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기고] 해빙기, ‘녹는 얼음’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의 방심
몸을 움츠러들게 했던 매서운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기운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거리에는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늘며 야외 활동도 점차 활기를 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하는 소방관의 눈에는 봄의 설렘보다 먼저 ‘해빙기’라는 또 다른 위험 신호가 보인다.
해빙기(2~4월)는 얼었던 땅이 녹으며 지반이 약해지고 각종 시설물이 불안정해지는 시기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는 이미 약해진 상태일 수 있다. 실제 해빙기에는 공사장 흙막이 붕괴, 도로 함몰, 축대 붕괴, 낙석 사고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3월 해빙기와 관련한 산악ㆍ수난ㆍ붕괴사고는 총 319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32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 가운데 지반 약화로 인한 붕괴사고가 173건으로 가장 많았고 산악사고(낙석ㆍ낙빙 등) 58건, 저수지ㆍ하천에서 발생한 수난사고도 46건에 달했다. 이는 해빙기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실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시기임을 보여준다.
구조 현장에 서 보면 해빙기의 위험은 통계 숫자가 아니라 무너진 흙더미와 갈라진 지면, 깨진 얼음 위에서 체감된다. 사고는 한순간이지만 그 시작은 대부분 작은 징후와 방심이었다.
매년 반복되는 해빙기 사고의 상당수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에서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재난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사전에 위험 신호를 드러낸다. 건물 벽면의 균열, 지반의 침하, 축대의 기울어짐, 바닥의 갈라짐 등은 모두 위험을 알리는 경고다.
이러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관계기관이나 119에 신고하고 현장 접근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출입이 통제된 구역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고 반드시 허가된 장소로만 통행해야 한다.
특히 얼음이 녹기 시작한 하천이나 저수지의 표면은 매우 위험하다. 겉보기에는 단단해 보여도 내부는 이미 약해져 있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질 수 있으니 우회하는 게 바람직하다.
녹는 얼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의 방심이다. 한 번 더 살피고, 한 걸음 물러서며, 위험해 보이면 멈추는 작은 실천이 사고를 막는다. 방심을 경계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안전한 봄을 맞이한다.
대전동부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김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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