고립돼 RIT를 기다리는 상황 테스트 결과다.
정상 호흡에서 대원들의 평균 공기 사용량은 12.77ℓ/min으로 50㍴ 사용 환산시간으로 보면 26.95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스킵 호흡법 1회차에서는 분당 사용량이 9.21ℓ/min이고 50㍴ 사용 환산시간이 37.28min으로 분당 사용량이 27.9% 감소해 공기호흡기 사용시간이 약 1.4배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스킵 호흡법 1, 2회차의 증가폭은 미미해 큰 의미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휠 호흡법 1회차에서는 분당 사용량이 5.32ℓ/min이고 50㍴ 사용 환산시간이 64.36분이었다. 정상호흡과 비교하면 분당 사용량이 58.3% 감소한 수치로 사용시간이 약 2.4배 정도 증가해 증가폭이 상당히 크다는 게 확인됐다.
휠 호흡법 1, 2회차는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RIT를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비상호흡법 중 휠 호흡법이 훨씬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비상호흡법은 공기호흡기 사용시간을 증가시키는 데 충분한 효과성이 있다는 걸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적용을 위해선 반복ㆍ지속적인 훈련으로 충분하게 숙달해야 한다.
이 테스트를 통해 확인된 사항 중 현장 활동 소방대원의 안전확보를 위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현장에서 고립된다면 냉철하게 현재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린 공기호흡기 저압 경보가 울리면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급하게 현장을 탈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를 통해 공기호흡기의 저압 경보가 울린 후 정상 호흡으로도 제자리에서 가만히 호흡한다면 30분 정도 호흡 보전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휠 호흡법을 적용한다면 1시간 이상 호흡 보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고립된다면 제일 먼저 상황판단을 해서 비상 탈출을 감행할지 아니면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을 피해 최대한 호흡을 보전하며 RIT를 기다려야 할지를 현장 상황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무리한 비상 탈출 감행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장에서 고립된다면 비상호흡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현장 활동을 하면서 비상호흡법을 적용한다는 건 상당히 제한적이고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상호흡법 적용은 소방대원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휠 호흡법은 비상 탈출 상황에서 약 1.6배 정도, 제자리에서 가만히 호흡하면서 RIT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약 2.4배 정도 사용시간이 늘어나는 등 증가폭이 가장 큰 걸 확인했다. 따라서 현장 활동 중 고립 등 비상상황 발생 시 휠 호흡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권유한다.
셋째, 비상호흡법은 사전에 충분히 숙달돼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몸에 비상호흡법이 확실하게 습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론만으로는 현장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비상호흡법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또 소방대원은 이런 훈련과정을 통해 자신의 분당 호흡량을 확인할 수 있고 우리 팀이 얼마의 시간 동안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장 활동 시 안전확보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거로 짐작된다.
우린 훈련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번 테스트가 없었다면 정상 호흡으로도 공기호흡기 저압 경보 후 제자리에서 가만히 호흡할 때 30분 정도 유지할 수 있단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을 거다.
많은 위험요소가 상존하는 화재 현장 등에서 우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첫째 요소인 호흡 보전을 위해 비상호흡법에 대한 많은 관심과 훈련으로 비상상황 발생 시 소방대원 스스로 생존력을 강화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서울 중부소방서_ 김구태 : 1230kst@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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