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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화재 속 극적 생존… 최후의 보루, 화장실 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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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경 고기봉 | 기사입력 2025/06/12 [11:30]

[119기고] 화재 속 극적 생존… 최후의 보루, 화장실 피난

화천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경 고기봉 | 입력 : 2025/06/12 [11:30]

▲ 화천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경 고기봉

지난해 8월 22일 오전 4시 경기 부천시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객실 내부와 복도로 급속히 번지면서 건물 전체를 짙은 연기로 뒤덮었다. 결국 40명의 투숙객 중 7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비극 속에서도 침착한 판단으로 생명을 구한 투숙객이 있었다.

 

당시 호텔 내에는 강릉 소재 간호대학 실습생들이 투숙 중이었는데 한 간호대 학생이 침착한 판단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문틈을 수건으로 막은 뒤 샤워기를 틀어놓은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 여대생의 선택은 명확히 ‘생사’를 가르는 결정이었다. 반면 같은 공간에서 선택이 달랐던 다른 사람들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꼈다.

 

30년 넘게 소방관으로 크고 작은 화재 현장에 출동하면서 느꼈던 점은 화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으며 순간의 상황 판단이 생사를 가른다는 것이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속한 대피다. 가능한 한 건물 밖 피난층으로 빠르게 탈출하고, 그 과정에서 연기보다 낮은 자세로 움직이며, 승강기 대신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늘 교과서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만약 문을 열었을 때 복도가 짙은 연기로 가득하거나 불길이 바로 눈앞에 있다면 대피가 아닌 ‘대기’를 선택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화장실이 ‘최후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은 문을 닫아 밀폐할 수 있고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사용할 수 있다. 바닥의 배수구를 통해 신선한 공기를 미세하게 공급받을 수 있기도 하다. 따라서 화장실은 단시간 동안 연기와 열을 차단하고 산소를 공급받아 구조대가 올 때까지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 부천 호텔 화재에서 구조된 여대생 역시 이런 판단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화장실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이지 절대적인 안전지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화장실은 화재열로 인한 문의 소실, 밀폐 공간 내 산소 부족, 장시간 대기 시 저체온증 등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화장실로 피난했다면 반드시 구조대와의 연락을 시도하고 소리를 지르던지 물체를 두드려 자신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신속히 구조될 수 있다.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어떤 길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최선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결국 생사를 가른다. 화재 시 행동요령을 미리 알고, 반복해 숙지하며, 실천하는 연습을 하는 것. 그것이 화마 속에서 우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평상시 한 번쯤은 가족과 함께 대피경로를 점검해 보고, 직장에서 피난 훈련에 적극 참여하며, 숙소에 머물 땐 가장 먼저 비상구 위치를 확인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그 작은 준비와 실천이 언젠가 생명을 살릴 ‘판단의 힘’이 될 수 있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생존은 우연의 산물이 아닌 준비된 사람의 몫이다.

 

화천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경 고기봉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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