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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5인승 이상 차량 소화기 확대 정책… 정부 ‘재추진’

더딘 법 개정에 허위 정보 퍼져, 소방관까지 거짓 정보 배포 ‘망신’

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0/06/25 [12:59]

제동 걸린 5인승 이상 차량 소화기 확대 정책… 정부 ‘재추진’

더딘 법 개정에 허위 정보 퍼져, 소방관까지 거짓 정보 배포 ‘망신’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0/06/25 [12:59]

▲ 소방관들이 차량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FPN 최누리 기자] = 5인 승용차까지 소화기를 확대 설치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제동이 걸렸다. 매년 차량 화재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안은 4년 가까이 허송세월만 했다. 지지부진한 법 개정 탓에 잘못된 정보가 여과 없이 나돌고 있다.


지난 2016년 소방청 전신인 국민안전처는 차량용 소화기 설치 규정을 기존 7인승 이상에서 5인승도 포함하는 내용의 ‘화재안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뒤이어 2018년에는 소방청과 국민권익위(이하 권익위)가 5인승 이상 차량에도 소화기를 의무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자동차 화재대비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재차 내놨다.


당시 권익위는 “차량 화재가 승차정원과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7인승 이상 차량에만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는 건 문제”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차량 화재는 2만4788건으로 151명이 숨지고 647명이 다쳤다. 절반이 넘는 차량 화재가 승용차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은 5인승 차량에는 소화기 설치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2012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소방에서 골든타임 내 화재현장에 도착한 비율은 46%(1만4144건)에 그쳤다. 이 같은 통계는 차량 화재의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자동차 등록 수는 2368만대로 전년 대비 2%가 늘었다. 차량 증가와 맞물려 이어지는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차량용 소화기의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앞서 20대 국회에선 차량용 소화기 설치와 관리 감독 업무를 국토교통부에서 소방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개정이 추진됐다.


2018년 5월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이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자동차 제작, 조립, 수입, 소유자 등에게 소방청장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차량용 소화기를 설치토록 의무를 부여했다. 기존 국토교통부 소관 ‘자동차관리법’의 하위법령 규정을 소방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법안의 실질적인 입법 과정에선 소화기 설치 규정을 5인승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안은 소관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못 하고 폐기됐다.


그 사이 인터넷 등에서는 정부 발표 이후 관련 법이 개정됐다는 허위 정보가 퍼져나갔다. 소화기 판매 업계는 물론 심지어 소방관들조차 언론에 법 규정이 바꼈다는 잘못된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


실제 하남소방서 모 재난예방과장은 올해 2월 4일 지역 언론지에 “2020년 5월부터는 기존 7인승 이상 차량에서 5인승 차량까지 차량용 소화기를 의무 비치하는 법이 시행된다”는 내용의 기고문에 썼다.


또 상주소방서의 한 소방관도 2월 2일 지역지에 “5월부터는 5인승 차량에는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5월부터 출시되는 신차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계획이며 그전 판매 차량은 자체 비치로 차량 화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냈다.


무안소방서 소속 소방관은 5월 20일 지역 신문에 “올해 5월부터 모든 차량에도 소화기를 의무 비치해야 한다. 5월부터 출시되는 신차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됐고 그 전 판매 챠량은 자체 비치로 차량 화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원고를 게재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제주소방서 소방관도 지역 신문에 “현재 7인승 이상 차량에만 소화기 설치의무 규정이 있으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 후 1년이 지나는 2020년 5월부터는 설치대상이 모든 차량으로 확대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일반인도 아닌 소방관들의 쓴 이 글들은 마치 법 개정이 실제 이뤄졌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쌍용자동차가 운영하는 한 블로그에는 지난 4월 ‘내 차 안에 작은 119, 차량용 소화기’라는 글을 통해 “5월부터 모든 차량에 소화기 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이다”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차량용 소화기 설치를 독려하는 건 좋지만 잘못된 사실을 근거를 제시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필요한 법 개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소방공무원은 “화재 안전의 최일선에 있는 소방관이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사실을 바로 잡고 필요한 법 개정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방청은 올해 안으로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범위를 넓히고 관련 규정을 소방법으로 이관하는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 기존 차량 소화기 설치 근거가 담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규정을 ‘소방시설법’으로 이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5인승 이상 차량용 소화기를 의무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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