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 어느 날 예전 지도관 시절의 교육생이자 현재 수난구조대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팀장님 문의드릴 게 있습니다. 제가 수난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면서 더 많은 걸 알고, 잘하고 싶어서 사비 들여 다이빙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테크니컬 다이빙 교육을 받고자 하는데 직원들이 테크니컬 다이빙이 한강에선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팀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회고 통화를 끝내고 지난 시절을 돌이켜 봤다. 짧은 지면에 구구절절이 다 얘기할 순 없지만 소방에 테크니컬 다이빙을 알리고 교육한 지 20년이 됐다.
처음 직원들에게 소개했을 때 “시야가 없는 곳에서 테크니컬 다이빙은 소용이 없다”, “그건 대심도 잠수에서나 하는 것이다. 한강처럼 얕은 수심에서는 필요 없다. 시야가 없으니 손으로 더듬으면서 찾아야 하는데 무슨 부력과 트림을 잡아야 하나”, “장비를 착용하는 데 힘들다”, “배우기 어렵다” 등 반대 의견이 많았다.
테크니컬 다이빙 교육을 받은 후에 경험을 쌓다 보니 얕은 수심에서도, 시야가 나오지 않는 곳에서도, 그 외에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직원에게 알리고 싶었다. 부산 등 전국에 장비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소개했다. 원하는 직원이 있으면 교육도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엔 배우고자 하는 직원들이 거의 없었고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소방에서 처음으로 테크니컬 다이빙 장비를 살 때 직원들의 허락이 필요해 모두를 모아놓고 소개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때의 용기가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같이 근무하는 수난 구조반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훈련할 수 있어 외롭지 않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동계수난 구조교육을 담당했을 때 테크니컬 다이빙을 접목했다. 천안함 사고 시에는 테크니컬 다이빙을 활용해 구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현재 지금은 웬만큼 수난 구조를 한다는 직원들은 테크니컬 다이빙 기본 과정을 개인적으로든, 소방학교에서든 교육받은 상황이다. 그 교육은 각 시도 소방학교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젠 거의 모든 시도에 장비가 보급된 상황이다. 인명구조사 수난 분야에 실기평가 항목으로도 편성돼 민간 다이빙 강사에게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과연 바람직한 방향일까? 소방의 수중 구조 환경은 매우 다양하다. 장소로만 보자면 바다와 강, 저수지, 호수, 하천, 심지어 지하 주차장 등 그 범위를 다 헤아릴 수 없다. 조류나 강의 물살이 강하고 시야가 제로인 경우도, 공간이 폐쇄된 곳도 있다. 이렇듯 작업 환경을 봤을 때 아주 위험하다.
그래서 그에 따르는 다양한 잠수 기술과 장비를 숙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다.
편식하면 몸을 망치듯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다양한 구조 환경에서의 구조 작업이 제한적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세월호 사고 때의 일화 세월호 사고 때 전국에서 잠수를 잘한다는 직원들이 소집됐다. 그중에는 60m까지 잠수할 수 있다는 테크니컬 다이버가 있는가 하면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고 여러 환경에서 작업 잠수를 하다 온 직원도 있었다.
소방과 해경에게 세월호의 깨진 유리 창문을 막는 임무가 주어졌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시야가 없는 곳에서 정확한 위치를 찾아가긴 쉽지 않다. 소방관 한 명이 잠수 작업 중 급상승했다. 소방대원들은 빨간 드라이슈트를 입어서 다들 쉽게 알아본다. 소방에서 실수하면 해경과 주변 잠수사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인데 급상승을 한 것이다.
나중에 같이 작업하던 대원에게 들어보니 방향을 상실해서 갑자기 패닉이 온 것 같다고 한다. 60m를 잠수할 수 있어도 25m에서 작업을 힘들어한다면 현장에 투입 시키지 못한다. 반면 작업 잠수 경험이 많은 직원들은 주어진 임무를 아무 탈 없이 안전하게 완수했다.
통화 질문에 대한 답변 세월호 일화를 꺼낸 건 테크니컬 다이빙이 우리 구조 임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소방의 구조 잠수는 구조 환경의 다양성과 위험성 때문에 어떠한 잠수보다 어렵다. 그래서 여러 장비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테크니컬 다이빙을 반대하는 직원들은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보다 새로운 걸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시야가 없다고 하지만 막상 수중에 가보면 처음에는 시야가 나왔는데 부력과 킥을 잘못해서 시야가 없어지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동굴이나 얼음 밑 등 위가 막힌 곳에서는 얕은 수심이지만 테크니컬 다이빙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테크니컬 다이빙만을 옹호하는 직원들은 우리 소방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테크니컬 다이빙만 한다고 해서 다양한 구조 작업 활동에 다 대응할 수 없다. 넓은 시야로 환경에 맞는 장비를 선택하고 잠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구조 잠수에서 50m 수심의 잠수보다 5m 수심에서의 잠수가 더 어렵고 위험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레저 스포츠로서 잠수를 좋아한다면 각자가 원하는 잠수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소방에서의 구조 잠수사가 되는 걸 원하는 직원들이라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장비를 습득하고 경험을 쌓길 바란다. 그와 더불어 수중 수색과 인양 계획 수립 노력도 함께 하면 좋겠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119특수구조단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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