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12일 가벼운 과실로 인해 발생한 연쇄 화재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규정한 '실화책임법'에 대해 제기된 위헌제청 사건의 공개변론을 헌재 대심판정에서 개최했다. 2003년 6월 부산의 d화학공장에서 일어난 불로 피해를 입은 인근 공장주들이 d공장과 보험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사건으로, 헌재는 95년 '실화책임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된 시기와 비교해 지금의 건축기술과 소방행정이 발달됐고 화재를 낸 사람은 보험을 통해 손실 보전이 가능한 반면 피해자는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개변론을 열었다고 헌재는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실화책임법이 피해자의 재산권인 손해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일반 불법행위의 피해자에 비해 실화 피해자를 차별 취급,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이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여태양 변호사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실화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가해자에게 면책을 주고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위헌임을 주장했다. 반면 준당사자격인 법무부 염동신 부장검사는 "실화 발생시 실화자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하다"며 "실화 발생으로 인한 피해 확대는 실화자가 관리,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많은 만큼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고학수 연세대 법대 교수는 "실화책임법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배제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피해유발 행위의 예방과 억제라는 기능을 저해한다"며 "위헌인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법학과 정연수는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단시키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단순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이러한 사안을 규율할 법이 없어짐에 따라 법적 공백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일단 이 법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면서 위헌 소지를 제거한 법률로 조속히 개정토록 하는 방법이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준형 중앙대 법대 교수는 "실화책임법은 헌법이 입법자에게 부여한 재산권 형성의 입법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법적 안정성이란 측면에서도 46년간 유지돼 온 법률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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