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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BT Instructor Level 1 강사과정, Croatia를 가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9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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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소방서 이동철 | 기사입력 2024/12/02 [10:30]

CFBT Instructor Level 1 강사과정, Croatia를 가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9월의 추억

서울 강남소방서 이동철 | 입력 : 2024/12/02 [10:30]

아직은 봄기운이 조금 남아있던 5월의 어느 날. 서울소방학교에서 화재 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한 선배로부터 CFBT(Instructor Level 1) 강사과정 교육을 추천받았다. 

 

2년 전 CFBT 기본과정을 수료하긴 했지만 강사과정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소방관으로서 상당 부분을 구조 분야에서 근무한 데다가 선배들로부터 강사과정을 다녀온다는 건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가를 사용해야 하고 숙박비나 교육비, 항공료 등 모든 비용을 각자 부담해야 했다. 그보다도 ‘과연 교육내용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 최기덕 부장님과의 동행

 

오랜 고민 끝에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최기덕 부장님과 함께 크로아티아에서 진행되는 CFBT 강사과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사전 사이버 수업을 듣고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 뒤 수료증을 받아 제출해야 했다. 이후 항공부터 숙소, 차량까지 모든 예약을 알아서 해야 했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유럽, 그중에서도 크로아티아를 가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라 안심됐지만 하필 과정 기간이 한국의 추석과 겹치면서 항공료가 너무 비쌌다.

 

고르고 고르다 그나마 중국과 오스트리아를 경유하는 게 그나마 저렴해 예약했다. 실제로 도착까지 30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착부터 수업까지 모든 게 걱정투성이였지만 크로아티아에 도착해 첫 수업을 받는 순간 모든 걱정은 마법처럼 녹아내렸다. 어메이징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첫째 날_ 2024.09.16.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님은 전직 호주 소방관 출신이자 이 분야에서 너무나도 유명하신 션 라펠(Shan Raffel) 교관님이었다. 

 

보조 강사로는 실화재 교육의 고향인 스웨덴 소방관 출신의 로이(Roy), 레바논 현직 소방관 오사마 살라(Ossama Sala)가 함께 했다. 따라서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됐다. 통역은 스페인어로만 이뤄졌다. 모든 교육생은 소방관 출신으로 스페인과 호주, 미국,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에서 참여했다. 

 

교육은 크로아티아 리예카에 있는 Vatrogasni trenažni centar에서 진행됐다. 숙소에서 차로 25분 정도 가면 오래된 기찻길과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훈련장이 나온다. 아주 넓거나 크진 않았지만 적당한 크기의 컨테이너 훈련장과 강의실, 장비 보관실, 세척실이 있었다.

 

교육 첫날 현장에 도착해 간단하게 안내를 받고 오전 9시부터 수업이 시작됐다. 시간표에 나온 대로 Course Instroduction과 Tour of Training site- Induction and issue of PPE가 진행됐다.

 

▲ (왼쪽부터)Shan 강사님의 양초를 이용한 연소이론, 플라스크를 통한 열분해 소규모 실험

 

훈련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교육생의 ‘안전’이었다. 특히 션 교관님은 보건안전을 굉장히 강조했다. 훈련장에서 지켜야 하는 Hot Zone, Warm Zone, Cold Zone 구역을 철저하게 나누고 훈련 시 이동 가능한 동선을 확인시키며 강조했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거쳐 본격적인 이론 수업이 시작됐다. 첫 시간은 션 교관님의 Fundamentals of Fire Chemistry and Physics 수업이었다. 국내서 근무할 때도 배운 화재와 관련한 가장 기본적인 이론이지만 영어로 들으니 조금 색달랐다.

 

특히 션 교관님의 강의는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그 열정을 체감하기 힘들지 싶다. 강조하는 부분이나 제스처, 설명 방식 등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션 교관님께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중간중간 보조 강사 로이가 스페인어로 통역해줬다. 추가 설명이나 질문에 대한 대답도 로이가 진행했다.

 

우리를 포함한 14명의 교육생은 노트 필기를 하거나 영상을 촬영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수업에 임했다. 영어를 못 하는 우리도 영상촬영과 녹음을 통해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집중에 열을 올렸다. 

 

영어가 부족하다 보니 잠깐 다른 생각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수업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때그때 묻고 싶은 게 많았고 심도 있는 질문도 하고 싶었다.

 

누군가 내게 질문했을 땐 아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어설픈 영어로 겨우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모두가 정말 많은 배려를 해줬다. 아주 쉬운 단어로 천천히 이야기해 주거나 두세 번 설명해 주는 등 차별받는다는 느낌 따윈 전혀 받지 못했다.

 

점심식사는 교육시간 중간에 3~4개 메뉴 중 선택지를 줘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식사가 차려지면 모두 한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진 후 션 교관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모두 강의실로 모였다.

 

션 교관님이 양초로 연소이론을 설명했는데 ‘이 작은 양초 하나를 두고도 가장 기본적인 연소이론을 이렇게나 자세하고 오래 설명할 수 있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다음 진행된 소규모 재연실험(분젠버너와 플라스크를 통한 열분해 과정)도 매우 흥미로웠다.

 

3시간가량의 오후 강의가 끝나고 모두 밖으로 나왔다. 내일부터 컨테이너 셀에서 진행될 훈련을 위한 연료를 미리 준비하면서 첫날의 훈련이 마무리됐다.

 

둘째 날_ 2024.09.17.

비 예보가 있었는데도 화창하진 않았지만 가을 바람이 불어 적당하게 기분 좋은 날씨였다. 훈련장에 모두 모여 일정과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오늘부터는 이론수업과 함께 인형의 집을 통한 소규모 성상 관측 훈련, 컨테이너에서 진행되는 어택훈련, 화재성상 관측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화재성상 관측을 위해 실제로 불을 붙이고 연기를 만들기 때문에 모두 지상에서 직접 드라이 훈련을 진행했다. 돌아가면서 필요에 맞는 직사ㆍ분무주수, 펄싱주수와 같은 3D 주수훈련도 심도 있게 진행했다. 서울소방학교에서 신규자와 재직자들에게 같은 내용으로 교육했던 내겐 정말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두 개조로 나눠 Single Dolls 하우스와 컨테이너에서 화재성상을 관측하는 훈련을 교차로 진행했다. 우린 2조에 속해 오전엔 보조강사 로이의 설명으로 Single Dolls 하우스 훈련에 참여했다.

 

국내에선 화재성장 발달부터 모든 부분을 설명하곤 하는데 로이는 성장발달을 건너뛰고 연기의 가연성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심플하게 끝나긴 했지만 연기라는 한 가지 소재로 포커싱해 설명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오후에는 컨테이너에서 화재성상 관측훈련을 진행했다. 모두 함께 연료 적재부터 준비를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수업이었다. 역시나 이론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건 국내와 비슷했지만 교육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아주 색달랐다.

 

국내는 컨테이너에서 목재에 불을 붙여 화재성상 곡선을 충분히 관측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로이는 열 데미지가 교육생에게 가는 걸 아주 최소화했다. 화염이 교육생 머리 위로 지나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고 화점실에서 불꽃이 관측실로 치고 나오는 걸 상부 벤트와 관창 주수를 통해 통제했다.

 

내부에서는 모두 면체를 쓰고 있어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막대기를 이용해 벽이나 바닥을 치며 주의를 끌어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로이가 유일하게 말하는 순간은 “벤트 오픈! 벤트 클로즈!(상부 벤트를 개방하거나 닫는 행위)”라고 외칠 때뿐이었다. 

 

국내와 비교했을 때 아주 다른 부분이었다. 교육생이 열 데미지 없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플래임 오버(Flame over)라든가 롤 오버(Roll over), 화재성장 발달, 개구부 통제로 인한 중성대 변화는 시각적으로 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실화재 교육 시 교육생이 어느 정도의 여러 데미지를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앞서 얘기한 부분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 좋다, 좋지 않다고 말할 순 없지만 색다르고 신선했던 만큼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셋째 날_ 2024.09.18.

이날 부터는 6명의 교육생 중 3명은 강사, 3명은 교육생이 돼 브리핑하고 교육하는 방식으로 야외에서 진행됐다. 

 

2조에 속한 우린 어택훈련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복도 끝에 화점실을 만들어 두고 스타트 지점에서 도어엔트리, 문을 개방해 화점실까지(Kill Zone 극복) 상황에 맞는 주수를 하면서 화점을 진압하는 훈련이다.

 

호주에서 온 JJ와 미국에서 온 TJ, 스페인에서 온 Tony가 강사를 맡았다. 우리와 스페인에서 온 Angel은 교육생 역할을 부여받았다. JJ를 비롯한 강사진은 교육 동선과 진행 과정을 설계하고 교육생은 가연물을 적재하면서 교육을 준비했다. 

 

교육생 세 명이 세 개조를 만들어야 해서 나ㆍ기덕 1조, 나ㆍAngel 2조, 기덕ㆍAngel 3조로 쉼없이 돌아갔다. 국내에서 많이 하던 교육이지만 긴장감이 맴돌았다. 

 

강사진 사인에 맞춰 교육이 시작되고 1조 관창수를 맡아 도어엔트리하며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기로 가득 찬 내부에서 두 번째 문을 찾아 복도로 나아갔다. 롱 펄싱 주수를 하는데 도통 제대로 주수를 하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훈련을 마친 후 강사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롱 펄싱이라고 하기엔 분무 패턴의 각이 너무 넓었고 전면보다는 천장 쪽에 가깝게 주수했다고 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 내가 가진 관창의 주수 각도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겠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어택훈련은 사흘간 하루에도 네 번 이상 진행됐다. 무릎의 멍이 진해진 만큼 조금씩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컨테이너 훈련이나 어택훈련이 마무리될 때 모든 교육생은 밖으로 나왔다. 화점실 화염을 최대로 키워 변화를 관측하기 위해서였다. 이 역시 교육생의 열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조치였다. 나중에 교육할 때 접목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넷째 날_ 2024.09.19.

이날은 전날과 동일한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다른 조는 전날 교육을 마치기 전에 다음날 강사와 교육생을 지정해줬다. 그걸 보면서 만약 내가 강사가 된다면 영어에 취약하니 브리핑 내용을 미리 준비해 외워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로이가 아침 교육 직전 내게 메인강사가 됐다고 알려줬다. 순간 멘탈이 완전 나가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보드판에 교육 동선과 진행 내용을 적고 말도 안 되는 영어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다행히 동료들은 대략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었기에 많은 부분을 이해해주고 따라줬다.

 

사실 화재성상 관측훈련을 할 때 국내 정도의 강도는 아니지만 좀 더 많은 화염과 연기를 포집해 관측하도록 하고 싶었다. 하지만 로이가 만류해 진행할 수 없어 아쉬웠다. 만약 함께 교육받은 동료들이 한국에 방문한다면 국내에서 하는 방식으로 소개해 주고 싶다란 생각을 했다.

 

국내에서 화재성상 관측훈련 시 열 데미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메인 강사도 안전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확실히 화재발달과정과 성상을 관측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는 훈련장이 제한돼 있어 한 번 훈련할 때 많은 걸 보여주고 알려줘야 해서 이런 방식이 자리잡았다.

 

▲ 어택훈련을 마치고 외부에서 연기와 화염을 관측하는 모습. 열 데미지 없이 관측하기 용이하다.

▲ 내부훈련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성상을 관측했다. 이것 또한 열 데미지를 줄이면서 성상을 관측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같은 내용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모든 시간이 너무 귀해서 누구하나 힘들다고 빠지지 않았다. 모두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고 준비 과정에서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모두 함께 했다.

 

교육은 야외에서 실제로 주수하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 알고 있다 해도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굉장히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꼭 필요한 훈련이 아닐까 싶다. 현재 관창수 업무를 맡고 나니 주수훈련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관창수라면 본인이 사용하는 관창의 특성은 물론이고 조작능력이나 상황에 맞는 필요한 만큼의 주수, 현장 진입 여부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_ 2024.09.20.

이날은 야외수업보다는 배연과 관련한 이론 수업까지 꽉꽉 채워 진행됐다. 모든 과정을 마쳤을 때 각국에서 모인 우린 각 나라의 패치나 티셔츠 등을 선물하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

 

간단한 수료식 이후 야외훈련장의 모든 장비를 정리하고 개인장비까지 패킹했다. 그제서야 CFBT Level 1. 강사과정이 마무리됐다는 게 실감이 났다.

 

▲ 네 번의 어택훈련을 마치고…

 

교육 그 후

 

이 교육이 일주일밖에 안 된다는 게 너무 아쉽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꿈 같던 시간이었다. 각 나라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동료들을 만난 것도 즐거운데 배움이라는 열정을 갖고 교육을 받던 그런 시간이 앞으로 내 인생에 또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교육은 단순한 친목이 아니었다. Fire Fighter라는 직업을 가진 너무 멋진 사람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열정을 갖고 연구하면서 이론 지식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모였기에 더없이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훈련 파트너인 최기덕 부장님, 교육을 추천해 준 김준경ㆍ이형은 주임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교육을 진행해 주신 션 교관님과 보조 강사 로이, 오사마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비올라(션 교관님 부인), 자그레브 소방서장이신 Sinisa, 크로아티아 현직 소방관 친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언젠가 또 만나 함께 훈련하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길 기대해 본다.

 

서울 강남소방서_ 이동철 doc3144@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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