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소화기 파문 이후 한국소방검정공사가 30여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소화기 제조업체의 농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대담하고 조직적인 범법행위이기에 일반인들조차 혀를 내두르며 국가검정기관의 검사에 대해 상식적으로 신뢰성을 싣기가 어렵다는 반응들이 크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10일 sbs 불량 소화기의 대량유통 보도 이후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업체를 형사고발하는 한편 한국소방검정공사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부랴부랴 서둘러 대응발표를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엇셈으로 자가당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방용품은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제품의 품질과는 관계없이 국가가 정한 검정규격만 통과하면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저가입찰 등의 고질적 병폐는 사라질 수 없고 업계 역시 저가경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최근 반세기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국내 소방산업의 한 축이 되어오던 남영자동차가 저가입찰 등으로 누적되어온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결국 저가입찰의 희생양으로 문을 닫게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소방검정공사는 불량소화기와 관련한 사과문을 즉각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주요 일간지에도 17일 전후에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또한 자체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따를 예정이어서 관련자의 처벌수위와 범위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공사 관계자들은 이번 불량소화기 파문으로 인해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며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이번 사태가 대외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했다는 자책어린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sbs방송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실험에 사용된 소화기는 b급 소화기로 a급 소화기보다 성능은 미치지 못하지만 평소 이 소화기로 교육을 실시하면서도 불이 꺼지지 않는 일은 없었는데 유독 이날 꺼지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자칫 전체 소화기의 신뢰성을 떨어트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또한 불량 소화기가 공중파를 타기 전까지 공사 내부에서 사태 진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방영이 된 후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 등 팀제개편 이후 내부적으로 정보가 하나로 취합되지 않아 조직내 의사소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반영했다. 특히 공사가 이번 불량소화기 파문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안고 있는 조직적인 갈등과 폐단이 드러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생산되는 소방안전제품의 검정업무를 국가를 대신하는 기관임에도 기관 운영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검사원의 인원이 부족해 제대로 검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부족한 인원을 보충하려고 해도 예산편성에 있어 공사가 소방방재청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예산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가 어렵고 불량품에 대해 제재를 취할 법적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명실공히, 국가검정기관이라면 국가검정업무를 연구ㆍ검정하는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세워 지원함으로서 검정업무를 통한 수입창출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문제가 된 불량 소화기에 대해서는 제조ㆍ판매자 등에게 유통제품을 수거 또는 폐기하도록 조치하고 정상적인 소화기로 교환키로 했다.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제품임에도 돈에 눈이 어두워 양심을 속인 제조사가 그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겠지만 결국 국가의 업무대행기관이 검정한 제품임을 믿고 구매한 유통업체나 소비자가 그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못하다. 업계에서도 이번 공사의 불량소화기 파문과 관련해 pl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굳이 개별검정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이며 공사가 국가검정기관으로서 발전하려면 개별검정을 폐지하고 형식검정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이와 더불어 공사의 독점 검정제도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소화기 외 기타 제품군들에도 강한 의혹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공사 관계자들은 이번 sbs 불량소화기 방영 이후 추락한 공사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 고전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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