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 전 일이다. h건설에서 a시(市)에 조립식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완공된 후 입주한 주민들에게서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콘크리판 판(板)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틈새가 잘 맞지를 않아 세대 간을 구획하는 벽에 커다랗게 틈새가 벌어져서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물건들이 들락날락 할뿐 아니라 이웃 세대 간에 조그만 소리도 그대로 들리는 형편 이였다.
주민들은 건설회사에 시정해 줄 것을 요구 했으나 건설회사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날자만 끌뿐 근본적인 시정 조치를 해 주지 않았다.
열이 받친 주민들은 건설사의 무성의를 규탄하는 농성을 하는 등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이 소식은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 되었고, m tv방송사에서는 현장 심층 취재를 위해 취재팀을 현장에 파견했다.
취재팀은 현장에서 농성하는 주민들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a市의 건축과를 방문했다. “이렇게 부실한 건축물에 대해 어떻게 사용승인을 해주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을 맞은 건축과장으로부터 “세대 간을 구획하는 벽에 그렇게 큰 틈새가 있다면 화재가 발생 했을 때 이웃으로 연소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되므로 소방서에서 철저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소방서에 가서 알아 봐야 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취재팀은 소방서로 향했다.
별안간에 tv카메라를 메고 들어선 취재팀에게서 방문 목적에 대해 설명을 들은 소방서장은 황당하게 생각하면서 법령집을 취재진 앞에 펴 놓고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자. 이것이 건축법령집입니다. 여기를 보시면 건축법 시행령에 피뢰설비, 비상용 승강기, 내화구조, 방화구조, 불연재료, 피난계단(비상계단) 방화구획 같은 방화건축의 설치근거 및 구조 등이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건축법에서 정하는 것을 소방서장이 규제 할 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이 문제에 대한 소관부서는 당연히 시청 건축과 이지요” 소방서장의 설명을 들은 취재팀은 카메라를 메고 다시 시청 건축과로 떠났다.
이 취재팀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바로 「방화건축 문제」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십 수 년이 지난 오늘 까지 건축과 담당 공무원들이나 건축 감리사들 중에는 시청 건축과장의 생각처럼 「방화건축문제는 소방서 소관」이라 생각하고 소홀하게 처리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방화구획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내장재가 불연화되어 있지 않거나, 내화구조가 부실하거나 하는 건축물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피난설비가 부실한 건물일수록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가 컸었다는 것은 통계가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보다 못한 소방서에서 방화건축문제를 규제 하거나 간여 하게 되면 건축 관계자들의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져만 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방법령에 어정쩡한 한 대목을 집어넣은 것은 국민들에게 불편만을 가중 시킬 뿐이다. 즉, 소방시설공사업 법 제 16조(감리)1항.8호에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소방감리업자는 소방공사감리를 함에 있어서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 하여야 한다.”고 한 다음 “피난. 방화시설의 적법성 검토 ”라고 명기 해놓은 것이다.
바로 이 조항 하나 때문에 일부 소방 감리사들은 소방 시설들이 적법하게 설치 돼 있어도 이 조항을 위반한 부분에 대한 시정 없이는 「소방시설 준공 검사 필 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고 거부한다. 그렇다고 건축공사를 소방시설 공사 업자가 시공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할 수 없이 건축주 에게 시정 해 줄 것을 요청 하면 오히려 “건축 감리사가 괜찮다는데 왜 소방 쪽에서 문제를 삼느냐”면서 소방공사업자의 무능함을 질책한다. 이래저래 죄 없는 소방공사업자만이 죽을 맛이다.
설혹 건축주가 이해를 하고 시정 조치를 한다 해도 문제가 많다. 건축공사 진행 중에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완공된 벽을 헐어 내고 내화구조로 재시공하고 가연성 자재를 뜯어내고 불연성 자재로 교체 하는 것은 공기(工期)나 비용 면에서 집을 다시 짓는 것만큼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국민 들 뿐인 것이다.
하나의 법을 2개 부처에서 간여 하다보면 이런 부작용과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국민에게 주게 된다는 것을 정책 입안자들이나 법을 집행하는 실무자 들이 꼭 알아 두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차체에 방화건축에 관한 사항을 건축법에서 소방관계 법령으로 옮겨 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적으로 건설교통부 책임아래 업무를 추진하되 대형 화재가 발생 했을 때 그 원인이 방화건축 때문이라고 판명되면 엄격하게 담당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다.
여하튼 하나의 법을 2개 부처에서 집행 할 수는 없다. 한군데로 업무를 몰아서 책임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2명의 부인을 데리고 살던 어느 남자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걱정을 하는 부인은 하나도 없더란다. a부인은 “b 부인 집에 갔겠지” 생각했고. b부인은 “a부인 집으로 갔나보다”생각하면서 질투의 칼날만 갈고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